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0-12 16:47
[생활정보] 여성청결제 6종 성분 분석 “소변에서 일부 화학물질 농도 2~3배 증가”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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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결제 6종 성분 분석 “소변에서 일부 화학물질 농도 2~3배 증가”

2017년 10월 09일 09:00

과학동아×전문가 여성용품 안전성 긴급 진단


최근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성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늘었다. 과학동아는 일회용 생리대처럼 여성의 외음부에 직접 닿는 여성청결제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여성청결제 6종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제품에 표시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또 여성청결제를 사용하는 여성 6명의 소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부 화학물질의 농도가 제품 사용 전에 비해 2~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청결제 분석 결과를 단독으로 공개한다.

 

김인규 제공
김인규 제공

1분 요약


- 여성청결제와 여성청결티슈 등 여성 전용 위생제품 6종 모두에서 방부제와 항균제가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성분표시에 없는 페녹시에탄올이 검출됐다.
- 실험참가자의 소변 중 화학물질의 농도가 제품 사용 전에 비해 사용 후 2~3배씩 증가했다.
- 화학물질의 생식독성이 알려져 있지 않고, 개인별 편차도 커서 인체 위해성을 밝히기는 어렵다.
- 여성 외음부에 쓰는 제품은 위해성(유해한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물질 자체의 유해성 측면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5개 여성청결제와 1개 질세정제 성분 분석


여성이 외음부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으로는 젤이나 거품 형태로 외음부를 씻어내는 여성청결제가 가장 흔하다. 물로 세정할 필요 없이 직접 분사한 뒤 화장지로 닦아 내는 스프레이나 간편한 물티슈 제품도 있다.


여성청결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다가 2010년 화장품으로 분류됐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제약 업체부터 화장품 업체들까지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년 12월에 발간한 ‘화장품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성청결제 시장은 2011년부터 연평균 5.8%씩 성장해 2015년 기준 24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학동아는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고영림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김선미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수연구원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 부회장인 최 교수는 환경독성 연구와 인체위해성 평가에서 전문가로 꼽힌다. 고 교수는 기기를 이용한 환경 유해물질에 대한 정성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에서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다. 이들은 2016년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환경호르몬 노출원과 위해성 관리에 대한 연구(EDCs 통합위해관리를 위한 한국형 환경 및 생태 유해성평가 기술 개발)를 하고 있다.


여성청결제는 사용 형태를 고려해 임의로 선정했다. 물을 이용해 외음부를 씻어내는 젤형 3개, 티슈형 1개, 물로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보습제(윤활제)형 1개 등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 5개를 골랐다. 또 약국에서 판매되는 질세정제 1개도 포함시켰다. 질세정제는 질염 등 여성 생식기 질환에 쓰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어 분석 대상에 넣었다.


연구팀은 일차적으로 10개 화학물질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방부제로 쓰이는 7개 성분(페녹시에탄올, 벤조산, 소르빈산, 메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벤질파라벤)과 항균 효과가 있는 3개 성분(옥틸이소티아졸론, 트리클로카반, 트리클로산)으로 압축했다.


이 중 옥틸이소티아졸론은 가습기 살균제 속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린(CMIT)과 유사한 물질로, 지난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이를 함유한 항균필터가 들어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의약품이나 소독살균제에 허가를 받고 넣어야 하는 성분으로 화장품에는 쓰지 않는 물질이다. 나머지 화학물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성청결제가 속한 화장품에서 방부제나 항균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고시한 성분이다.


이들 물질은 농도나 노출 기간에 따라 피부 발진 등 인체독성을 나타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9월 뚜렷한 항균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장기간 사용하면 해를 끼친다는 데이터가 있다는 이유로 비누에 사용을 금한 19가지 성분에 속한다. 옥틸이소티아졸론은 심한 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김인규 제공
김인규 제공

성분 표시 안 된 화학물질 검출돼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일부 제품에서 성분표시에 없는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젤형 1개 제품과 티슈형 1개 제품 등 총 2개였다. 검출된 성분은 페녹시에탄올이다. 페녹시에탄올은 인체에 유해한 파라벤 대신 사용되는 방부제 성분이다.


