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09 20:44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 ‘티끌 물’ 모아 ‘큰 가뭄’ 잡는다
 글쓴이 : happy
조회 : 6  

‘티끌 물’ 모아 ‘큰 가뭄’ 잡는다

2017년 06월 09일 09:01

 “냄새가 고약하지요? 그래도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냄새와 부유물을 제거하면 변기 물 정도로는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변기 물은 어차피 흘려보내야 하는 물이니까요.”


  가뭄으로 전국이 바싹 말라가고 있던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를 찾았다. 심각한 가뭄 속에서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39동 지하 2층에 있는 250㎥ 규모의 ‘빗물 탱크’를 소개했다. 빗물과 샤워 오수를 모아 정수하는 장비다. 정수된 빗물과 샤워 오수는 39동 전체에 있는 변기 물로 쓰인다. 이 장비 덕분에 39동은 지난달 25일 단수 사태에도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이 물을 변기용으로 사용했고, 상수도 탱크의 물은 식수로만 썼다. 한 교수는 “현대사회는 지면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빗물을 모두 버리게 된다”며 “빗물만 잘 모아도 물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샤워용수로 사용한 물(왼쪽)을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냄새와 부유물을 제거하면(오른쪽) 변기 오물을 해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샤워용수로 사용한 물(왼쪽)을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냄새와 부유물을 제거하면(오른쪽) 변기 오물을 해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 변기로 버려지는 물을 아껴라!


 
물을 아끼는 방법 중 첫 번째로 변기를 꼽은 이유는 변기가 정말 물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물을 한 번 내리는 데 최대 12L까지 든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가정용수 사용량은 하루 약 180L. 하루에 변기 물을 5번만 내려도 60L가 필요하다.


  기존 변기는 S자형 관과 사이펀 현상을 이용해 오물을 흘려보낸다. 사이펀은 용기를 기울이지 않아도 높은 곳에 있는 액체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높은 곳에 있는 액체 표면에 호스 끝을 담그고, 호스 반대편을 낮은 곳에 있는 용기에 두면 대기가 높은 곳에 있는 액체 표면을 누르는 힘 때문에 액체가 호스를 타고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사이펀 현상은 낮은 곳에 있는 액체와 높은 곳에 있는 액체의 표면 높이가 같아질 때 멈춘다. 변기 역시 오물을 완전히 흘려보낸 뒤 낮은 곳에 물을 채워 높은 곳(변기)까지 도달시켜야 하기 때문에 물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변기 중에는 사이펀 현상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 잘 구부러지는 관을 이용해 물을 내리기 전에는 관을 U자 형으로 유지하다가 버튼을 누르면 거꾸로 된 U자 모양으로 관 모양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중력의 힘으로 오물을 내보내는 방식이다. 현돈 여명테크 대표는 죽전휴게소나 당진 공중화장실 등에서 시험한 결과 1회 평균 14.21L씩 사용되던 물을 4.88L로 줄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변기 물을 1회 내리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회당 9L로 줄이면 물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1인 평균 하루 5회 변기 물을 내린다면 하루 물 사용량이 22억5000만 L 정도 줄 것으로 추산된다.


● 작은 ‘웅덩이’로 ‘큰 가뭄’ 잡는다


  평소에 내린 빗물을 잘 모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큰 댐이나 보에서 모을 수도 있지만 산림 관리를 잘해 토양과 대기가 머금은 수분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동유럽 슬로바키아는 2010년 10월부터 ‘자연 복원화와 통합하천 유역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농지를 만들고 산림을 벌채한 뒤 가뭄과 홍수가 자주 발생해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산 구석구석 간단한 물막이 건축물을 세워 소규모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나무로 만든 간단한 ‘미니 댐’으로 소규모 저수지를 많이 만들어도 가뭄과 홍수를 대비할 수 있다. - 한무영 교수 제공

나무로 만든 간단한 ‘미니 댐’으로 소규모 저수지를 많이 만들어도 가뭄과 홍수를 대비할 수 있다. - 한무영 교수 제공


  방법은 의의로 간단하다.
나무나 돌로 규모가 작은 계곡이나 개천에 담을 쌓는다. 처음 만들어진 담은 구멍이 많고 엉성하지만 곧 물이 흘러가면서 물에 포함된 퇴적물이 구멍을 막아 작은 샘이 만들어진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이 웅덩이를 만드는 데 ㎥당 고작 4유로(약 5000원)밖에 들지 않았다. 2011년까지 18개월간 만든 웅덩이 수는 약 8만 개로 총 1000만 ㎥나 되는 저수 용량을 확보했다. 슬로바키아는 이 용량을 최소 2억5000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 교수는 “
대규모 댐이나 보에 물을 저장하는 것을 사람 등에 멘 큰 배낭이라고 생각한다면 슬로바키아의 사례는 바지 주머니나 셔츠의 가슴 주머니처럼 작은 주머니”라며 “작은 주머니를 여러 개 만들어도 물을 붙잡아 두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