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2 16:35
[뉴스] [CES 2018] 압도적 위세 과시한 '구글 어시스턴스', 인공지능 플랫폼 지배할까?
 글쓴이 : happy
조회 : 12  

[CES 2018] 압도적 위세 과시한 '구글 어시스턴스', 인공지능 플랫폼 지배할까?

2018년 01월 12일 11:30

유럽 가전 전시회를 대표하는 베를린 IFA가 가전과 라이프 스타일에 본질을 맞춘다면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는 기술 그 자체에 더 집중하는 인상이다. 그 집중의 방향은 올해도 역시 인공지능이다. 수십년을 그래왔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2018년에도 모든 기술에 만능 열쇠처럼 통하고 있다. 세탁기는 빨래를 잘 해야 하고, 청소기는 청소를 잘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야 말로 ‘말귀’를 잘 알아 들어야 좋은 가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열렸던 CES 2017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아마존의 알렉사였다. 알렉사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가전 업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된 것 같았다. 가전이든 자동차든 이 넓은 전시장에서 만나는 기업들과 가장 많이 나누었던 이야기는 ‘알렉사 되나요?’였다. 미국 언론에서도 이를 앞다투어 다루며 알렉사를 구동하는 시연을 하면서,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미국 전역의 ‘알렉사’들이 깨어나 아마존에 주문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올해는 그 자리를 구글이 차지한 것 같다. 행사 전 주말 라스베가스 시내에 도착해서 가장 놀란 것이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의 광고였다. 시내 주요 전광판에는 ‘헤이 구글(Hey Google)’이 떠 있었다. 라스베가스 시내를 관통하는 모노레일에도 구글 어시스턴트 광고가 랩핑됐고, 심지어 안내방송에서도 다음 정류장에 대한 정보를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묻고 음식점을 예약하는 시나리오가 꽤 재미있게 등장하면서 승객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구글은 이례적으로 전시홀에 부스도 차렸다. 뭔가 엄청난 걸 전시한 건 아니지만 오가는 관람객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전시장 내부는 말할 것도 없다. 거의 모든 가전 기업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전시된 규모만으로는 알렉사를 넘어섰다. 지난해 알렉사의 역할을 구글이 채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은 조금 다르게 해석해볼 수 있다. 구글은 과연 무엇을 노렸을까?

 

아마존의 알렉사는 특히 미국 내에서는 점점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CES 왔다가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아마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어시스턴트가 됐고, 쇼핑을 중심으로 콘텐츠까지 서서히 집어삼키고 있다. 구글은 기술적으로는 아마존 못지 않게 고도화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시스턴트를 늦게 내놓으면서 가전 업체들과 제휴를 늦게 시작했다. 이를 뒤집는 것은 결국 ‘적극적인 알리기’에 나서는 것만큼 효과적일 수 없다.

 

마침 가전 업계도 목이 마르다. 알렉사는 충분히 강력하지만 시장은 미국을 비롯해 아마존이 활성화된 지역만으로 상대적으로 좁다. 우리나라도 알렉사의 사각지대다.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에서 가장 익숙한 플랫폼이다. 서둘러서 범용 인공지능 솔루션을 붙이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 검증된 대안으로 현재 구글만한 기업은 없다. 지난 1년 동안 서로의 접점은 잘 맞아 떨어졌고, CES 2018을 통해 그 결과물은 잘 다듬어졌다. 그 사이에 소니나 LG전자 등은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도 시장에 자리잡았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사람들이 ‘헤이 구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구글은 음성 인식 콜사인으로 ‘오케이 구글’을 밀었는데, 지난해부터 ‘헤이 구글’을 더 강조하고 있다. 물론 두 콜사인이 여전히 함께 동작하긴 하지만 구글은 ‘헤이’를 좀 더 친근하다고 바라보는 듯하다. 그리고 대규모 광고를 통해 CES에서 구글과 가전업계의 협력을 본 관람객들이 집에 가서 “헤이 구글!”이라고 한 번 외쳐보고 경험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한 번 부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구글은 이미 충분히 구글 어시스턴트를 가다듬어두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 이용자들을 ‘말로’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접근 방법은 아마존과 정 반대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구글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음성 인식 시장, 그리고 가전의 플랫폼화은 중요해졌다.

