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01 20:24
'KAIST 최고 박사생'된 군인 "절박했다" , [화제] 권현 육군 소령, 3년간 26편의 논문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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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화제의 졸업생 권현 소령. 그는 KAIST 재학 36개월 동안 총 26편의 논문을 주요 저널에 게재하고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박사 학위받았다.<사진=권현 소령 제공 >
"KAIST 박사과정 동안 좀비 같은 생활을 했지만 군대 생활에 비하면 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웃음). 공부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보니 더 절박하고 간절했던거 같다. 앞으로 AI(인공지능)보안분야 및 보안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8일 KAIST는 코로나19로 미뤘던 'KAIST 2020 학위수여식'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박사 721명, 석사 1399명, 학사 726명 등 2846명이 학위를 받았다. 이 중 화제 중심에 선 졸업생이 있다. KAIST 재학 36개월 동안 총 26편의 논문을 주요 저널에 게재하고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박사 학위를 받은 권현 소령이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인 권 소령은 육군 위탁 교육생으로 KAIST 전자공학과에 진학해 석사에 이어 올해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인공지능·뉴럴 네트워크·회피공격:적대적 샘플 등을 포괄하는 머신러닝 사이버 보안과 침입감내 시스템(ITS, Intrusion Tolerant System)을 주로 다루는 시스템 보안 분야를 연구했다.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한 그는 "KAIST 첫 한 달 동안 '이렇게 복무해도 괜찮을까?' 싶었고, 군인에서 공부모드로 전환하는데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오랫동안 몸에 밴 군 생활과 군대 정신은 그의 박사과정 생활에 큰 도움을 줬다. 박사과정 재학 기간 중 12편의 주 저자 논문을 포함해 총 14편의 SCI(E)급 논문 출판할 수 있었고, 미국 군사 분야 학회인 밀컴(Milcom 2018), 컴퓨터 보안분야 학회인 'ACM CCS 2019' 등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학술대회에서도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평균 1.3개월동안 1편의 논문을 게재한 셈이다.
 
지난 28일 온라인 졸업식을 마친 권 소령은 전화인터뷰에서 "논문을 많이 쓰겠다는 목표를 가졌던건 아니다. 오히려 박사 1년 차 때 연구주제가 명확히 잡히지 않아 박사 학위만 무사히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면서 "오랜 군 생활로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부·연구할 수 있는 때가 있으니 많이 해놓으라는 지도교수님의 조언과 군 생활을 하며 다시 돌아오지 못할 현재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 위탁생 최초로 2018년 네이버 박사 펠로우십 어워드·2020년 KAIST 박사학위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하고 25개 SCI(E)급 저널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관련 연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사진=권현 소령 제공 >
◆ 우연한 기회, 그리고 군 생활

 
부천에서 태어나 자란 권 소령은 아버지가 사주신 컴퓨터로 게임하고, 친구들과 도마뱀, 잠자리 등을 잡고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공부에 관심이 있는 편도, 없는 편도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반 배치 고사 국·영·수에서 30점대를 맞으면서 거의 꼴찌를 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뒤늦게 공부해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선행학습을 해온 친구들과의 격차를 좁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규칙적 습관이었다. "고1 때부터 3년간 수위께서 문을 열 때 등교하고 문을 닫을 때 같이 하교하는 생활을 반복했다"는 그는 "학교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친구와 함께 책상에 앉고 일어났다. 각종 문제집을 게임을 하듯 경험치나 레벨업이라고 생각하고 풀었다"며 성적을 꾸준히 올릴 수 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다 고3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던 시기, 친구가 보여준 육군사관학교 전단을 계기로 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모의고사와 수능 성적을 높게 받는게 중요했다. 마침 육사 1차 시험이 수능과 비슷하거나 어렵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육사를 응시했다"면서 "이후 1차 면접, 2차까지 연속적으로 붙게 됐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도 마음이 맞아 육사에 가게됐다"고 회상했다.
 
◆ 생도 시절, 좋아하는 수학 계기로 통계 및 암호 공부 "AI 보안전문가 꿈"
 
권 소령은 생도 시절, 좋아하는 수학을 바탕으로 통계와 기하학 등 수학 이론과 암호를 배웠다. 2010년 임관 후에는 1년간 강원도 인제 원통 부대에 연대 수색소대장을 하면서 천리행군, KCTC 과학화훈련, 연대 RCT 평가 등을 했다. 이후 연대교육장교, 연대정보장교 등을 하면서 보안 감사 등을 맡았다.

그러다 생도 시절부터 알고 있던 '육군 위탁 교육생' 프로그램 지원기회를 얻은 그는 2013년 KAIST 석사로 전산학부에 입학, 2015년 8월 졸업했다. 이후 육사전자공학과에서 근무하다 2017년 다시 '육군 위탁 교육생'으로 KAIST 박사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영어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또 오랜만에 공부를 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정상적인 학교생활까지 반년이 걸렸다. 그는 "박사 1년 차 때는 연구주제가 명확히 잡히지 않아 가장 힘들었다"면서 "과연 박사 졸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도움을 준 것이 지도교수윤현수 교수였다. 윤 교수는 권 소령이 스스로 원하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덕분에 그는 평소 AI 관심에 비해 취약점이나 보안에 관한 관심이 부족하다 느꼈던 국내 딥러닝 보안 문제를 주제로 연구했다. 예를 들어 적군을 공격하면서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오인식 데이터 생성 분야 등이다. 이 외에도 시스템 보안, 백도어 공격 등 군 상황에 대입 가능한 주제 위주로 연구하며 3년간 총 26편의 논문을 쓸 수 있었다.
 군 위탁 장교들과 함께.<사진=권현 소령 제공 >
그가 이렇게 충실한 연구 생활을 보낼 수있었던데에는 10여년간 군인으로 살아오며 몸에 밴 규칙적 생활도 한몫했다. 그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기숙사에서 눈뜨자마자 식사 후 연구실로 곧장 이동하고 새벽 1~2시가 되면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논문 한 편을 마무리한 후에도 쉬는 법이 없었다. 학회 논문 발표 후 심사의원 조언을 바탕으로 연구실 복귀하자마자 연구하는 모습은 동료들에게도 신기한 모습이었다.
 
지칠법도 한 연구생활. 하지만 3년간 그를 쉬지 않고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절박함'이었다. 그는 "군 위탁프로그램은 최대 4~5년을 보장한다. 시간이 정해져있다보니 절박하고 간절했다"면서 "군 생활은 조직이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협조하며 지휘관 의도에 맞춰 움직인다면 공학도 생활은 개인적인 연구를 위해 스스로 주도적으로 연구할 주제를 찾아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전문분야를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기회'라 조언해주신 교수님 덕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힘든 생활을 즐겁게 해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KAIST를 떠난 지 6개월, 그는 세종관 기숙사에 나와 아침 가로수길을 걸었던 기억, 저녁 야식의 추억, 간식을 챙겨 나와 건물 소파에서 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던 장면들이 사진처럼 머리에 남아있다.
 
그는 "KAIST 박사과정을 하면서 마음껏 연구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어 후회가 없다"면서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보안 문제 연구나 최신 딥러닝 모델에 대한 보안 취약점 분야 등을 계속 탐구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AI 보안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학문영역을 확장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