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25 14:25
장기수 기초지원연 본부장 "기반마련 위해 꼭 해야할 일" , 장비 연구자 외침 "가속기 달린 현미경 만들고 싶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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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구장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광학현미경 개발 그룹. 사진 오른쪽이 장기수 본부장.<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소재·부품·장비 분야 일본 수출규제 1년이 지났다. 장비 분야 국산화 비중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산업장비가 아닌 연구장비 국산화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대형 연구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연구장비 관련 시장은 연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산 연구장비 비중은 최근 5년간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1년 20.4%에서 2016년 9.5%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연구장비 국산화를 위해 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연구자가 있다. 장기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장. 장비 개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장 이렇다 할 효과도 낼 수 없어 예산 감소 등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장비 국산화 기반 마련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가 이처럼 연구장비 개발에 집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원 시기부터 각인된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의 시작점은 연구장비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실험과 분석 장비, 장치가 우선 필요하다. 또 장비 개발은 비슷한 원리지만 적용에 따라 다른 분야 장비까지 탄생할 수 있어 그 기반, 플랫폼 마련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즉 연구장비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장 본부장은 공초점현미경열반사 기능을 입혀서 반도체의 열을 보는 장비 개발에 성공, 기업에 이전했다. 장 본부장팀이 개발한 기술이 논문으로 알려지면서 2017년 8월 기업에 이전됐다. 이 장비를 활용해 연구자들이 쓴 논문만도 10편이 넘는다.

그는 "장비 개발의 최종 목표는 논문이 아니다. 기술이전 후 제품화해서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잇게 하는 것"이라면서 "장비 개발 과정 중 논문도 30여편 썼는데 논문을 쓰는 이유는 장비 개발 소식을 알려서 사업화 속도를 앞당기기 위함이다. 논문을 보고 연구자, 기업 등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그러면서 기술 이전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세부 규정 잘 몰라 곤란 겪기도

"연구만 하다가 기술이전을 하고 보니 비즈니스의 세계였어요. 의도치않게 연구자가 규정위반으로 다칠 수도 있겠더라고요. 사실 규정을 상세하게 알지 못하거든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기관과 연구회의 법적자문 제도 등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은 됩니다."

장 본부장은 이야기를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때 국내에서 기술실시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단다. 그는 "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나니 중소기업과 대기업 두 곳에서 기술을 이전받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왔다"면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이전했지만 고민을 했었다. 규정상 고민할게 아니었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은 중소기업으로 잘 이전되고 제품화 됐다. 그러나 실험실 밖은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이런 경쟁 속에서 연구자는 때때로 법적인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는 장비개발 기반 마련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여전히 연구 장비 R&D에 매진 중이다.

◆ 더디지만 각 분야 장비 개발에 집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 질량분석기 개발 그룹.<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정부R&D 예산을 통해 국내에 구축된 연구장비74.4%(2005~2018년 기준)는 미국과 일본, 독일 제품이다. 구축 수 기준 전체 2만687점의 장비 중 2190점(10.6%)만 국산이다. 금액 기준은 전체 3조2913억원 중 5455억원(16.5%). 연구장비 구축 금액의 83.5%가 외산 장비 구입에 사용되는 셈이다. 물론 외산 장비를 선호하는 연구자를 탓할 수 없다. 연구자들의 요구에 못 미치는 국산 장비의 신뢰성, 성능 문제도 있고 국내 장비 연구개발 한계도 있다. 국내에서는 기초지원연을 중심으로 연구장비를 개발하고 역량을 높여가는 중이다.

장 본부장에 의하면 기초지원연은 분석과학 연구장비 개발 사업을 보급형(패스트 팔로우형)과 선도형(퍼스트 무버형)으로 구분해 진행 중이다.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로 접어들며 보급형인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 투과전자현미경 개발, 선도형인 다중모드 나노 바이오 광학현미경, 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 분석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는 자기장 발생 플랫폼과 극저온 냉각기술을 이용해 물성을 측정한다. 고효율의 전자석 플랫폼, 프로브 기술, 대구경 저온초전도 코일, 냉각 기술 등 각각의 요소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모두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소재 분야에 많이 활용되는 장비로 전 세계적으로 1~2개 회사만 가능하다. 그 정도로 기술이 어렵다"면서 "글로벌 장비 기업간에도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경쟁이 엎치락뒤치락 치열하다. 기술을 개발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이전해 간다"고 말했다.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개발과 기술 이전 성과를 낸 다중모드 나노·바이오 광학현미경생체조직, 세포 등 나노·바이오 물질을 실시간 영상화 한다. 차세대 광학현미경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는 대부분 수입제품에 의존한다. 장 본부장은 "광학 현미경은 3차적 간접효과가 큰게 사실"이라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OLED 등 산업경제에 미치는 간접효과도 크다. 당장 장비 매출 규모보다 산업분야에 주는 파급효과, 영향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은  고분해능으로 열을 볼 수 있는 기술로 우리가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시장의 요구에 맞는 추가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특허를 내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용 가능성은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분석기국산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장비는 바이오 유기물이나 반도체 소재 분석에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된다. 2017년부터 시작돼 1단계를 마치고 올해부터 2단계 연구에 들어갔다. 고성능 질량분석 장치개발과 3차원 질량 이미징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실험실 제품으로 90%까지 완성됐다. 장 본부장에 의하면 현재 샘플을 측정하며 사용자의 요구를 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안에 실험실 장비로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그는 "이는 소재, 바이오, 에너지 분야 가릴 것 없이 많이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아직 걸음다 단계지만 연구분야에 꼭 필요한 기술로 자체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연구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17년부터 기초지원연의 예산 중 장비개발 분야 비중을 높였다"면서 "2019년 1단계를 끝내고 평가를 통해 2단계 개발을 시작했다. 선도형은 우리가 앞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장비는 개발까지 시간,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 이런 부분에 공감하며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장비 강국으로 가는 길, 기술 개발 기반에 달렸다" 

장 본부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물리학 분야 저명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예로 들며 장비 개발 기반(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술지에 '가속기가 달린 투과전자현미경'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투과현미경에 가속기 달기는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실제 구현은 무척 어려운 기술"이라면서 "가속기 기술과 가속기를 붙일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 기반 기술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런 기반 기술이 빈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이처럼 저변에 깔린 기술들이 많아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결과를 저널에 올리고 상품으로 만들어 연구에 사용한다. 소재 등 산업에서 활용하며 다양한 성과로 이어진다"면서 "투과전자현미경은 전자를 가속해 투과된 전자를 이미징하고 샘플 정보를 분석하는 것으로 전압이 중요하다. 전압이 높으면 더 작을 것을 볼수 있다"며 연구장비 기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장비는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큽니다. 소재, 신약, 스마트폰 센서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기본은 장비거든요. 우리나라 늦었지만 장비에 투자하고 있어서 다행이죠. 다만 당장 매출 효과, 고용창출 등 정량적 수치로 평가하기보다 장비를 활용한 산업에서 일어나는 2차, 3차 부가적 효과까지 보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연구 장비 개발의 최종 목적은 상용화와 연구자의 사용임을 강조했다. 그는 "장비를 개발하고 논문도 써야 하지만 그 논문은 기술 신뢰성 확보와 기술이전을 위한 수단"이라면서 "연구장비는 연구성과를 넘어 산업계, 연구현장에 어떻게 활용될지 시야를 넓게 보고 해야 한다. 평가도 실용화 가능성, 파급효과 등이 더 크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