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3-01 19:23
KIST 이웅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박사팀 , 가장 재밌는 실험실? 공장?···KIST 그린뉴딜 현장 가다
 글쓴이 : happy
조회 : 10  

가장 재밌는 실험실? 공장?···KIST 그린뉴딜 현장 가다

  •  김지영 기자
  •  
  •  승인 2021.02.24 18:50
 

80년대부터 '탄소중립' 대비, 이산화탄소로 고부가가치 제품 'e-케미컬'
친환경 에너지 '수소'생산→저장→활용 전주기 연구 '청정신기술연구소'

KIST는 정부가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기 전 부터 기후변화를 막을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 중심에는 국가기반연구본부와 청정신기술연구소가 있다. [사진=대덕넷 DB]
KIST는 정부가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기 전 부터 기후변화를 막을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 중심에는 국가기반연구본부와 청정신기술연구소가 있다. [사진=대덕넷 DB]
KIST 부지 중 가장 높은 언덕. 걷다가 숨이 살짝 차오를만 하면 재밌는 실험실을 만날 수 있다. KIST의 모든 연구자들이 실험용으로 설치한 플랜트의 집합소 '파일럿동'이다. 장비들이 윙~윙~ 돌아가는 파일럿동은 실험실과 공장의 중간단계 실험실 모습을 하고 있다. 플랜트를 시범 운영하느라 바쁜 연구자들 사이로 비교적 작고 간단해보이는 장비가 눈에 띈다. 태양광과 물만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무전력 자기구동 태양광 수소발생저장장치'다. 

이웅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박사팀이 개발 중인 이 장치는 전기선 없이 고압의 수소 에너지를 생산한다. 작년부터 기본 컨셉을 잡고 자투리 연구비(?)로 시작했단다. 이 장치의 최대 장점은 간편한 이동으로 어디든 설치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귀금속 촉매 사용도 줄여 생산단가도 대폭 낮췄다. 이웅 박사는 "해당 장치를 활용하면 수소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수소포집과 압축이 바로 가능하다"며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탄소제로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80년대부터 기후변화를 막을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KIST 연구현장을 다녀왔다.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해 그린에너지연구를 하고 있는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와 수소 전주기 기술과 이차전지 기술을 하나의 조직에서 연구개발하는 '청정신기술연구소'다.

◆ 사료만드는데도 이산화탄소 발생, 이제 e-케미컬로 해결!
  e-케미컬 기술 연구 총 책임자인 민병권 KIST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e-케미컬 기술 연구 총 책임자인 민병권 KIST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우리가 자주 쓰는 페트병, 페인트, 기저귀, 전자제품, 건축재 등 화학제품 생산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예로 페트병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탄 가스화→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이라는 화학원료 생산 과정을 거치는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열 화학반응을 시키다 보니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료도 마찬가지다. 질소비료 합성의 핵심인 암모니아 대량 제조에 500℃의 온도와 300bar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태양에너지와 공기, 물, 질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화학제품과 원료를 대량으로 만드는 e-케미컬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e-케미컬 기술 연구 총 책임자인 민병권 KIST 박사는 과거 10여년간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을 통해 e-케미컬 가능성을 계속 연구해왔다. 화석연료를 통한 열에너지가 아닌 자연에 풍부한 에너지와 재료를 이용해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재생에너지 100%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하는 것이 e-케미컬의 큰 그림이다. 부가가치 화합물인 ▲일산화탄소 ▲에틸렌 ▲알코올과 같은 화학 원료도 얻을 수 있다. 

현재 KIST는 e-케미컬 생산을 위한 촉매개발과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e-케미컬 실용화에 한걸음 다가간 상태다. 민 본부장은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현재 우리 고유의 기술을 기반으로 실증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FDCA를 생산할 수 있는 양반응 동시생산공정.[사진=김지영 기자]
FDCA를 생산할 수 있는 양반응 동시생산공정.[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진은 지난해 2019년 e-케미컬 기술을 통해 페트병 원료인 PET를 대체할 수 있는 FDCA를 생산할 수 있는 양반응 동시생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의 e-케미컬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화학연료를 생산하는데 그 부산물로 산소가 생성된다. 산소는 경제적 가치가 없어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실정이었다.

연구진은  산화반응에서도 산소가 아닌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물 대신 필요한 유기화합물을 찾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기술과 자동공정설계기술을 통해 가능성 있는 유기화합물 후보군을 추려 산소 대신 FDCA를 동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합물 생산공정 보다 가격 경쟁력이 부족했던 e-케미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를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무전력 자기구동 태양광 수소발생저장장치'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수소는 물을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사용 후 물로 재순환되기 때문에 별도의 큰 장비나 장치가 필요없다. 연구를 주도하는 이웅 박사는 "수조에 미리 저장된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 반응기로 들어가면 수소와 산소가 생산된다. 생산된 수소는 부력으로 위로 흘러 탱크에 저장돼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일부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을 쓰기 때문에 따로 전력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핵심기술은 생산된 수소를 고압으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수소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수소는 고압으로 저장하고 충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수소생산장치는 수소를 생산한 후 전기 압축기로 압력을 높여 저장하는데, KIST는 전기 압축기 없이도 자체적으로 고압 충전이 가능해 에너지효율과 탄소 제로를 실현했다. 

