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01 14:50
[인터뷰] 유용상 KIST 박사·이승열 경북대 교수 , 연구비 없이 재밌어 한 연구 "앞뒤 다른 야누스 유리 개발했죠"
 글쓴이 : happy
조회 : 22  

연구비 없이 재밌어 한 연구 "앞뒤 다른 야누스 유리 개발했죠"

  •  김지영 기자
  •  
  •  승인 2020.10.29 19:17
 

[인터뷰] 유용상 KIST 박사·이승열 경북대 교수
경고알림 유리부터 수소저장용 창고 수소센서 등 활용 기대
"연구는 즐거워, 시간 쪼개서라도 해야"

 KIST 유용상 박사(좌)와 경북대 이승열 교수(우)가 개발한 유리를 앞,뒷면을 각각 들고 있다.[사진=KIST 제공]
 KIST 유용상 박사(좌)와 경북대 이승열 교수(우)가 개발한 유리를 앞,뒷면을 각각 들고 있다.[사진=KIST 제공]

 

"야누스 유리 개발 계기요? 학문적 호기심으로 후배와 순수하게 시작한 연구였죠. 연구비는 없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세계 처음으로 서로 다른 정보를 유리 양면에 제공하는 기술까지 개발할 수 있어 의미가 크고요. 상용화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에요. 재밌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유용상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박사)

"하나의 기판 안에 두 가지의 다른 현상을 만들어내는 이론을 처음 구축한 사례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은 잘 구현돼 있거든요. 야누스 유리 원리를 접목하면 다양하게 구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이승열 경북대 교수)

국내 연구진이 투명 유리지만 앞뒤 다른 색을 만들 수 있으면서 글씨까지 새길 수 있는 '광학야누스 유리'를 개발하고 원리를 규명했다. 주인공은 유용상 KIST 박사와 이승열 경북대 교수다.

유용상 박사와 이승열 교수는 지인소개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좋은 성과를 얻어 더 없이 기쁘다고.[사진=김지영 기자]
유용상 박사와 이승열 교수는 지인소개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좋은 성과를 얻어 더 없이 기쁘다고.[사진=김지영 기자]

 

최근 공동연구를 시작한 두 연구자는 죽이 척척 맞는다. 연구비가 없어도 흥미가 있다면 파고든다. 이번 과제도 그랬다. 타 과제에서 발견된 광학현상을 규명하느라 연구비는 '제로'였지만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에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유 박사는 제일 잘하는 실험을, 이 교수는 특기인 이론분석을 맡았다. 그 결과 세계 첫 양면 반전형 정보를 제공하는 유리창 기술을 개발했다. 

이 유리는 특정 액체나 기체 등 외부환경에 따라 색상을 변화하거나 새겨진 글씨를 보이게 할 수 있다. 수소저장용 유리 창고나 수소 센서 등으로 사용이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기술과 접목하면 날씨나 건물 정보를 제공하는 창으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계획에 없던 연구, 우연한 발견으로 더 좋은 성과

연구를 주도한 유 박사는 BT, NT, IT 등 다양한 연구를 즐기는 융합연구가다. 미세먼지부터 수중 속 나노 독성입자를 제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면서도 바이오에 관심이 많아 생명현상을 모사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것은 머리카락의 1/1000 두께인 30㎚(나노미터) 수준의 초박막 금속- 유전체-금속 구조의 수직배열 전극구조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구조를 활용하면 미립자를 잡아 색을 바뀌게 유도할 수도 미세먼지를 잡을 수도, 디스플레이로 개발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학야누스 유리.[사진=K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광학야누스 유리.[사진=KIST 제공]

 

광학야누스 유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같은 구조를 사용하되 이번엔 상부 금속층과 하부 금속층을 구성하는 나노층의 구성비를 다르게 제작해 유리 양면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광학야누스 효과'를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유리에 이미지를 새긴 후 가스나 각종 용액 등 유체가 금속층 사이로 침투할 수 있게 해 단면에 이미지를 나타내는데도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고비용의 장비 없이 단순한 증착 공정을 통해 나노구조로 만들 수 있어 제작 단가를 줄일 수 있다. 또 색이 바래는 기존의 컬러유리와 달리 염료 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이번 연구는 계획에 없었다. 일부러 광학야누스 유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연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우연한 시도에서 광학야누스 유리가 만들어졌고 오히려 그 과정을 규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유 박사는 "이 교수와 지난해부터 금속-유전체-금속 구조의 광학 센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이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에 계획에도 없던 보조 논문 한 편 써보자며 유리 위에 올려 만드는 투명한 광학센서 개발을 작게 시작했다""투명함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필름을 얇게 올리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우연히 앞 뒷면이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유리를 개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현상을 처음 본 유 박사는 '유리에 이미지까지 넣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험을 하던 학생이 연구하다 말고 급하게 뛰쳐나왔다. 양면에서 보이리라 생각했던 의도와는 달리 이미지 역시 한쪽에서만 구현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발견과 규명의 연속으로 연구 규모가 커졌다. 서울에 있는 유용상 박사와 대구에 있는 이승열 교수는 2018년부터 매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연구를 구체화해나갔다. 그렇게 앞뒤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일 수 있는 세계 첫 원천기술을 세상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이승열 교수"앞 논문을 보조하려고 했는데 새롭고 재밌는 현상으로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게 됐다"면서 "순수 학문적 호기심과 협력으로 시간을 쪼개 만든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수소 등은 새면 폭발 위험성이 있어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가 닿으면 위험하다고 글씨를 표시해주는 등 저장용 유리창고에 쓸 수 있고 이 외 수소센서로도 이용해 현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수소 등은 새면 폭발 위험성이 있어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가 닿으면 위험하다고 글씨를 표시해주는 등 저장용 유리창고에 쓸 수 있고 이 외 수소센서로도 이용해 현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팀은 광학야누스 유리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 박사는 "수소 등은 새면 폭발 위험성이 있어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가 닿으면 위험하다고 글씨를 표시해주는 등 저장용 유리창고에 쓸 수 있고 이 외 수소센서로도 이용해 현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열 교수"이 기술을 액정 디스플레이와 접목한다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 내 사람들에게 대형 스크린 없이 건물 전면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사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두 연구자는 광학야누스 유리를 상용화하기 위한 추가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유 박사는 "장점도 있지만 유리의 강도나 필요한 소재의 저가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 연구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기업과 많이 논의해보겠다"며 상용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앞으로 두 연구자는 상용화와 함께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연구비와 관계없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 실제로 유 박사는 연구비 없이 개인적으로 차세대 바이오, 전기센서, 광학필름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KIST 연구자로, 또 대학교수가 된 지 4년째가 된 두 사람은 "예전보다 담당하는 과제도 역할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재밌는 연구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고 싶다"며 다양한 연구활동을 예고했다.

KIST-경북대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앞뒤가 다른 야누스 유리.[사진=KIST 제공]
KIST-경북대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앞뒤가 다른 야누스 유리.[사진=KIS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