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 15:36
송영훈 기계연 박사, 플라즈마 연구 산증인···산업 각 분야 적용 , [뒷이야기]미세먼지 저감 95%···축구선수처럼 송 박사의 26년 집념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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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미세먼지 저감 95%···축구선수처럼 송 박사의 26년 집념

  •  길애경 기자
  •  
  •  승인 2020.11.10 18:49
 

송영훈 기계연 박사, 플라즈마 연구 산증인···산업 각 분야 적용
"연구개발은 기초-응용-상용화,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처럼 연계 필요"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1994년 국내로 귀국해 플라즈마 연구를 시작했다. 중간에 연구비가 끊기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금은 산업 각 분야에 그의 팀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전소에 적용되는 대형 플라즈마 버너, 디젤자동차에 적용되는 플라즈마 발생용 전원장치, 특수차량에 장착된 플라즈마 버너, 플라즈마 반응기 시작품.[사진= 한국기계연구원]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1994년 국내로 귀국해 플라즈마 연구를 시작했다. 중간에 연구비가 끊기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금은 산업 각 분야에 그의 팀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전소에 적용되는 대형 플라즈마 버너, 디젤자동차에 적용되는 플라즈마 발생용 전원장치, 특수차량에 장착된 플라즈마 버너, 플라즈마 반응기 시작품.[사진= 한국기계연구원]

미국에서 연소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1994년 한국에 왔다.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첫 참여 과제는 '플라즈마를 활용한 탈황 및 탈질 기술개발(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처리)'.

연소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낯선 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플라즈마는 그에게도 생소했다. 당시 연구원에는 플라즈마 연구팀도 조직도 없었다. 전담 인원은 당연히 그 혼자였다(지금은 11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2명의 박사후 과정, 대학원생 등 20명).

플라즈마를 활용한다는 생소한 주제가 그의 호기심을 일깨웠다. 도전에 나섰다(당시에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다). 그렇게 플라즈마 연구는 그의 평생 연구 주제가 됐다. '연구결과는 현장에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그였기에 실용화를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역할도 자연히 그의 몫이됐다. 송영훈 기계연 박사의 이야기다. 송 박사는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연구실을 이끌어 왔다. 그가 플라즈마 연구 토대를 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집중해온 플라즈마 기술이 발전소, 반도체, 디젤차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군 특수 차량에 플라즈마 버너를 탑재해 미세먼지를 95%까지 줄이는 쾌거를 거뒀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공군부대 군용 차량과 장비 50대에 지난 3월부터 플라즈마 버너를 적용, 실증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항공기 견인차, 화물차에 적용해  입증한 바 있다.

차량 엔진은 고온, 일정시간 이상 주행 등 연소조건이 안정적일수록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줄어든다. 군 특수차량은 저속으로 짧은 시간 운행하고 멈추는 특성으로 연료가 안정적으로 연소되기 어려웠다. 오염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이었다.

송 박사에 의하면 플라즈마 버너 기술은 기존 디젤 배기정화 장치나 환경촉매 설비가 저온 조건에서 작동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지 못했던 선로관리 기관차, 저속 운행차량인 군용 트럭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기술 이전 뿐만 아니라 그의 연구실에서 플라즈마 기초, 응용연구 결과로 나온 논문도 80여편이 국제저널에 게재됐다. 국내외 특허등록도 100여건에 이른다. 연구팀도 조직도 없던 플라즈마 연구실은 현재 기계연에서 가장 융합이 잘되는 실험실로 손꼽힌다.

◆ "플라즈마 기술의 산업 적용은 19세기부터"

오늘날 플라즈마 기술은 다양하게 쓰인다. 17, 18세기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에서 나타나는 번개와 유사한 전기 방전을 인공적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플라즈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빛을 내는 기체로 알려진 플라즈마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기체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극성을 갖는 이온 기체라는 정의도 내려졌다.

