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3-17 09:27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車 디자인이기에 행복했다
 글쓴이 : happy
조회 : 392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車 디자인이기에 행복했다"

  • 입력 : 2010.03.17 03:13

이일환 메르세데스벤츠 F800 디자이너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열렸던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차량 한 대가 전시됐다. 바로 'F800'이라는 차였다. 1991년 F100부터 시작해 8차례 소개된 F시리즈는 벤츠의 기술과 디자인 방향을 집대성해 보여주는 차로 유명하다. 이번 F800이 특히 유럽 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차가 앞으로 나올 벤츠의 디자인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차의 디자인을 창조한 이는 바로 한국인이다. 그의 이름은 이일환(37).

"2002년 벤츠 미국 디자인스튜디오에 입사해 죽을 각오로 일했어요. 열심히 했고 제 작품들이 점차 인정받으면서 벤츠에서 점점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죠."

이씨는 "이번 F800은 향후 벤츠의 방향을 결정 짓는 매우 중요한 제품"이라면서 "이런 일을 담당하게 된 것은 흥분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부담감도 엄청나다"라고 했다.

벤츠의 디자이너 이일환씨가 자신이 디자인해 제네바 모터쇼에 출품된 F800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벤츠 디자인의 핵심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벤츠의 이미지를 이끄는 차 가운데 하나인 CLS 2세대 모델 디자인 경쟁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벤츠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그가 디자인한 차량이 최종 3개 경쟁 모델에 뽑히게 됐고, 2006년 10월 혼자 독일로 파견됐다. 2007년 2월 독일 본사 경영진의 최종 선택을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부인은 임신 7개월이었지만, 이씨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작품에 벤츠 최고경영진의 손이 올라가는 희열을 맛봤다. 그가 디자인한 2세대 CLS는 올해 가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다.

그가 디자인한 CLS는 벤츠 내에서 호평을 받았고, 차세대 벤츠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까지 듣는다. 그의 능력이 점점 더 인정을 받게 되면서, 마침내 그가 제안한 디자인이 제네바에서 주목 받은 F800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이씨는 올 4월 벤츠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의 센터장으로 승진해 미국으로 귀국한다. 벤츠 본사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능력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스튜디오 최고 책임자에 임명한 것이다.

이씨는 "제네바 모터쇼 1주일 전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F800을 선보였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아 디자인 부서는 물론 마케팅 부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차가 너무 좋아 5살 때부터 몇 시간씩 자동차 그림을 그렸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중학교 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고, 국내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에 응시했지만 실패한다. 재수를 하려다가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국 동부 명문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이 학교에 자동차디자인과가 없다는 이유로 2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 최고의 자동차디자인 스쿨인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에서 1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일환씨가 그린 F800의 오리지널 스케치.

"당시에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힘든 학업이었지만 그 과정을 즐겼어요."

그는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많은 자동차 회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는다. 그는 '삼각별(벤츠의 엠블럼)'에 매혹돼 벤츠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를 택했다.

이씨는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했다면 너무 힘들고 지쳐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차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온 정성을 다해 모든 프로젝트에 임했고, 운전을 하면서도, 집에 있으면서도 차와 디자인만 생각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실력은 기본이고,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데, 운은 윗사람과의 믿음과 신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최근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폴크스바겐의 미국 스튜디오 수석 디자이너로 옮긴 GM 출신 이상협씨를 비롯, 비슷한 사례가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한국자동차 산업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에서 경험과 실력을 갈고 닦아 언젠가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큰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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