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7-02 13:19
[SOUTH AFRICA 2010] "분위기 살리려 더 방방 뛰고 소리 질러댔죠"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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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FRICA 2010] "분위기 살리려 더 방방 뛰고 소리 질러댔죠"

  • 입력 : 2010.07.02 03:05

대표 문지기로 큰 정성룡 "그리스전 아침 선발 통보 자신감·첫아기 최고열매"

지난달 26일 한국우루과이에 1대2로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졌을 때 한국팀 골키퍼 정성룡(25)의 눈물을 닦아준 것은 팀 맏형 이운재(37)였다. 한참 어린 정성룡과의 주전(主戰) 경쟁에서 밀린 이운재였지만, 후배에게 다가가 "울지 마.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네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다독였다. 1일 경기도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정성룡은 "월드컵에서 승리와 패배를 겪으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 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성 박주영이 골대로 와 위로

정성룡은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이 열렸던 12일 오전 팀 미팅에서 김현태 GK 코치로부터 처음 "네가 주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성룡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을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무실점 경기(2대0승)로 이끌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골키퍼가 불안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평소보다 더 높이 뛰고 소리도 크게 질렀다"고 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 승리 이후엔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정성룡은 "첫 경기 승점 3점을 얻은 날만큼은 다른 어떤 팀도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정성룡은“그리스전에 내가 주전으로 출전한다는 소리를 듣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기쁨도 잠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선 4골이나 내주며 졌다. 정성룡은 "골이 날 때는 공격수인 (박)주영이부터 (박)지성이형이 골대까지 내려와 괜찮다고 다독여 줬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한국 팬들은 아르헨티나전 1대4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16강은 틀린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으나, 대표팀 분위기는 달랐다고 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별문제 아니다. 3차전에서 잘하면 16강에 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정성룡은 전했다.

아르헨티나전의 오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정성룡은 아직도 아쉬워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이 넣은 세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를 심판이 골로 인정한 오심이었다. 정성룡은 "나중에 심판이 공식적으로 사과했을 때 우리 팀 모두가 허탈했다"고 말했다.

"하늘이 도운 16강"

한국이 16강행을 결정한 나이지리아전(23일)에 대해 묻자, 정성룡은 "하늘도 한국을 도왔다"고 했다. 나이지리아가 전반에 날린 중거리 슈팅은 골포스트에 맞았고, 후반에도 야쿠부와 마르틴스가 완벽한 찬스를 못 살렸다. 정성룡은 "완벽한 실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노골이었다. 그때 '적어도 지지는 않겠다'라는 감(感)이 생겼다"고 했다. 승리한 뒤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우리가 진짜 해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정성룡은 "국내 리그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이 1대2로 패한 16강 우루과이전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정성룡은 "특히 (이)운재 형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이운재는 승부차기에 대비해 한국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특별한 지시는 없었지만, 선수들 모두가 승부차기엔 이운재가 나갈 걸로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갈 기회는 한국에 주어지지 않았다.

정성룡은 남아공월드컵으로 2가지를 얻었다고 했다. 하나는 "우리 축구가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고, 또 하나는 지난 18일에 태어난 첫 아이 '사랑이(태명·아들)'였다. 월드컵 얘기를 하면서도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예쁘게 생겼다"며 정성룡은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 정성룡은

▲1985년 1월4일생 ▲키 1m90, 몸무게 86㎏ ▲서귀포중―서귀고―프로 성남일화 ▲국가대표 경력=2005년 20세 이하 월드컵,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남아공 월드컵(A매치 20경기 15실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