식약처는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제품 포장에 표시해야 한다는 전성분표시제를 의무화 하고 있다(화장품법 제10조 제1항 제3호). 하지만 원료 자체에 이미 포함돼 있는 안정화제, 보존제 등으로 제품 중에서 그 효과가 발휘되는 것보다 적은 양으로 포함돼 있는 부수성분과 불순물은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두고 있다(화장품 전성분 표시 지침 제7조 표시 생략 성분 등).


해당 젤형 여성청결제 제조사의 한 임원은 과학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감초추출물을 구입해 제품의 원료로 쓰는데, 페녹시에탄올은 이 감초추출물에 포함된 방부제 성분“이라며 “규정상 원료 자체에 이미 포함된 방부제는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특정 성분 표시가 누락되면 이 성분에 특히 민감한 소비자는 모르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동일한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이 2개 이상 포함된 제품도 확인했다. 젤형 1개에서 소르빈산과 벤조산이, 또다른 젤형 1개에서는 페녹시에탄올과 메틸파라벤이 함께 검출됐다. 보습제에서는 메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이 함께 검출됐다. 최 교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단일 화학물질별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두 가지 이상이 섞였을 때 유해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연구가 거의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으로 분류돼 전성분 표시 의무가 없는 질세정제에서는 제품 용기에 표시된 트리클로카반 외에, 부틸파라벤, 벤질파라벤, 옥틸이소티아졸론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됐다. 부틸파라벤은 파라벤 중에서도 유해성이 크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최 교수는 “같은 목적으로 쓰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다른 여성청결제와 똑같이 전성분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연구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YWCA의 의뢰를 받아 여성청결제 70개에서 방부제와 항균제를 검출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고 교수는 “현재까지 상당 수의 제품에서 용기에 표시되지 않은 성분이 검출됐다”며 “실험이 끝나고 분석 결과가 정리되는 9월 말경 공정거래위원회, YWCA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품 속 방부제 및 항균제 검출 결과 | *고영림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팀 분석 - 과학동아 제공
제품 속 방부제 및 항균제 검출 결과 | *고영림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팀 분석 - 과학동아 제공

팔뚝 피부보다 화학물질 흡수율 6배 높아


연구팀이 검출한 화학물질의 농도는 모두 기준치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페녹시에탄올의 경우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1%(10g/kg) 미만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페녹시에탄올이 검출된 2개 제품의 농도는 각각 0.014%(0.14g/kg), 0.199%(1.99g/kg)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청결제의 화학물질 농도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여성 외음부 피부는 다른 부위의 피부와 구조가 달라 흡수율에 차이가 있다”며 “일반 피부를 기준으로 만든 화장품 안전 규정을 외음부 세정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란다 파라지 미국 P&G 여성청결제 연구개발부 연구원과 호워드 마이바치 UC샌프란시스코 의대 피부과 교수는 여성 외음부 피부의 구조와 흡수율에 관련된 문헌을 조사해
2004년 10월 학술지 ‘접촉피부염’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외음부 바깥쪽의 치골과 대음순은 ‘각화성 상피’로, 우리 몸의 다른 피부와 마찬가지로 땀샘, 피지선, 모낭, 각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다른 피부와 달리 습도가 높고 속옷에 폐쇄돼 있어 흡수율이 높다.


