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1-15 13:46
[심층분석] 세계 특허전쟁, 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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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세계 특허전쟁, 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입력 : 2010.01.15 03:21 / 수정 : 2010.01.15 03:59

100% 한국 자본이 만든
특허 전문기업 SPH "해외에 헐값 매각 없었다"
국내 제조업 강점으로
특허 전쟁서도 유리… 글로벌 기업에 본격 소송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한국의 역습(逆襲)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자본으로 만든 특허 법률 회사가 노키아·소니에릭슨 같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 로열티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은 SPH아메리카. SPH는 2006년 국내 대기업과 연구기관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설립한 특허전문기업이다. 당시 IT(정보기술) 주무부처였던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의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의 공격에 적극 대항하자"는 취지에서 SPH아메리카의 출범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SPH측은 지난해 노키아를 포함한 17개 휴대폰·장비제조업체에 대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보유한 3세대(W-CDMA)방식의 휴대폰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특허 사용료 소송을 제기했다.

SPH 대표인 박충수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소송을 통해 3000억원 이상, 많으면 6000억원가량의 특허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SPH는 100% 한국 자본으로, 100% 한국 특허 전문인력이 참여해 만든 회사이며, 한국의 기술 특허 침해를 대상만으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박사 출신인 박 대표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특허청 심사관을 지냈다.

3년간 준비해온 대한민국 특허 비밀병기의 등장

SPH와 ETRI·국내 대기업은 2006년부터 국내에서 독자기술로 개발한 3세대 이동통신 관련 특허로 소송을 준비해왔다. 박 변호사는 "3세대 특허 소송을 통해 얻어낸 특허 사용료의 50% 이상을 특허 소유권자인 ETRI에 지불하며 소송 비용 등 모든 경비를 SPH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특허와 관련된 권리는 ETRI가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특허를 해외 기업에 헐값에 팔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 SPH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대만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총 900만달러 규모의 특허 사용료를 받기로 합의하는 등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ETRI가 보유한 특허는 3세대 휴대통신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전류 장치로 거의 대부분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한국 ETRI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특허 괴물들의 공세

이미 전 세계에는 220여개의 특허전문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이 주도하는 특허 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국내 삼성전자·LG전자를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연간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휴대폰 분야에서 42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인터디지털이 휴대폰 제조업체에 무차별적인 특허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IV는 빙산의 일각이고 국내기업들은 외국의 특허공세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製造業) 강점으로 세계 특허 시장의 강자 자리 노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강한 한국 기업이 특허 전쟁에서도 해외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특허 괴물은 대체로 제조업을 포기한 기업에서 특허를 사거나 권한 대행 권리를 확보해 활동하지만 SPH 등 한국계 특허기업은 대기업의 제조업 현장에서 만들어진 특허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 담당 임원은 "해외 특허 괴물은 실험실 단계이거나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은 특허를 무기로 활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의 미국 특허 출원 기업 순위(IFI집계)도 이를 방증한다. 1999년 미국 특허 출원 건수가 많은 '톱20' 리스트에는 미국과 유럽이 각각 10개와 2개로 절반 이상이었지만, 2009년에는 미국이 7개로 줄었고, 유럽은 한 곳도 없다. 모토로라·필립스·지멘스 등 10년간 제조업 경쟁에서 밀린 곳들이 명단에서 사라졌다. 대신 일본이 7개에서 10개로, 한국이 2개, 대만이 1개로 많아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에서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특허 기업도 줄어든 것"이라며 "제조업 기반이 강해질수록 특허도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특허 괴물(Patent Troll)

생산·판매와 같은 제조업의 역할은 하지 않고 특허 기술만 보유해, 다른 기업에 특허 소송 및 협상을 통해 엄청난 특허 사용료(로열티)나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특허관리 전문 기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세계 특허 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될 정도로 거대 시장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이 같은 특허 괴물의 수가 급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전 유성구에 자리 잡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은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대표적 연구개발 실적으로는 한국식 이동통신 기술(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지상파 DMB 개발 등이 있다. 지식경제부가 관할하며 연구원 숫자만 2000명, 연간 예산이 6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국책연구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