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9-29 21:29
최원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소금으로 차세대 배터리 만든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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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으로 차세대 배터리 만든다

2017년 09월 29일 09:30

  석탄 화력발전소를 멈추고, 경유차를 줄이는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찾는 시대다. 대안으로 꼽히는 신재생 에너지에는 큰 허점이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보관하고 필요할 때 공급할 수단이 전무하다. 휴대기기나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로 대용량 전력 저장 장치를 만들기엔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든다. 필수 원료인 리튬의 가격은 올해 3월에 비해 9월에 무려 29%나 올랐다.


  리튬의 대안으로 꼽히는 재료가 있다. 나트륨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소듐이다. 리튬과 같은 1가 이온이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리튬이온전지를 구성하는 다른 재료와 호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하기 쉽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해수에 녹아있는 이온 중 염소 다음으로 많다.


  최원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소듐을 2차 전지 소재로 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재료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소듐을 저장할 물질로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쓰는 탄소 기반의 물질 대신 안티몬을 선택했다. 안티몬은 용량을 2배로 키울 수 있지만,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물리적으로 부피가 팽창해 전지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실리콘 오일에 안티몬 나노 입자를 섞어 부피가 팽창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실리콘 오일은 점도가 높아 안티몬 입자의 팽창을 억제한다. 이렇게 만든 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250회 이상 반복해도 부피 팽창 없이 성능을 97% 유지했다.


  바닷물 자체를 2차 전지 재료로 쓰려는 시도도 있다.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해수에 들어있는 소듐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2차 전지를 개발해 실용화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고체 세라믹 전해질에 소듐 이온을 가뒀다가 바닷물에 이 세라믹 전해질을 담그면 저장됐던 소듐 이온이 튀어나가는 원리로 전지를 만들었다.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세라믹 전해질을 이용해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전지를 만들었다. 바닷물에 넣으면 소듐이온이 전지와 바닷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작동한다. 원 모양과 작은 사각형 코인셀을 연구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 울산=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세라믹 전해질을 이용해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전지를 만들었다. 바닷물에 넣으면 소듐이온이 전지와 바닷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작동한다. 원 모양과 작은 사각형 코인셀을 연구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 울산=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 비상 발전 시스템이 고장 난 사건을 계기로 바닷물에 잠겨도 작동하는 전지를 구상했다. 바닷물에 들어가야 작동하기 때문에 항구 도시에서 대용량 전력 장치로 쓸 수 있다. 김 교수는 “수중 탐사 로봇이나 배처럼 항상 바닷물과 인접한 환경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부이(Buoy)용 해수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먼바다에 뜬 채로 해류나 해수의 수온, 염분 농도, 해수면 높이 등 자료를 모으는 센서를 부착하고 있는 부이에 적용하는 것이다.


  소듐 2차 전지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듐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반지름이 크다. 따라서 반응이 느리고, 무겁다. 다만 원료 자체는 충분해 대용량 전력 저장 장치에 유용할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만든 전기를 어딘가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써야 한다. 최 책임연구원은 “리튬이온 대용량 전력 저장 장치는 가격과 안정성 문제 때문에 1MWh 수준에서 가능성만 확인한 상태”라며 “소듐이온은 리튬이온을 대신할 유력한 후보 물질로 10~20년 정도 꾸준히 연구하며 발전시키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