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1-13 11:43
대우조선해양 '앙골라 해양 플랜트'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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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新기술 전쟁’현장을 가다] [7·끝] 대우조선해양 '앙골라 해양 플랜트'

입력 : 2010.01.13 03:55 / 수정 : 2010.01.13 09:21

석유 한방울 안나는 한국… 석유 뽑는 해양 플랜트는 '넘버 원'
파이프·제어밸브·발전기… 첨단 장비들의 집합체
造船 능력에 건설 결합해 한국 기업들 수주 휩쓸어

아프리카 앙골라의 카빈다주(州) 해상 60Km. 콩고강 범람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는 수평선을 뚫고 해저 유전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해양 플랜트 톰부아 란다나(Tombua Landana)가 솟아있다.

3만1000t의 플랫폼(해상 구조물)과 해저 구조물인 '타워'를 합쳐 8만8000t. 12억7000만 달러(1조4600억원)짜리 강철덩이다. 하루 생산량은 13만 배럴에 달한다.

지난달 14일 방문한 톰부아는 시험 가동과 최종 점검이 한창이었다. 2007년 8월부터 14개월 동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4000~7800t의 4개 조각을 건조, 대형 운송선으로 옮긴 뒤 현지에서 조립했다. 찌는 듯한 아프리카의 더위와 파도에 맞서면서 한 조각씩 짜맞췄다. 해양 플랜트 건설은 바다와 싸우는 일이다.

해안에서 60km 떨어져 수심 370m 바다 위에 서 있는 해양 플랜트 톰부아 란다나에서 해저시추 가스의 불순물을 태우는 불길이 치솟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바다에 세운 15층짜리 스마트빌딩

4층으로 구성된 플랫폼은 15층 빌딩과 높이가 비슷하다. 망망대해에 서 있기 위한 안전성과 해저 유전의 상황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스마트 빌딩이다. 원유를 뽑아내 육지로 운송하는 해저 파이프 설비와 발전기 등 각종 장비가 층마다 가득 차 있다. 플랜트 건설에 사용된 전선 길이만 1000km에 달한다.

"플랫폼에서는 귀마개가 필수품입니다." 대우조선해양 김철규 부장의 경고대로 톰부아는 웅웅거리고 쉬익거렸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각종 파이프가 엉켜 있는 대형 장비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중앙통제실에서 자동, 반자동으로 제어하는 밸브가 20만개에 달할 만큼 복잡한 설비지만, 첨단 시설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만큼 겉모습이 거칠다. 짓다 만 건물처럼 철근들이 이리저리 삐져 나와 있다. 4층에 위치한 거주 구역은 4인 1실의 좁은 공간이다.

원유를 뽑아낼 드릴파이프를 해저로 내려 보내는 플랜트 한가운데 부분이 빈 공간이라 헬기에서 내려다본 톰부아의 전체적인 모양은 한글 'ㄷ' 처럼 생겼다. 유정(油井)에 30개의 파이프를 박을 계획이다.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직경 150cm의 대형 파이프다. 최고 해저 2000m까지 드릴 파이프를 내려 보낸다. 대우조선해양은 톰부아를 1월 중에 발주사인 미국계 석유 메이저 셰브론의 서아프리카 자회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원청업체를 하청업체로 만든 역전극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에서 지난 1995년부터 총 10개의 해양 플랜트(60억9200만달러)를 건설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는 미국과 유럽 엔지니어링 회사의 하청업체였다. 플랫폼을 만드는 능력, 설비의 성능과 안전성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전체 공정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능력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 2002년. 대우조선해양은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이 발주한 앙골라 키좀바 B 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원청업체가 됐다. 1년 전인 2001년 엑손모빌이 발주한 키좀바 A 프로젝트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하청업체로 관리했던 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 ABB가 거꾸로 대우의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톰부아 최종 점검을 담당하고 있는 윤재경 전문위원은 "그 뒤로 앙골라에서 4개의 해양플랜트를 더 건설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앙골라 앞바다에서 해양 플랜트를 건설 중인 대우조선해양 톰부아 프로젝트 팀에 바다보다 더 무서운 상대는 향수병이라고 한다. 3개월이 넘도록 육지를 밟지 못했다는 한 직원의 책상에는‘먹고 싶은 음식: 돼지국밥, 자장면…’메모가 붙어 있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해양 플랜트 세계 1위 한국

해양 플랜트는 해저 유전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톰부아와 같은 고정식 플랫폼, 리그(고정식과 달리 조업 중에만 해저에 다리를 내려 고정), 반잠수식 시추선(자체 부력으로 해상에 떠 있는 플랫폼), FPSO(유조선 모양의 시추 및 원유 생산을 하는 플랫폼), 드릴십(시추 전문 선박) 등 다양하다. 항만 하역설비 등 유전과 무관한 시설도 넓은 의미의 해양 플랜트에 포함된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우리 기업들은 드릴십과 FPSO 등 최근 발주가 늘고 있는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드릴십의 경우 2000년 이후 전 세계 발주 물량 46척 모두를 한국 기업들이 수주했다.

FPSO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발주된 32척 가운데 18척을 차지해 점유율이 56.3%에 달한다. 우리나라 외에는 중국 13척, 일본 1척이 전부다. 2005년부터 선을 보인 LNG-FPSO(액화천연가스 설비)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전 세계 발주 물량 5척을 모두 수주했다.

해양 플랜트 수주액도 2006년 106억달러, 2007년 126억달러, 2008년 161억달러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발주 자체가 줄어 수주액도 급감했지만 전망은 밝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허병철 실장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수주액이 52억4000만달러로 2008년에 비해 60% 이상 줄었지만, 올해는 100만달러는 무난히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설계능력 더 확보해야

해양 플랜트 1위를 유지하려면 많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톰부아의 경우 우리 손으로 만들긴 했지만, 우리 기술만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미결 과제는 '기본 설계'다. 플랜트의 형태와 장비배치 등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톰부아 란다나는 미국 기업인 KBR의 기본 설계도를 토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세부 설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기본 설계는 해양 플랜트의 내구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본 설계 국산화를 위해 설계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