또 장시간 수소 저장이 가능하며, 귀금속 촉매 사용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였다. 펌프나 대규모 장치 등을 쓰지 않아도 돼 생산단가를 절반 이상으로 줄여 시장성도 확보했다. 

KIST가 개발한 장치는 수소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수소를 포집하고 압축할 수있다. 이웅 박사는 "크기도 작아 도서 산간, 관광지 곳곳에 충전소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드론, 자동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 박사팀이 연구개발 중인  '무전력 자기구동 태양광 수소발생저장장치'.[사진=KIST 제공]
이웅 박사팀이 연구개발 중인  '무전력 자기구동 태양광 수소발생저장장치'.[사진=KIST 제공]
이와 함께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카본 투 엑스(Carbon to X) 기술개발사업단(단장 정광덕)' 유치에 성공했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발전·수송용 연료, 화학제품 등을 생산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연구가 목표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포름산, 생분해 고분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업단은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제조하는 촉매 소재와 공정 개발에 성공해 기업에 기술이전했다. 이산화탄소 등으로 포름산을 제조한 세계 첫 공정이다. 포름산은 개미나 벌 등 체내에 있는 지방산의 한 종류로 각종 유기 약품의 원료나 가죽의 무두질에 쓰인다. 포름산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어려워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연료전지, 소형항공기 구동의 연료로 사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 수소 전주기부터 이차전지 기술 아우른다 '청정신기술연구소'

청정신기술연구소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수소에너지, 차세대 이차전지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미래원천기술 개발에 힘쏟아왔다.

연구소는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에너지소재연구단 ▲에너지저장연구단으로 구성돼 수소 생산, 수소 저장, 수소 활용 등 수소 전주기 기술을 모두 아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도 개발하고 있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소 전주기 기술과 이차전지 기술을 하나의 조직에서 유기적/융합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곳은 국내에서 KIST가 유일하다.  
 
'청정신기술연구소는 수소에너지부터 차세대 이차전지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미래원천기술 개발을 하고있다.[사진=KIST 제공]
'청정신기술연구소는 수소에너지부터 차세대 이차전지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미래원천기술 개발을 하고있다.[사진=KIST 제공]

이 중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은  수소 경제의 핵심인 전주기 수소 분야의 원천기술을 집중·연구한다. 지구 온난화가 크게 이슈되기 전인 1987년 5월 설립돼 촉매, 고분자막 등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뿐만 아니라 막-전극접합체(MEA), 셀스택, 반응기 등의 고성능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종희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의 주요 미션으로 그린수소생산(수전해), 화학적 수소 저장, 수소활용(연료전지)분야를 꼽았다. 그는 "수전해 기술 중 부하변동특성이 뛰어난 PEM수전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수전해의 저가격/고성능화를 위해 고내구성 타이타늄 단원자 촉매, 나노 3차원 전극 등 다양한 귀금속 저감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안전성 증대를 위한 수소 차단 소재 등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화학적 수소저장'기술에 대해서는 화학반응을 통해 다양한 유·무기화합물 내 수소를 저장하고 필요시 이들 화합물에 저장된 수소를 재방출하기 위한 고효율 촉매와 반응기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발생시켜 활용하는 '연료전지'기술에 대해서는 "수소차 등 모비리티용으로 주로 개발되고 있는 PEM연료전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고가의 백금 촉매를 대체하여 가격을 낮추는 연구와 고분자 전해질막 등 소재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소재연구단'은 수소 및 이차전지의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로 세라믹과 금속 소재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세라믹 소재를 기반으로 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와 수전해 그리고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을 받고있는 전고체전지 관련 소재 및 소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속기반 소재 연구도 수행 중이다. 주로 수소를 금속수소화물로 저장해 기존 기체 압축방식 저장시스템 대비 수소의 폭발 위험성을 크게 낮춘 고체수소저장소재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일진복합소재, ㈜한온시스템, ㈜EG, ㈜현대자동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전북대와 함께 금속수소화물 소재를 이용한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전기화학 응용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저장과 변환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상용화된 이차전지 '리튬이온전지'는 우수한 성능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원재료인 리튬 및 코발트 등 수급이 어렵고 너무 덥거나 추우면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리튬을 대체할 이차전지의 개발은 미래형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연구단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대용량화가 가능한 차세대 이차전지 및 에너지 저장장치의 소재 및 셀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얻을 수있는 소금을 이차전지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한 정경윤 단장.[사진=KIST 제공]
우리가 흔히 얻을 수있는 소금을 이차전지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한 정경윤 단장.[사진=KIST 제공]
연구단의 소속연구원들은 최근 많은 성과를 발표했다. 그 중 재밌는 성과가 흔히 구할 수 있는 소금으로 이차전지 전극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소금의 주요 구성성분인 염화나트륨(NaCl)은 전기화학적 활성이 없어 양극과 음극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 배터리 소재로 사용할 수 없다. 연구진은 염화나트륨을 특별한 전기화학적 공정을 통해 전극 소재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 이차전지 전극 가능성을 엿봤다. 소재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 단장팀은 연구개발한 염화나트륨에 설탕을 코팅해 표면 전도도를 높이는 등 소재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준비 중이다. 

또 연구단은 최근 리튬금속전지를 이차전지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이면서 1200회 충·방전에도 80% 이상 성능이 유지되는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차세대 기술은 전기차, 대용량저장치 등에 응용되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저감 및 산업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