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2-27 12:53
고려대 막걸리·서강대 라면 나온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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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막걸리·서강대 라면 나온다
이색사업 나선 대학들



왼쪽부터 경희대 홍삼녹용대보진액, 부경대 마늘고추장, 전북대 햄.

국내 대학들이 직접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12월 15일 현재 국내 사립대학법인의 수익사업체는 총 189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이 모두 4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이 돈벌이에 나서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예 기업을 세운 대학들도 있다. 한국학교기업협회에 따르면 2009년 12월 현재 국내 대학이 세운 학교 기업 수는 73여개다. 이 중 20여곳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의 결과물로 수익까지 챙기려는 대학들은 어느 곳일까.

서강대, 저칼로리 웰빙 라면 출시

서강대와 고려대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채비를 마무리했다. 서강대는 지방 함량을 줄인 ‘서강라면(가칭)’을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기존 제품보다 지방 함유량을 70% 이상 줄이고, 염분 함량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기름기를 줄이면서 열량도 낮아졌다. 보통 라면의 열량은 500kcal를 쉽게 넘지만, 이 라면의 열량은 400kcal대다.

이 라면은 유기풍 서강대 산학부총장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초임계 이산화탄소 유체 추출법’을 활용해 개발됐다. 초임계유체란 일정한 고온과 고압의 한계를 넘어 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이산화탄소를 초임계유체 상태로 만들어 기름에 튀긴 면에 주입해 지방을 빼내는 원리다. 학교 측은 “라면에 남아 있는 지방이 이산화탄소에 녹기 때문에 열량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미각을 둔화시키는 지방 함량이 줄어들면 염분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되고 조리 시간도 짧아진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홍보실에 따르면 현재 서강라면은 시제품 시식회까지 마친 상태로, 조만간 학내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서강푸드(가칭)’를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 등을 통해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서강대 측은 연간 2000만개를 판매해 1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년 전 ‘고대 와인’을 선보였던 고려대도 내년 중 막걸리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황한준 고려대 건강바이오식품사업단장은 “소화 촉진 성분을 막걸리에 넣어 이를 주류회사와 함께 제품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건강식품 매출 연 28억원

상품개발을 넘어 아예 기업 설립에까지 나선 대학들도 있다. 한국기술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15여개 대학들이 특성을 살린 학교기업 20여개를 운영 중이다. 업종은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다양하다.

제조업의 대표 주자는 경희대다. 한의학과로 유명한 경희대는 지난 2004년 ‘한방재료가공 학교기업’을 설립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학교기업육성지원사업’에서 3차에 걸친 경합을 통해 최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장세도 꾸준해 설립 첫해 6000여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07년 27억7000만원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다.

주요 제품은 한방 약재를 이용해 직접 생산 및 판매하는 건강식품류다. 6년근 홍삼과 녹용을 십전대보 원리로 제조한 홍삼녹용대보진액, 국내산 색녹용에 홍삼·십전대보·영지·상황버섯·오가피 등을 넣은 홍삼녹용십전대보원, 오가피홍삼대보원 등이 판매되고 있다.

전북대는 2003년 학교기업을 설립하고 햄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북대 햄’은 지난해 매출이 12억원에 이르는 대박상품이다. 올해도 9월 말까지 9억4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친환경·무색소·무방부제 고급 수제햄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친환경 유기농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햄 덕분에 전북대는 국립대 최초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 학교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주대가 2004년 내놓은 ‘궁중약(藥)고추장’의 인기도 꾸준하다. 굴비장아찌와 궁중약고추장 및 여행용 세트 등을 포함해 2004년 학교기업 설립 후 현재까지 15억5000만원의 적지 않은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 추석 명절 직전에는 보름 동안만 2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전주대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명절선물산업전에 참가해 상품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부경대도 2007년 식품가공센터를 설립하고 ‘마늘고추장’ 시판을 시작했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1 대 1 비율로 섞어 만든 마늘고추장으로, 마늘 특유의 냄새는 없애고 항암효과는 높였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기업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해 1억원가량 매출도 냈다. 이에 힘입어 ‘다시마고추장’ ‘단호박고추장’도 상품화해 곧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라대 산학협력단이 교내 국책사업 참여기업 5곳과 설립한 ㈜신라비앤에이치는 피톤치드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숲의 사랑’을 생산해 시판에 나섰다.

동의대 한방식품연구소가 세운 ㈜오리엔탈바이오텍은 ‘동의홍삼액’을 판매해 연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홍삼액 외에 홍삼마스크팩, 홍삼세안제 등도 판매 중이다. 경상대는 ‘GAST’라는 이름의 학교기업을 세워 한우 판매에 나섰고, 강원대 학교기업 ‘에코포리스트’는 잣과 도토리 분말 등을 판매하는 한편 숲 체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기업 가운덴 동국아트컴퍼니가 눈에 띈다. 연극영화학과로 유명한 동국대가 지난해 세운 동국아트컴퍼니는 ㈜IHQ와 45억원 규모의 공연기획사업을 진행하고, 가수 신승훈 씨가 세운 도로시컴퍼니와 6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 3월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재단의 학교기업지원사업 대상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외대는 ‘i-외대’라는 학교기업을 세워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캠프는 학교기업상품 온라인쇼핑몰(semall.or.kr)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충북대 동물의료센터는 교육인적자원부 주관 2006년 학교기업 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한밭대의 ‘실내환경전문클리닉’도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운대가 지난 10월 설립한 광운미디어콘텐츠센터는 올 3월 학교기업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기도 했다.

학교기업의 상품들은 학교기업협회의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정부 지원 힘입어 활성화 기대

이 같은 기존 학교기업들의 성공사례에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며 대학들의 기업 설립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까지 대학 및 연구소에 출자하는 기술지주회사를 50개, 자회사(벤처기업)는 550개까지 늘리겠다는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기술지주회사 및 산학협력단 등 기술이전전담조직(TLO) 활성화에 나선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 현재 60억원인 TLO 지원 예산을 200억원까지 확대하고 지원 대학도 현재 18개에서 8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술지주회사 설립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10여개 대학 기술지주회사에 사업비로 연간 약 5억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 재정 확충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