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2-07 16:55
[건강한 삶] 다큐멘터리 ‘알파고’를 보고 패배감을 벗어던져라?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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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파고’를 보고 패배감을 벗어던져라?

2017년 12월 06일 16:30

2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바둑에서 이긴 날,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다. 나뿐이 아니었다. 이 게임을 지켜본 대다수의 인간이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세돌 9단이 컴퓨터라는 낯선 상대와 했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남은 게임에서는 우리의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세돌의 완패. 이세돌 9단이 3연패를 당하자 무력감과 패배감, 공포심이 인간인 우리를 둘러쌌다. 그나마 네 번째 대국에서의 승리가 인간들에게 약간의 위로가 됐지만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패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도 숭고한 정신력의 싸움이라는 바둑에서.


인간은 기계에 지배당할 것인가. 이것이 모든 언론과 미디어의 화두로 떠올랐다.


4일 저녁 프레스 시사회를 통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 대국 뒷얘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알파고’를 봤다. 다큐멘터리 ‘알파고’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가 제작한 영화다. 감독은 그레그 코즈(Greg Kohs)가 맡았다. NFL(미식축구리그)을 다룬 작품들로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을 무려 10차례나 수상한 인물이다. ‘송 성 블루'(2008년), ‘더 그레이트 얼론'(2015년) 등이 대표작이다.

 

다큐멘터리 알파고는 무력감과 패배감에 빠진 인간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 “나(알파고)는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낮춘다. 알파고도 알고보면 별거 아니고, 인간은 여전히 위대하다는 메시지다.


3연패 후 이세돌 9단은 4번째 대국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다. 영화는 이 점에 주목한다. 이 게임에서 흰돌을 쥔 이세돌 9단의 78수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세돌 9단은 그 수를 둔 이유에 대해 “그 수 외에는 둘 수가 없었다. 둘 수밖에 없었던 수를 뒀는데 찬사를 들으니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백78수를 두자 알파고는 혼란에 빠졌다. 알파고는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승리확률을 계산하는데, 백78수 이후 승리확률이 갑자기 8% 떨어졌다. 그리고 좀처럼 역전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4국 패배 후 딥마인드 팀은 이세돌 9단의 백78수를 알파고도 둘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같은 판단을 할 확률은 0.07%였다.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이런 희박한 확률을 찾아낸 인간의 두뇌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0.07%라면 알파고는 아마 그 상황에서 그 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알파고도 못둘 수를 둔 이세돌 9단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인간들에게 자존감을 잃지 말라는 위로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AI 수석 과학자를 맡고 있는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 AI 연구소장은 영화에서 이렇게 한다.


“실제로는 터미네이터보다 스마트 세탁기에 가깝죠. 오늘날 AI는 극초기에 있어요. 전 AI의 잠재성에 대해 열정적이지만 AI의 능력은 아직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를 만든 것도 인간이라며 인간을 위로한다.


“사람이 사람을 응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하지만 AlphaGo도 인간의 작품이니 결국은 인간의 창의력과 지적 능력을 보여준 거예요. AlphaGo의 모든 행동은 인간이 AlphaGo가 배울 데이터를 만들었거나 데이터에서 배울 학습 알고리듬과 검색 알고리듬을 만들었기에 가능하죠. 전부 인간이 해낸 일이죠. 그러니인간 승리라고 볼 수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딥마인드의 연구자들이 알파고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바깥의 인간들은 알파고의 등장에 벌벌 떨고 있는데 영화속에서 딥마인드의 연구자들은 알파고를 불안해 한다. 알파고가 갖고 있는 오류가 나타날까봐 한 경기 한 경기 노심초사한다.


알파고는 우리가 느꼈던 것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고, 버그와 에러를 안고 있는 한낱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다큐먼터리 ‘알파고’는 강변한다.


영화가 끝나면 인간으로서의 자부심과 뿌듯함이 올라온다. ‘그래, 인간은 여전히 위대해’라는.


그런데 남은 콜라와 팝콘을 들고 영화관 문을 나서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구글은 이 영화를 왜 만들었지?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잠재우고 알파고보다 더 무서운 AI를 만드는건 아닐까?’

 

 

※ 필자소개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심재석 기자는 IT전문기자 모임인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심재석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