외음부 바깥쪽 각화성 상피와 팔뚝 피부에 각각 스테로이드 물질(히드로코르티손)을 흡수시키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팔뚝 피부보다 외음부 바깥쪽 피부의 흡수율이 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음부 안쪽의 소음순과 요도구, 질구 등은 더 취약하다. 구강 점막과 비슷한 ‘비각화성 상피’로, 모낭이나 땀샘이 없다. 대음순에 덮여 폐쇄돼 있고 질에 바로 연결돼 있어 외음부 바깥 피부보다 더 습하다. 최 교수는 “외음부 안쪽은 화학물질 흡수율이 더 높을 수 있다”며 “대개 피부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물질은 잘 흡수를 못하는데, 외음부 안쪽 점막은 수용성 물질도 다른 피부에 비해 10배 이상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소변 검사로 체내 유입 여부 확인


여성청결제와 질세정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은 없을까. 최 교수는 “외음부 피부를 통해 위생 제품의 화학물질이 흡수되는지 여부는 전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사례가 없고, 관련 전문가조차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동아는 20~50대 여성 6명을 모집해 이들 제품 사용 전후 소변 성분 분석을 진행했다. 소변 검사는 고 교수팀이 전담했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 3일간은 제품 사용을 멈췄다. 그리고 제품 사용 전 소변 샘플을 두 차례 채취했다. 이후 제품을 사용하면서 사용 뒤 소변 샘플을 이틀간 두 차례 채취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제품에 표기된 사용방법을 준수했다. 또 실험 기간 동안 음식, 화장품, 샤워 제품 등을 모두 기록해, 이들 제품에서 기원한 화학물질이 체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고려했다.


고 교수팀은 앞에서 성분 분석 대상으로 삼은 10개 화학물질 가운데 7개만 검출 대상으로 삼았다. 페녹시에탄올과 옥틸이소티아졸론, 소르빈산은 제외했다. 고 교수는 “체내 대사과정을 거쳐 나오는 생성물을 알아야 소변 중 농도를 분석할 수 있다”며 “페녹시에탄올과 옥틸이소티아졸론의 경우 소변에서 이들 성분을 검출하는 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벤조산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물질인 마뇨산을 포함시켰다.


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마뇨산의 농도가 증가했다. 최 교수는 “벤조산은 다른 화장품을 통해서도 노출될 수 있지만, 모든 참가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마뇨산 농도가 제품 사용 전에 비해 사용 뒤 최소 40%에서 최대 180%까지 증가했다”며 “이는 여성청결제에서 벤조산 성분이 체내에 일부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세정제 사용자는 트리클로카반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일지 분석 등을 토대로 트리클로카반이 화장품 등 다른 제품에서 체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프로필파라벤 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경우도 발견됐다. 보습제를 사용한 참가자
의 경우 사용 전에 비해 사용 뒤 프로필파라벤 농도가 9.2배 늘었다. 프로필파라벤은 음식을 통해 노출될 가능성이 낮고, 화장품이나 샤워 제품으로부터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이 이 참가자의 일지를 분석한 결과, 실험을 진행하는 4일 동안 참가자가 샤워나 화장할 때 사용한 제품이 동일했다. 연구팀은 “소변 중 프로필파라벤의 농도 변화는 보습제 사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트리클로카반이나 프로필파라벤은 음식으로부터 유입될 가능성이 낮은 성분”이라며 “소변에서 이들 성분의 농도가 증가한 현상은 여성청결제에 함유된 환경호르몬 등이 체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단, 이번 조사는 짧은 기간 동안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큼 결과에 한계가 존재한다.

 

GIB 제공
GIB 제공

“위해성 조사 어려워…대체 물질 연구해야”


현재로서는 소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의 농도가 실제로 인체에 얼마나 위해를 주는지 논하기 어렵다. 이 물질들이 여성 생식기에 미치는 독성은 전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현희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환경호르몬은 농도에 비례해 위해성이 커지는 게 아니다”라며 “저농도일 때 인체에 위해성이 더 큰 환경호르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들어와 실제 대사과정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는 개인별로도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여성 외음부에 쓰는 제품은 인체 위해성이 아니라 물질 자체의 유해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 교수는 “제품의 기능 때문에 꼭 넣어야 하는 성분이라면 더 안전한 대체 물질을 찾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성분표시에 누락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아영 기자 wooy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