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0-12 16:52
[생활정보] [사이언스 지식IN] 외래 붉은 불개미는 얼마나 위험한가요?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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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지식IN] 외래 붉은 불개미는 얼마나 위험한가요?

2017년 10월 10일 19:00

추석 연휴로 한적했던 열흘 동안 한국에서 가장 분주했던 곳은 단연 부산이었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지난달 28일 발견된 1000여 마리의 외래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가 국내로 빠르게 확산됐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는 10일,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의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 미국의 종과 같은 모계 혈통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외래 붉은 불개미가 국내로 유입됐다는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Scott Bauer(g) 제공
Scott Bauer(g) 제공 

하지만 검역본부는 "개미가 정확히 어디에서 유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유전자 변이 정도까지 측정해야 알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감만부두로 지난 5~9월까지 5개월 간 국내에 반입된 컨테이너가 중국, 일본,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의 것으로 확인됐기에, 보다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현재는 부산항 일대에서  외래 붉은 불개미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또 번식을 주관하는 여왕개미를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동안은 꾸준히 조사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을 습격한 외래 붉은 불개미의 이동 방법과 습성 등 그 특징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 보자

 

Q1.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개미’의 주인공인 까만색 일개미 종처럼 붉은 불개미 역시 우리 나라에 흔히 있는 종이 아닌가요?

 

A. 맞습니다. 유럽에서 유래한 크기 2~6㎜ 정도의 붉은 불개미(Tropical red fire ant, 학명 Solenopsis geminata)가  16세기 경 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에 상륙한 뒤 퍼져나갔고 현재 지역별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붉은 불개미의 이동경로 - University of Emory 제공
붉은 불개미의 이동경로 - University of lllinois 제공

앤드루 수아레즈 미국 일리노이대 동물학과 교수팀은 붉은 불개미 192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스페인 범선의 무역 패턴을 추적해 밝혀냈고, 이를 2015년 2월 학술지 ‘분자 생태학’에 발표했습니다. 수아레즈 교수는 논문에서 “무역을 위해 짐을 옮길 때 묻은 흙을 통해 이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죠.

 

부산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 역시 컨테이너를 통해 이동해 온 것으로 볼 때, 운송 수단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외래종의 침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Q2. 전 세계에 퍼져있는 종이라면 외래 붉은 불개미가 들어온다고 해도 무조건 위협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A. 물론 두 종이 공존하는 미래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외래 붉은 불개미, ‘솔레놉시스 인빅타(Solenopsis invicta)’는 같은 종 내에서 살인 개미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성격이 포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천적이 없는 외래 붉은 불개미가 토착종을 밀어내고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 기존 생태계를 해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사람을 포함한 동물을 더 많이 물어뜯는다고 알려지면서 위험성이 더 부각된 면도 있었는데요. 검역본부가 붉은 불개미 때문에 미국에서 매해 8만 명이 피해를 보고, 100명 이상이 붉은 불개미독에 의한 쇼크사로 쓰러진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역본부는 "일본 환경성의 잘못된 자료를 인용했다"며 관련 내용을 정정했습니다.

 

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개미에 쏘인 3만 3000명 중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은 660명 정도였습니다. 불개미에 떼로 공격을 받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람에게 크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Q3. 붉은 불개미는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미치는 건가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붉은 불개미류가 가진 독성 물질인 솔레놉신(Solenopsin)은 같은 양을 투여했을 때 살충제 성분인 DDT보다 2~3배 더 독해요. 물리면 염증이 생기지만 이 물질을 변형시키면 염증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보고 됐습니다. 이롭게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미국 에모리대 건강과학센터 연구팀은 솔레놉신 유사물질로 쥐의 건선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9월 11일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밝혔습니다. 솔레놉신 유사물질이 염증을 촉진하는 신호전달물질인 IL-22의 양을 줄이고, 항염증을 유도하는 물질인 IL-12의 양을 높인다는 것이에요. 연구팀은 이 물질을 28일 동안 바른 쥐의 경우, 염증으로 인해 피부가 부어오르는 부피가 30%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DOI:10.1038/s41598-017-10580-y).

 

 

솔레놉신 유사물질을 처리했을때 부어오른 염증부위(보라색)가 대조군에 비해 감소했다. - University of Emory 제공
솔레놉신 유사물질을 처리했을때 부어오른 염증부위(보라색)가 대조군에 비해 감소했다. - University of Emory 제공

이처럼 붉은 불개미의 독성 물질은 인간의 염증을 일으키는 동시에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두 얼굴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다만 천적이 없는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생태계에 벌어질 변화는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네요.

 

Q4. 외래 붉은 불개미 생존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검역본부가 또 다른 군집이나 번식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여왕벌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여러 전문가들은 안심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왕개미가 하루에도 1000여 개 이상 알을 낳는데다,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미 땅속에서 동면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래 붉은 불개미는 추위에 약하거든요. 외래 붉은 불개미의 여왕개미는 짧으면 3~4년에서 7~8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미국 태풍 때 붉은 불개미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개미들이 떼로 뭉쳐 물위를 이동하는 장면이었어요. 곤충들의 무한한 생명력을 생각하면 역시 안심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초 미국 텍사스를 덮친 태풍
지난 9월 초 미국 텍사스를 덮친 태풍 '하비' 때 붉은 불개미가 떼를 이뤄 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 트위터 OmarVillafranca 제공

Q5. 외래 붉은불개미보다 더 위험한 종도 있나요?

 

A. 외래 붉은 불개미보다 위협적인 종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2014년 2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평균 3mm로 붉은 불개미보다 크기가 작은 '노랑미친개미'는 붉은 불개미에게 무섭게 달려들어 쓰러뜨릴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노랑미친개미가 붉은 불개미의 독을 중화시킬 수 있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2002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처음 발견된 '라즈베리미친개미'는 전자제품까지 가리지 않고 들어가 물어뜯기 때문에 제품의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해요. 호주산 불독개미의 경우 최대 40㎜까지 자랄 정도로 커 기네스북으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개미'로 선정돼 있고요.

 

붉은 불개미 뿐아니라 다른 외래 개미종이 유입되는 지에 대한 조사와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