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5-10 09:34
뛰어난 한국학생들, 스스로 한국에 갇혀
 글쓴이 : happy
조회 : 368  

"뛰어난 한국학생들, 스스로 한국에 갇혀"

  • 입력 : 2010.05.10 02:45

카이스트 경영대 라비 쿠마르 학장
'경영 3大 인증' 첫 취득… "각국 인재는 카이스트로 우리 학생은 세계 무대로"

라비 쿠마르(58)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은 점심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대신 교내식당으로 가서 학생들과 식사한다. 자주 하는 얘기는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서울·연·고대가 아니라, 하버드나 스탠퍼드 학생들"이란 것이다. 거기서 교직원들과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이 그가 작년 7월 학장 취임 후 몇 주 만에 깨달은 '한국식 리더십'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마셜경영대학원 부학장으로 있을 때는 점심때 입에 샌드위치를 물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학생·교직원과 이메일을 주고받았어요. 한국은 일단 같이 밥을 먹어야 얘기가 되더군요. 격려도 하고 오해도 풀고…. 다들 밥을 너무 빨리 먹어서 힘들지만…."

35년간 미국에서 산 그에게 한국문화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는“교수들 사이에 (나 이에 의한) 위계가 너무 강하고, 업무 결과에 대한 평가를 너무 사적·감정적으로 받 아들인다”며“그걸 잘 몰라서 취임 초엔 실수도 무수히 저질렀다”며 웃었다.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그는 국내 경영대학 중 최초의 외국인 학장이다. 서남표 총장의 제안으로 22년간 근무한 USC를 떠나 한국으로 옮겼다. 부임 1년이 안 된 지난 3일, 카이스트 경영대는 유럽경영대학협의회로부터 EQUIS(the European Quality Improvement System) 인증을 받았다. 카이스트는 이로써 경영학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3개 기관인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GMAC(미국경영대학입학위원회), 그리고 EQUIS 인증을 받은 한국의 첫 경영대가 됐다고 밝혔다.

"EQUIS는 까다롭기로 유명해 더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아시아 유수의 경영대와 글로벌기업들이 카이스트와 협업하고 인재를 찾아올 겁니다. 각국 최고의 인재들도 앞다퉈 카이스트를 찾아오게 할 거예요. 일단은 외국인 학생을 지금의 두 배(20%)로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1996년 테크노경영대학원으로 시작해 2006년 금융전문대학원과 정보미디어경영대학이 추가됐고, 이를 쿠마르 학장이 총괄한다. 카이스트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후 13개 대학이 가세했다.

"100년 이상 된 미국의 명문 경영대들에 비하면 한국은 막 걸음을 뗀 거나 마찬가지죠. 한국에 MBA 수요는 많습니다. 대학들이 MBA프로그램을 유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다만 좋은 교수진을 데려오고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흔히 외국인에게 한국 학생은 수업시간에 조용히 필기만 하고 집에 가면 공부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쿠마르 학장은 "세계 명문대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자질은 뛰어난데 스스로의 잠재력을 국내로 제한하는 경향이에요.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어디에 갖다 놔도 적응 잘하는 인재, 맡겨진 일만 하고 월급 타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원합니다. 카이스트에서의 내 성공도 일류 기업들이 그런 인재를 채용한 뒤 내게 '고맙다'고 해주는 것, 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