작성일 : 10-01-11 13:29
옥수수로 만든 극세사(極細絲), 나일론보다 강하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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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新기술 전쟁'현장을 가다] [4] 옥수수로 만든 극세사(極細絲), 나일론보다 강하다

  • 입력 : 2010.01.07 04:30 / 수정 : 2010.01.07 08:42

'바이오 섬유'의 메카 美 듀폰社
머리카락 5분의 1 굵기로 얼룩이나 변형 거의 없어
제조과정 온실가스 배출 석유제품보다 63% 적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델라웨어주 윌밍턴(Wilmington)시. 미(美) 동부 뉴욕과 워싱턴 중간쯤 위치한 인구 7만여명의 소도시다. 윌밍턴시 경계에 접어들자 차창 밖으로 듀폰(DuPont) 컨트리클럽(골프장)과 듀폰호텔, 듀폰고등학교가 지나갔다.

도착한 곳은 '듀폰 익스페리멘털 스테이션'(Experimental Station). 60만㎡의 면적에 30여동의 연구소가 대학 캠퍼스 같은 형태로 배열돼 있다. 1903년 설립돼 나일론·캐블라(방탄조끼용 특수섬유) 등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낸 듀폰의 연구개발 산실(産室)이다.

"콩에서 추출한, 나일론보다 질긴 섬유"

'302번 빌딩'의 한 실험실에 들어서자 3층 높이의 공장형 실험기계가 굉음을 내고 있다. 드럼통 크기의 둥근 원통형 실타래가 10여개 지그재그로 배열돼 돌아가고, 기계 끝 부분에서는 구름 조각 같은 극세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소로나'(Sorona)입니다. 면·울·실크 그리고 나일론 이후 의류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제품이죠."

나일론 발명으로 유명한 미국의 석유화학기업 듀폰은 바이오 재료를 활용한 제품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작년 12월 18일 미국 델라웨 어주 윌밍턴의 듀폰 중앙연구소의 한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의 정제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소로나의 개발 총 책임자 조셉 큐리안(Kurian) 박사가 기계에서 실 한 뭉치를 집어 내밀었다. 꼬불꼬불한 실이 비단처럼 부드럽다. 큐리안 박사는 "머리카락의 5분의 1 굵기에, 나일론보다 강하고 얼룩이나 변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책상 위의 반소매 티셔츠를 집어들면서 "이 티셔츠가 바로 옥수수 3개로 만든 옷"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섬유인 '소로나'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3단계이다. 옥수수에서 당분을 추출한 뒤 효모·박테리아 등으로 배양한다. 배양액을 분리·정제해 투명한 '바이오 용액'을 만든다. '바이오 용액'에 첨가물을 넣어 섬유·외장재 등 용도에 맞게 변형시킨다. 큐리안 박사는 "옥수수 1㎏이 '바이오 용액' 0.3㎏으로 바뀌고, 바이오 용액은 다시 섬유 1㎏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소로나로 만든 카펫에는 커피나 케첩 등을 쏟아도 거의 얼룩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인기다. 옆 방의 연구실험실(lab)에서는 연구원들이 카펫과 티셔츠 더미를 쌓아놓고 섬유의 강도와 착색도 등을 실험하고 있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섬유‘소로나’. 쌀알 크기의 입자를 섬유 형태로 가공해 티셔츠와 카펫 등을 만든다./이진한 기자
환경파괴 주범에서 친환경기업으로

1802년 듀폰은 화약공장으로 설립됐다. 또 1900년대부터 원유에서 추출한 섬유·에너지 분야에서 고도 성장을 이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듀폰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회사 전체의 중심축을 '친환경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거대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 '바이오 매스'가 있다.

바이오 매스는 석유화학을 대체할 미래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 원유를 정제해 섬유와 자동차 원료 등을 만들었다면, 이젠 똑같은 제품을 옥수수와 콩 등 식물에서 뽑아낸다. 바이오 매스의 활용 분야는 섬유·에너지뿐 아니라 식품·화장품·의약품·비료 등으로 다양하다. 탄소 저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예컨대 바이오 섬유인 소로나는 기존 석유화학 제품에 비해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를 30% 적게 쓰며, 온실가스는 63%나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는 석유화학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10년 이내에 석유화학 제품의 장점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듀폰의 예상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바이오 매스의 효율성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유국이 아니라도 거의 무한대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사용 가능한 바이오 매스(1700억t) 가운데 약 3.5%(60억t)만이 인간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또 음식과 목재 등을 제외하면 섬유와 화학물질로 활용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현재 듀폰은 테네시주의 루동(Loudon)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서 매년 4만5000t의 바이오 용액을 생산해 섬유 등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 매스 활용 기술로 아시아와 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친환경'의 장점을 내세우며 인도의 섬유, 중국의 에너지시장에 진출해 있다.

향후 수십년간 옥수수·콩 등을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가 100% 전기차로 이행하기에 앞서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시장이 확대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세계 연간 생산량은 2007년 기준 36만t가량으로 전체 플라스틱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 수준에 불과하지만, 2013년까지 연평균 37%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듀폰은 매년 7억달러(약 8000억원)에 이르는 R&D(연구개발) 비용을 식량 증산 분야에 투입해 옥수수·콩 등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과 생산량을 높이는 비료 등을 만드는 기술이다. 원료의 제한 없이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21세기의 연금술'의 완전한 사이클(회전 단위)이 한 기업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G20'新기술 전쟁'현장을 가다] '자연 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영역 확장

  • 유재훈 연구원 LG경제연구원
  • 입력 : 2010.01.07 04:30
유재훈 연구원 LG경제연구원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인 '바이오 매스'에 화학 성분을 첨가하거나 열을 가해 생산하는 섬유·플라스틱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1855년 플라스틱 발명 이래 플라스틱은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거의 분해가 되지 않는 기존의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자연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내열성과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일회용 봉투, 식품 포장재 등에서 의류·휴대전화·컴퓨터·DVD 및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의 연간 생산량은 약 36만t(2007년 기준)으로 아직까지 전체 플라스틱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3년까지 연평균 37% 성장해 그 규모가 233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345만t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시장은 환경 규제가 강한 미국·유럽 및 일본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찌감치 대응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바이오 매스 R&D(연구개발)법'을 제정했고, 일본은 2002년부터 '바이오 매스 종합전략'을 추진하며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주력해 왔다. 유럽은 2005년 기업들이 섬유·플라스틱 제품을 환경친화적으로 생산할 것을 다짐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도 산학 협력 형태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생산에 주력해 왔으며 바이오 매스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개발은 최근에서야 시작돼 아직 빈약한 현실이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바이오 플라스틱이 적용되는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와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