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1-11 14:51
[건강한 삶] 대덕은 '바이오 창업' 메카···교류 촉진 '소통 공간' 절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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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출연연, KAIST, 대학, 200여 개 바이오벤처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밀집된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없는 유일한 도시다. 수젠텍, 지노믹트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굵직한 바이오벤처들이 2000년대 초 대전의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하고 자리를 잡으며 성장해왔다.

연구 기반이 탄탄하고 핵심 인력이 있다는 점 등은 대전만의 분명한 강점이다. 이런 구슬을 잘 꿰면 보배가 된다. 이제는 차세대 바이오벤처들을 끌어모을 인프라를 갖춰 제대로 된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에 바이오클러스터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달 23일 바이오 관련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좌담회를 갖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자원을 이을 컨트롤타워와 창업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근에 스타트업 육성 단지를 세워 기업을 지원하고 교류하는 용도로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교수와 연구원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바이오' 하면 대전을 떠올릴 수 있게 대전 바이오벤처의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브랜드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김정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경영기획부장(이하 김 부장) ▲문창용 대전시 국장(이하 문 국장)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이하 서 대표) ▲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이하 이 대표)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이하 이 이사)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이하 전 교수) ▲조군호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장(이하 조 센터장)이 참여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김정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경영기획부장, 문창용 대전시 국장,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 조군호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장,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사진=대덕넷 >
Q.대전, 바이오 발굴에 강해···필요한 것은 '공간'

이 이사 : 대전은 서울·경기권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벤처가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기반과 연구 관련 이야기를 논의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약점은 병원이다. 투자사에서도 농담 삼에 우리나라 벤처가 임상을 할 때 서울 세브란스나 아산병원이 아니면 뭔가 부족하지 않냐고 이야기한다. 대전의 병원도 바이오벤처와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혁신하면 좋겠다. 병원과 협업하면 대전이 초기 바이오벤처의 요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대표 : 벤처가 해외에 나가려면 회사 운영 비용이 적게 들어야 유리하다. 네 번의 창업 모두 대전을 선택한 이유다. 아쉬운 점은 인력수급이다. 반면 가장 큰 자원은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다. 두 건물 가운데에 큰 비즈니스 복합 단지를 세워서 기업에 투자한다면 융합이 자유로운 생태계가 되지 않을까. 클러스터간 연계도 쉬워지고 차별화가 될 것 같다. 

전 교수 : 창업을 해보니 초기 단계에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들이 입주해서 KAIST, 생명공학연구원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교류가 잘되고 장비 공용 사용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렇게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공간을 만들면 교수와 연구원 창업이 활발해지고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김 부장 : 대전이 모든 것을 갖출 수는 없다.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점차 발전시키는 게 좋겠다. 바이오의 영역인 발굴·개발·생산 중 대전은 발굴에 강하다. 이후 단계는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이스라엘 출신 창업가들이 미국 보스턴에 세운 회사가 120개 정도다. 꼭 한국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Q.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서 배울 것, 협력 연구문화

김 부장 :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을 정리해봤다. 세계적인 대학의 존재 자체보다 기업의 수요에 맞게 협력하는 연구문화가 첫 번째다. 좋은 기술이 기업에 넘어간다. 연구 중심 병원과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우수인력도 큰 요인이다. R&D 인력이 2만8000명이고 산업계 종사자가 10만 명이다. 또 대형 글로벌 바이오제약사가 1000여 개 이상 스타트업과 협력한다. 여기에 풍부한 자금과 주 정부의 정책도 더해진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100번 이상 있었다고 한다. 10년 전 보스턴과 현재 대전의 모습이 비슷하다. 우리가 중점을 둘 부분은 ▲중계연구 ▲기업가문화 ▲인력양성 ▲인프라 ▲생태계다.

문 국장 : 대전은 보스턴과 유사하다. 대전 출신 학생과 교수의 창업으로만 대전을 채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스턴에는 세계 우수 인력이 몰려온다. 우리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알리고 창업하는 공간을 마련해놓으면, 수도권 사람들도 여기 와서 창업할 것이다.

서 대표 : 기업과 대전시 나름대로 각자 돌파해야 할 장애물이 있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작더라도 넘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KAIST, 대학, 병원에 있는 좋은 인재들이 창업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전에서 의지할 수 있는 자원은 연구원과 대학이다. 그러나 창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가 많다. 교수의 창업 겸직 기간은 5년으로 제한됐으며 교수 평가 시스템도 창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수가 창업을 두려워하고 창업에 발을 내딛기까지 많이 고민한다. 시와 국가에서 이런 어려움을 안고 가는 정책, 즉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정책, 보증을 서주는 정책들을 만든다면 상당히 많은 창업이 이뤄질 것이다. 이것이 급선무다. 

Q. '바이오' 하면 대전···성공사례 중심 브랜드화 필요

서 대표 : 벤처투자자와 해외 대형 제약사가 왜 대전에 오지 않을까? 지금은 대전 기업들이 각개전투로 성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배경인 대전은 주목받지 못한다. 기업이 대전이라는 큰 브랜드를 가지고 대기업, 제약사, 투자자를 만나면서 기업과 대전 둘 다 주목받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이전 같은 성공 이야기를 잘 풀어서 확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이사 : 척박한 환경에서 대전만 살아남았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제2의 보스턴보다 대전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러려면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 물질이 나중에 신약이 된다면 '왜 하필 대전에서 됐을까?'라는 관심을 받을 수 있다. 1~2년 만에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는 없다. 대전은 훌륭한 연구자, 산업계, 투자자가 분명히 있다. 최대한 자원을 활용하자.

전 교수 :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과는 기존에 쌓아온 것을 통해 꽃을 피운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전의 문제는 바이오 벤처계를 이어갈 차세대가 부족한 것이다. 5년 뒤에는 기업이 확 줄어들 것이다. 현재 바이오벤처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게 시스템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많이 키워야 한다.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대전은 바이오 허브를 조성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조 센터장 : 사람들이 바이오 하면 오송, 대구, 송도, 원주 등을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대전의 바이오 산업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 부장 : 대전 바이오 현황을 정리한 영문 자료 등 기본적인 것도 갖춰야 한다. 지금은 해외에 대전을 소개할 자료가 전혀 없다. 또 대전에서 정기적으로 바이오 관련 축제를 열어 벤처들도 방문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지난달 23일 대덕넷 회의실에서 '대덕 바이오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대덕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