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26 17:07
[생활정보] [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 ⑧]이종교 화학연 박사 , 바이러스 검사 사령탑···"경찰호출·평가D에도 강행군"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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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_ 이종교 화
바이러스 소독, 살균 기업제품 성능 검사 사령탑 화학연 BL2+ 실험실.<영상= 길애경 기자>  

"최근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거에요. 기업에서 요청한 제품 성능 검사를 해줬는데 그 기업에서 다르게 희석한 제품을 만들고 성능 검사로는  실험한 결과를 인쇄해서 광고를 한거죠. 걱정요? 신경안써요. 그런거 무서워서 할 일을 못하지는 않죠."(웃음)

32년간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이종교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기업지원 바이러스 검사 사령탑이다.

내년 2월 정년퇴직으로 조금은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법도 한데 최근 12시간씩 강행군하며 바이러스 실험을 진행한다. 기업들이 요청한 제품(소독제나 살균기기)이 바이러스를 없애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으로 확인한다.

강도 높은 일정을 보여주듯 그의 목에는 파스가 겹겹이 붙어있다.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하니 "코로나19이후 기업들의 요청이 폭주했다. 지금도 하루에 20여통 이상의 전화가 오는데 사람이 없어 혼자하다보니 걸러서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로 대신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기업들도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특히 살균, 소독제 제품이 주목되며 기업마다 개발한 제품의 바이러스 성능검사 요청도 활발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는 바이러스와 생물안전등급2(BL2) 이상의 실험실을 보유한 화학연에서 주도적으로 진행 중이다. 주로 소독과 살균기 등 제품의 성능 검사를 해주고 있다. 기업은 성능 검사 자료를 바탕으로 제품 허가 등록을 하게 된다.

이종교 박사 "연간 15~20건이던 제품 성능 검사가 최근 한달사이 150건이 들어왔다. 검사하려면 바이러스 배양 설계부터 실험, 데이터 확보까지 짧게는 열흘, 길게는 30일이 걸린다"면서 "갑작스런 증가라 인력을 요청해도 반영되기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 것을 알기에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2시간씩 실험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 "평가 D 받기 일쑤지만 기업 지원위해 장비도 디자인"

이종교 화학연 박사는 바이러스와 장비를 활용해 기업을 지원한다. 최근 한꺼번에 10년정도 분량이 몰리면서 12시간씩 근무하며 강행군 중이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소독제, 살균기 등 기업에서 요청한 제품의 성능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B2+ 실험실 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바이러스를 보관중인 액체질소 통, 이 박사 뒤로 생물안전작업대와 세포 보관 냉장고(등뒤), 바이러스 보관 냉동고(영하 70도 이상 유지), 기업의 제품 성능을 검사하는 장비.<사진= 길애경 기자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생물안전등급(BSL) 실험실 건물. 1층에 들어서 신발장에 신발을 벗고 지정된 마루 바닥(작은 공간)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니 액체 질소통, 영하 70도의 냉동고(바이러스 보관) 등 기기들이 공간내에 가득하다. 오른쪽 실험실에는 생물안전작업대와 세포 보관 냉장고(오염, 비오염 별도 보관), 왼쪽방에는 크기가 각각 다른 실험 장비들이 자리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BL2+ 실험실. 생물안전작업대, 헤파필터를 적용한 덕트 등이 설치돼 있어 BL2+ 실험실로 분류된다. 실험 장비의 대부분은 이 박사가 직접 설계해 만들었다. 그가 기업 지원에 애정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종교 박사는 기업에서 요청한 바이러스 소독이나 살균 기기의 성능 검사를 한다. 이 박사의 시험 일정은 우선 기업에서 제품 성능 검사 요청이 오면 실험을 어떻게 할지 디자인이 시작된다. 주로 면담으로 이뤄졌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면서 비대면인 전화로 상담을 한다.

"성능 검사는 실험을 위한 설계(디자인), 실험, 데이터 확보로 진행됩니다. 상담을 통해 제품에 적합한 바이러스를 찾게 되고요. 코로나19처럼 BL3 이상에서 실험해야하는 바이러스는 소독 실험을 할 수 없어요. 현재 코로나19 대응 제품에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소독제는 바이러스로 오염된 세포에 뿌려서 실험을 하고 살균기기는 별도의 장비에 제품을 넣고 그 안에 바이러스를 뿌려서 제거하는지를 보게 된다"면서 "소독이나 살균 제품은 바이러스를 100%로 죽이지 못해도 바이러스 표면에 상처를 입혀 활동을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사용되는 성분을 적합한 농도로 배합한 제품 대부분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실험때와 달리 배합한 제품은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경찰서 2곳에서 연락이 온 것도 그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실험에 따른 예산 지원에 대해 물었다. 이 박사는 "다른 연구팀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매번 예산이 없어 허덕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실험실 유지를 생각하면 많이 받고 싶지만 기업들 상황도 알고 출연연이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필요한 금액의 오분의 일 수준을 받는데 실험 결과가 안좋게 나오면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해 못주는 기업도 있다"면서 "기업 지원은 특별한 논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평가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젊은 연구자들이 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박사는 평가 DDC(3년간 연속 D를 받으면 해고)를 연속으로 받으며 겨우 버텨왔다. 그동안 그가 지원한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 대박난 기업이 있느냐고 물으니 실험까지가 내 역할이라며 선을 긋는다. 실험을 마친 후 바이러스에 오염된 장비 등 청소도 그의 몫이다.

◆ "바이러스 실험은 다른 실험 100건 수준, 다른 기준 필요"

"바이러스 제품 실험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른 실험 100건과 맞먹는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실험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다보니 지원 건수가 적어서 예산, 인력 지원이 안되죠. 감염병이 지속해 발생하는 추세로 이 분야 기업 창업도 늘고 있는데 제대로된 지원을 위해서도 특성에 맞는 적합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 박사에 의하면 화학연은 100여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보유중이다. 그중 60여종은 이 박사가 1988년 화학연에서 일을 시작한 후 지속해 구입하거나 배양하면서 확보했다. 지금은 바이러스 구입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는 "초기에는 미국 미생물보존협회(ATTC)에서 필요한 바이러스를 구입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생물자산으로 각국이 보호에 나서며 점점 구입 폭이 줄고 있다"면서 "바이러스는 액체 질소 충전 등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 때문에 잘 활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제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업 지원도 출연연의 역할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기준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끝으로 "기업 지원을 하고, 지금의 연구동 건물을 지으면서 한동안 너무 바빠 연구를 마치지 못한 게 있다. 허피스 바이러스 재발 기전 연구를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더 아쉬운 것은 누군가 재료를 버렸다"면서 "은퇴 후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은퇴 전까지는 기업 지원을 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기업지원에 열정을 표했다.
화학연 BL2+ 실험실 앞에 선 이종교 박사. 그는 기업지원도 바이러스와 실험실을 보유한 출연연에서 꼭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한다.<사진= 길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