플라즈마 기술은 금속을 자르거나 용접하는 등 오래 전부터 이용돼 왔다. 인류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적용되면서다. 이외에도 플라즈마 기술은 의료, 에너지, 화학, 우주 등 활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계연이 시작한 1994년을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송 박사는 "각국이 환경규제 기준을 높이면서 우리나라는 수십 개의 발전소에 고가의 기술료를 지불하고 선진국으로부터 환원 촉매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기계연에서 90년대 중반부터 플라즈마를 활용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기술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전소에 저온 플라즈마를 적용해 탈황설비에서 처리를 할 수 있는 공정이었는데 당시 펄스 코로나를 발생시키는 고전압 전원장치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한곳도 없었다"면서 "러시아에서 도입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여러 이유로 개발이 중단되고 말았다"고 중단 사례를 소개했다.

하지만 플라즈마 연구를 지속했다. 플라즈마 발생을 위한 전원 장치도 직접 개발에 나섰다. 대학, 기업과 협력하면서 기회도 왔다. 그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줄 기업도 발굴했다.

송 박사는 "플라즈마 전원장치 회사들은 초기에는 기계연을 비롯한 출연연이나 대학에서 주문을 받아 전원장치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기업의 플라즈마 전원장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출연연 연구실이나 대학에서는 새로운 플라즈마 기술을 연구개발할 때 전원장치로 인한 어려움이 대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겪었을 어려움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깊은 심호흡은 많은 난관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그의 플라즈마 연구는 2000년 무렵 지원이 끊기기도 했다.

송 박사는 "그 시기 불면의 밤을 보낸 날이 많았다. 연구자로 자존감도 바닥이었다"면서 "하지만 KAIST 석사시기 택시 기사분이 기숙사에 내려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못 사는 우리나라 언젠가는 꼭 잘 살게 해줘'라는 당부가 온 몸에 각인돼 있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며 연구과정을 버텼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들도 승승장구 중이다. 진공펌프 업체 대표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플라즈마 반응기를 50대, 100대, 200대씩 공급하고 있단다.

◆ "기술 개발은 축구경기, 기초- 응용- 상용화 연계"

송영훈 박사는 연구개발에 대해 축구선수들이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로 연결해 골을 넣는 것처럼 기초, 응용, 상용화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 한국기계연구원]
송영훈 박사는 연구개발에 대해 축구선수들이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로 연결해 골을 넣는 것처럼 기초, 응용, 상용화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개발은 기초- 응용- 상용화 단계를 갖는데 축구에서 공이 수비수- 미들필더- 공격수로 전달돼 골로 이어지는 것처럼 연계성이 필요하죠. 그런데 우리는 각기 다른 종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단계별로 우수한 성과는 나올 수 있겠죠. 원인이 우리의 연구개발 시작시기 환경, 한정된 예산 문제도 있지만 연구자 개인도 연구개발이 기술발전과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송영훈 박사가 연구개발을 대하는 자세다. 연구개발 성과는 기초- 응용- 상용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송 박사는 이를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로 해석했다. 반도체 기술도 1906년에 시작돼 60년의 시간이 걸렸고 에어컨의 성능 좋은 냉매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오늘날 에어컨이 나오기까지 냉매 기술은 압축, 팽창 사이클 기술, 모터 기술 등이 축적돼 가능해졌다"면서 "기술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는 결코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런 과정이 쌓여서 어느날 성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예산이 적은편이 아니다.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연구기관도 갖춰져 있지만 기초- 응용- 상용화로 큰 기술을 내놓기 보다 논문, 특허, 시작품 숫자만 늘리는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내 연구자, 정책 전문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초-응용-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출연연의 역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 전 과정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는데 출연연만한 조직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송 박사는 여전히 현장행 중이다. 최근에는 발전소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실증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이번 미세먼지 저감장치는 특수차량에 적용된 것이다. 이젠 민수용으로 가고 해외에도 진출해야 한다"면서 "플라즈마 연구실의 기술 상용화는 오랜 기간 개발됐던 선행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기술이전과 상용화는 기초, 응용 개발를 통한 선행 기술 개발이 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뛰어난 연구실은 한 세대만 성장했다가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즈마 기술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자들의 헌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과제를 지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연구 지원을 지속키로 했다. 일반도로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아닌 군차량, 건설기계 중장비 등 특수환경에서 주로 주행하면서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차량과 장비에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