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3-03 11:09
아큐정전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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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에 저항보다 자위, 아Q가 일깨우는 '정신승리' 함정

루신(魯迅) 아큐정전 새말새몸짓 3월의 책 선정

정신승리하는 노예근성, 무력감 비판한 작품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 3월의 책으로 아큐정전(阿Q正傳)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새말새몸짓은 지난해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주축으로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개인과 국가 모두 새 말과 새 몸짓으로 무장해야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철학을 담았다. 책 읽고 건너가기는 지난해 7월부터 매달 책 한 권을 읽고 지식을 공유하는 운동이다.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은 책 읽기를 '마법의 양탄자'로 비유한다. 그는 "책 읽기에 따라 예상하지 않은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서 "지혜의 가장 높은 단계인 '건너가기' 되는 것"이라고 했다.

◆ "정신승리, 좌절 초래"

아큐정전은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魯迅)이 집필했다. 중국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당시 몽매한 중국 민중과 혁명의 허구성을 비판한 단편소설이다.

아큐정전에서 아(阿)는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람의 성이나 이름 앞에 붙는 접두어이고, Q는 청나라말 중국인들의 변발한 머리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소설 핵심은 아큐가 20대 후반부터 도적 누명을 쓰고 처형되는 30대 초반까지 삶과 죽음이 담겼다. 성명과 본적뿐만 아니라 이전의 행장마저도 분명치 않다.

아큐는 머리 몇 군데 부스럼 자국이 있어 놀림을 받는다. 건달들과 매번 싸워 벽에 머리를 찧으면서도 '사람이 벌레를 때린다'라고 자위(自慰)한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던 아큐는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문에 '모반'(謀反·배반을 꾀함)이라며 혁명에 가담한다. 하지만 혁명군에 의해 도둑 누명을 쓰고 총살당하고 만다.

루쉰은 아큐의 무력감과 노예근성을 정신승리라고 비유하며 작품 내내 비판했다. 아큐는 모욕을 당해도 저항할 줄 모르고 남에게 얻어맞고도 자기 아들에게 맞았다고 생각했다. 루쉰은 이를 서세동점(西勢東漸) 하는 상황에 자존심만 비대했던 청과 중국 민족에 비유하기도 했다.

최진석 이사장은 아큐정전을 현재 대한민국 시공간에도 적용한다. 그는 책 선정 배경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덤비면 이익이 없다. 모든 지적인 공부와 수련은 다 자기 멋대로 세상을 정하는 무지를 이겨내려는 겸손한 도전이다. 파멸하는 개인이나 몰락하는 나라에는 일정 부분 '정신 승리법'에 기대서 소일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기대를 객관적 사실로 착각하는 외교나 내정에는 다 '정신 승리법'의 요소가 배어 있는데, 종내에는 쓰디쓴 좌절을 겪는다. 모욕을 받으면서도 거기에 저항하기보다는 모욕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무력감과 노예근성의 발로다. 이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희망이 없다. 책을 읽으며 내내 묻는다. 나는 '아Q'인가 아닌가. 나와 '아Q'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은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 3월의 책으로 아큐정전(阿Q正傳)을 선정했다. [사진=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제공]

김인한 기자inhan.kim@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