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0-12 16:49
[건강한 삶]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후 5년… ‘염기’ 단위로 유전자 교정하고 ‘유전자교정 식물’ 먹는다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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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후 5년… ‘염기’ 단위로 유전자 교정하고 ‘유전자교정 식물’ 먹는다

2017년 10월 08일 10:00

IBS-네이처 공동 유전자 교정 프런티어 컨퍼런스

 

효율과 정확성,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Cas9’가 개발된 지 5년이 흘렀다. 유전자가위는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등 특정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대물림 되는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특정 기능을 강화한 동·식물 자원을 얻거나 기초 생명과학 연구를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등장 이후 유전자 교정 기술의 발전은 탄력을 받았다. 크리스퍼를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절단효소로 Cas9 대신 ‘Cpf1’을 쓰는 ‘크리스퍼-Cpf1’이 개발됐다. 지난해에는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 하나를 정확하게 바꿀 수 있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도 개발됐다. 최근 유전자 교정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 승인도 늘고 있어 수년 내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유전자교정 식물도 판매될 예정이다.

 

(데스킹 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후 5년… 떠오르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유전자교정 식물’ 주목
지난달 28일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브로드연구소) 교수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C→T’ 이어 ‘A→G’ 염기교정 성공… ‘G→C’ ‘A→T’까지 되면 모든 DNA 교정 가능해져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4개의 염기가 서로 쌍을 이루며 나열된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다. 나란히 위치한 염기 3개가 1개의 유전자를 구성하는데, 이들 염기 중 하나만 잘못돼도 심각한 유전질환을 앓을 수 있다.
 
지난해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브로드연구소)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시토신(C) 염기 하나를 티민(T)으로 교체하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달리 DNA 이중나선 가닥을 잘라낼 필요가 없고, 생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DNA 복구 메커니즘을 활용해 염기를 바꾼다. 때문에 표적을 벗어난 교정이 일어날 확률도 평균 1% 미만에 불과하다. 
 
리우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전질환 중 3분의 2 이상이 염기 하나에 변이가 생긴 ‘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한다”며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와 상호보완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리우 교수는 9월 27일부터 3일간 서울대에서 개최된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 공동 유전자 교정 프런티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유전자 교정 분야의 세계적 석학 20여 명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리우 교수는 비공개로 진행된 세션 발표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으로 교체하는 새로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고 밝혀 또 한번 학계를 놀라게 했다. 원리는 앞서 개발한 ‘C→T’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와 유사하다. 리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올해 말경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향후 구아닌(G) 염기를 시토신(C)으로, 아데닌(A) 염기를 티민(T)으로 교체하는 기술까지 개발될 경우, 인류는 이론상으로 생명체 DNA의 모든 염기를 교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는 셈이 된다. 올해 2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로 생쥐의 DNA를 교정해 백색증의 치료 가능성을 입증한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첫 동물실험이었는데도 예상보다 훨씬 정교하게 교정이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DNA를 자르지 않고도 수만 가지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스킹 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후 5년… 떠오르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유전자교정 식물’ 주목
캘릭스트의 최고과학책임자인 다니엘 보이타스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서울대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유전자교정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 첫 유전자교정 식물, 내년 시장 진입… 염기교정 식물, GMO·육종 대체할 듯
 
유전자 치료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유전자교정(Gene-edited) 식물’이 될 전망이다.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DNA를 교정한 유전자교정 식물은 외래 유전물질이 주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전자변형 생물(Gene-modified Organism·GMO)’과 구분된다. 원칙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교정 식물은 GMO로 정의되지 않는다. GMO는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해 기존에 없던 성질을 갖도록 한 생물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교정 식물의 상업화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캘릭스트(Calyxt)는 내년부터 유전자교정 콩으로 만든 저지방 식용유를 판매할 예정이다. 올리브보다 저렴한 콩의 유전자를 교정해 트랜스지방을 낮추고 올레산 함유율을 높여 올리브유와 성분이 유사한 콩기름을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는 아르헨티나에서 30t에 이르는 유전자교정 콩을 재배 중이다. 콩의 유전자 교정에는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탈렌(TALEN)’을 사용했다. 국내에서도 툴젠이 크리스퍼를 이용해 콩의 유전자를 교정해 올리브유와 비슷한 기름을 얻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캘릭스트의 최고과학책임자인 다니엘 보이타스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대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섬유질이 많은 밀, 포화지방이 적은 카놀라유 등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이타스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트랜스지방 성분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능을 개선한 유전자교정 식물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개발하면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단장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얻었던 육종 식물은 유전자교정 식물에 경쟁이 안 된다”며 “캘릭스트가 내년에 판매 허가를 받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이를 시작으로 점차 우리의 먹거리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데스킹 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후 5년… 떠오르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유전자교정 식물’ 주목
카시오 가오 중국 유전학·발달생물학연구소 연구책임자(PI)가 지난달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된 단독인터뷰에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식물 유전자 교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물론 유전자교정 식물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당장 유전자교정 식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부터 극복해야 한다. 보이타스 교수는 “자연재배 식물도 수천 년 동안 자연적 유전자 변이를 셀 수 없이 많이 겪어 왔고, 그에 비하면 유전자 교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변화”라며 “유전자교정 식물뿐만 아니라 GMO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믿지만, 일반인들이 왜래 유전물질이 들어간 GMO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유전자교정 식물이 GMO보다 시장에서 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의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변형하지 않았다고 홍보하는 것은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며 “농부에게는 벌레먹지 않는 농작물, 소비자에게는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고 영양가 높으면서도 저렴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유전자교정 식물의 유익함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면 점차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등장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기술적인 진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 유전자 교정 분야의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카시아 가오 중국 유전학·발달생물학연구소 연구책임자(PI)는 “크리스퍼로도 충분히 정교하게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지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DNA 가닥을 자르지 않고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가오 박사는 2013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식물에 처음 적용했고, 최근에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로 쌀과 밀의 유전자 교정에도 성공했다.
  
가오 박사는 “식물에서의 유전자가위 작용에 관해서는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며 “가령 동물은 종 사이에 유전자가위 효과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식물은 종에 따라 그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유전자가위라도 식물에서는 세포로 전달이 잘 안 돼 유전자 교정 효율이 낮아진다는 문제도 있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에 좀 더 집중해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