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1-01 15:48
"아르헨·나이지리아(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B조 팀)가 강팀… 느슨한 조직력을 파고들어라"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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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나이지리아(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B조 팀)가 강팀… 느슨한 조직력을 파고들어라"

입력 : 2010.01.01 03:10 / 수정 : 2010.01.01 03:31

세계축구 권력자, UEFA회장 미셸 플라티니 단독 인터뷰 상[上]
2006년에 본 한국 팀은 사력 다하는 모습 인상적 유럽에서는 흔치 않은 일
그리스는 수비가 강해 나이지리아와 반대 성향 아르헨 메시, 원천봉쇄를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파워맨' 미셸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수차례 이메일로 접촉한 끝에 지난달 16일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이 열리고 있던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겨우 약속이 잡혔다. 아부다비의 에미리트 팔레스호텔에 머물던 플라티니는 약속시간인 오전 11시 30분쯤 비서를 시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 수영장으로 오라"고 했다. 푸른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 야외 수영장에 들어서니 플라티니 회장이 수영복 차림으로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비서의 안내로 그에게 다가가자 플라티니 회장은 '끄응'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검은 곱슬머리에 볼록 튀어나온 배…. '전설'로 군림하던 왕년의 몸매는 사라졌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헤딩을 하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위)./AFP
"스위스·스페인…. 여기저기 다니느라 한동안 쉬지 못했습니다. 무례하게 보인 점 이해해주세요." 강한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악수를 청한 플라티니 회장은 맨몸에 베이지색 티셔츠를 걸쳐 입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딱딱한 모습일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그는 인터뷰에서도 '정치적 발언만 쏟아내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깼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한국 및 아시아 축구·유럽 축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한 발언을 이어갔다. 2007년 UEFA 회장이 된 뒤 그가 한국 언론과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티니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한국은 죽을 힘을 다해 뛰는 팀

―최근 한국 팀 경기를 본 적 있나요.

"아니요. 경기장에서 본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그리고 TV로는 2006년 월드컵 때 한국과 프랑스 경기를 본 것이 마지막입니다. 아쉽게도 프랑스가 한국과 1대1로 비겼죠."

―당시 느낀 한국 축구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선 초반부터 그렇게 뛰는 모습은 프랑스나 유럽 팀에선 쉽게 볼 수 없거든요. 그리고 확실히 한국 축구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도 몇 있었고요. (2006월드컵 준우승팀인) 프랑스와 비기기도 했지만 한국은 조직력이 탄탄한 강한 팀이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두 경기만 보고 어떤 팀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한국팀을 잘 알지 못합니다. 2006년은 벌써 4년 전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최강팀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에서 아는 선수가….

" (자기도 안다는 듯 말을 끊으며)네. 두 명의 박(朴)을 알고 있지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박지성)와 프랑스 AS모나코의 공격수(박주영)죠. 그들의 모습은 TV로 자주 봤습니다. 지금은 실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선수가 유럽 축구 무대에서 뛰고 있습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리그에서 잘하는 것은 이미 놀랄 만한 일이 아니지요."

―한국은 골 결정력에 대한 고민을 수십년째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격수들이 골을 많이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하는군요(웃음). 공격수가 골을 잘 넣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연습. 둘째, 연습. 셋째, 연습입니다. 언젠가는 타고난 득점력을 가진 선수도 나오기 마련이죠. 한국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프랑스에도 매번 뛰어난 선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크게 재능 있는 선수들이 적절한 시기에 함께 나오면 어떤 '황금 세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1998년 월드컵 우승 멤버인 지단·앙리 등의 선수들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2006년엔 이탈리아가 최고였고요. 아르헨티나엔 마라도나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다음에 어느 나라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 축구입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한국이 유럽을 넘어설 수도 있겠군요.

"별로 제가 원하는 건 아니군요. 한국이 프랑스를 막 누르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웃음). 하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명심할 것은 '축구는 합리적인 스포츠가 아니다'는 점입니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공은 둥급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솔직했다. 그는 비서에게 영어 단어를 물어가며 질문 하 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답했다.“ 한국이 충분히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진출할 실력이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 플라티니 회장의 마지막 말이었다./정세영 기자jungse@chosun.com
한국은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와 함께 B조에 속했습니다.

" 그리스나 나이지리아나 쉽게 조 2위를 할 팀이라고 말할 수 없겠군요. 한국으로선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를 2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팀일수록 예선 초반에 별로 안 좋은 법이지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대표 선수들은 거의 다 해외에서 뛰고 있습니다. 초반엔 조직력이 느슨하죠. 그런 점에서 한국은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한국은 매번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강팀입니다. "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는 어떤 팀입니까.

" 두 팀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선 그리스는 '공을 안 잡았을 때 잘하는 팀'입니다. 수비가 매우 강합니다. 공격할 때도 공을 안 잡은 선수들이 팀워크를 맞춰서 일사불란하게 전술에 맞춰 움직이죠. 하지만 공을 잡은 선수들은 조금 다르죠. 개인기가 약간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창조적인 플레이도 부족합니다. 나이지리아는 반대죠. 공을 잡은 선수들이 굉장히 빠르고 개인기도 화려합니다. 하지만 공을 안 잡은 선수들은 움직임이 둔하고, 전술적으로 탄탄하지 못합니다. 수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지리아는 '공을 잡았을 때가 강한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요? 당신은 메시가 세계 최고 선수라고 몇 번이나 언론에서 밝혔습니다. 그가 월드컵에서도 잘할까요.

" 메시는 잘해야만 합니다. 월드컵에 나가면 리그에서보다 훨씬 더 강한 수비수들이 더 끈질기게 붙기 마련입니다. 메시로선 그런 어려운 과정을 뚫고 자신이 정말 대단한 선수인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요."

―한국 수비수들은 메시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 아무리 메시라도 공을 잡아야 그의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드리블이 좋은 선수입니다. 그런 메시가 공을 쉽게 잡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그가 좋은 패스를 받고 개인기를 부리기 시작하면 한국으로선 굉장히 힘든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그가 공을 잡을 기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메시는 공을 안 갖고 있을 때도 움직임이 아주 좋은 선수입니다. 빈 공간을 찾아내는 '나침반'을 타고난 것 같아요. 따라서 다른 선수들이 메시에게 공을 쉽게 줄 수 없도록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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