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2-25 16:48
국회의원보다 세상에 더 기여하는 길을 선택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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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보다 세상에 더 기여하는 길을 선택”
김영진 극초단초정밀광기술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원래 국회의원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사회에 기여해서 사람들이 더 잘살게 하고 싶었거든요.”

KAIST 기계공학과 극초단초정밀광기술연구단의 김영진 박사후연구원에게 어릴 적 꿈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국회의원과 과학자는 전혀 다른 길이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그가 말을 이었다.

“국회의원 대신 과학자가 됐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광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거든요.”

김 박사의 연구분야는 극히 짧고 정밀한 빛으로 나노 세계를 측정하는 것. 그런데 어떻게 이 기술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일까. 김 박사는 곧 연구 결과물이 전시된 공간으로 안내하며 연구내용을 소개했다.

“우리 연구단은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미터 단위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제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이죠.”

김 박사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LCD 디스플레이를 예로 들었다. LCD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커질수록 일정한 해상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데, 이 때 측정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LCD는 색상정보를 담는 공간이 균일해야 해상도가 좋습니다. 과거에는 아주 미세한 구슬을 굴려서 공간의 정밀도를 확인했지만 이제는 나노미터 크기의 자로 더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연구단이 만드는 자는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정확한 길이를 측정한다. 빛은 위상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데 이 밝기를 분석해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마치 3대의 인공위성이 빛을 쏴서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GPS시스템과 비슷하다.

김 박사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워낙 많아서 읽어야 할 논문이 끝도 없다”며 “산업기술은 물론 기초 연구, 우주과학 등 광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계속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광기술 찾는 비법은 ‘토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빛으로 만드는 자는 끝없는 ‘토론’으로 만들어집니다. 연구실 회의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연구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학회나 세미나에 참석해서 다른 연구단의 이야기도 듣고요. 토론하다보면 새로운 방법도 보입니다.”

김영진 박사는 극초단초정밀광기술연구단의 최고참이다. 9년째 연구단 생활을 하면서 가장 유용했던 일은 토론. 현재 연구단은 광기술과 관계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김 박사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실험실은 다른 분야의 동향까지 파악해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접근한다는 데 장점이 있죠. 제가 최고참이라고 해도 박사후연구원들이 다들 나이가 비슷해 소통이 잘 됩니다.”

연구원끼리 각자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다른 프로젝트의 요소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만큼 연구도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김 박사는 “학부 때는 쉽게 할 수 없었던 토론을 할 수 있어 연구실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생명체 사는 외계행성 찾는데 ‘측정기술’이 쓰인다?

김 박사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펨토초 레이저로 길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를 말하는데 빛의 파장이 짧은 만큼 정밀하게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본 것.

“다윈미션이나 제우스미션처럼 망원경 여러 개로 행성을 관찰해 정보를 모으는 프로젝트에서는 정밀한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망원경 여러 개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여러 정보를 모을 수 있거든요.”

행성 하나를 제대로 관측하려면 거대한 망원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이보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똑같은 효과를 보려면 여러 개의 망원경을 연결하면 된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다윈미션에 이용되고 있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사는 행성을 찾기 위한 유럽의 다윈미션을 위한 위성은 2010년 초에 쏠 계획이다. 김 박사는 “외국에서도 우리 연구단의 측정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앞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은 당나귀 등에 타는 것은 소용없다”

“공학이나 과학은 늘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일입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마다 기분이 좋죠.”

김 박사는 외국 연구소에서 ‘죽은 당나귀 등에 타는 것은 소용없다’라는 말을 인상깊게 봤다. 죽은 당나귀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처럼 연구에 있어 낡은 생각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그는 늘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도전하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가공과 측정까지 단번에 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어릴 적 꿈도 이루고 있는 셈이죠?”

글/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2009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