 

세계 가전 업계의 강자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1년새 그 고민이 부쩍 더 커진 느낌이다. 삼성전자는 예상했던대로 ‘빅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스마트씽즈’를 스마트 가전의 대표 브랜드로 정했다. 여러가지로 흩어져 있던 삼성전자의 가전 연결 서비스들도 다시 스마트씽즈로 통합된다. 기기간의 연결은 스마트씽즈로, 사람과 대화는 빅스비가 맡는 것이다. 흩어져 있던 서비스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것은 큰 진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빅스비와 스마트씽즈 사이의 관계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빅스비인지, 아니면 스마트씽즈인지 헷갈린다. 스마트폰에서도 빅스비를 불러야 할지, 스마트씽즈를 불러야 할지 혼란을 줄 수 있다. 물론 둘 다 가능하겠지만 브랜드가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대신 삼성전자는 확실히 구글이나 아마존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사실 삼성전자가 스마트씽즈를 앞세우는 이유는 또 하나의 가전 연합체를 독자적으로 꾸리고자하는 의도가 적지 않게 엿보인다. 자칫 이미 자리잡은 아마존이나 구글 기반의 가전과 고립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표준화를 통해 이를 풀어낸다. 기술을 개방하고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등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아마존이나 구글을 끌어안는 대신 연결 그 자체의 개방으로 타사의 가전들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빅스비와 스마트씽즈를 구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아직 아마존이나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통해 삼성전자의 가전이 제어되는 것은 좀 더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당장 LG전자의 가전을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LG전자는 플랫폼 끌어안기에 꽤나 적극적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시장 한 곳에 아마존 알렉사 연동 가전만 따로 전시해두기도 했다. 소비자가 어떤 걸 쓰던지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전략이다.

 

LG는 과거 안드로이드 도입 시기에 대세 플랫폼을 등한시했던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남아 있다. 이는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에 남아 LG전자를 괴롭히고 있지만 반대로 가전에서는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빠르게 인지하게 만든 극약이 된 것 같다. 이미 지난해부터 LG전자의 큰 발표회에는 구글과 아마존의 임원이 무대에 오른다.

 

다만 외부적으로는 구글과 아마존을 이용하지만 LG전자 내부의 기기 연결은 자체 플랫폼을 이용한다. ‘씽큐(ThinQ)’ 브랜드도 다시 리브랜딩됐다. 의사소통과 정보 검색 등 구글과 아마존이 가장 잘하는 것은 거기에 맡겨두지만 LG전자 자체 가전은 씽큐를 이용해서 더 세밀하게 제어하겠다는 전략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향성에 동의한다. 연결성과 이용자 경험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자연스럽게 LG전자는 가전 그 자체가 이야기하는 대신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어시스턴트 기기에 무게가 실린다. 메르디앙과 제휴한 스피커, 혹은 로봇 기술을 붙인 ‘클로이(CLOi)’ 등이다. 가전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어시스턴트와 이야기하고, 그 어시스턴트가 씽큐로 기기와 다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에어컨, TV, 세탁기, 냉장도 등 각 기기들이 모두 빅스비로 직접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과 정 반대 전략이다.

 

어떤 것이 더 나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LG전자도 브랜드 그 자체의 혼란은 남아 있다. 씽큐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스마트 씽큐(Smart ThinQ), 딥 씽큐(Deep ThinQ) 등 이를 다시 역할에 따라 나누어서 복잡하게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는 굳이 그 이름들을 알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이는 결국 ‘LG AI OLED TV ThinQ’ 같은 길고 묘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소니는 인공지능 기술과 이름에 대해 정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다. 소니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여러가지 머신러닝 기술들을 가전에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이름을 따로 붙이진 않는다. 이번 CES에서 소니가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아이보’였다. 강아지 모양을 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소니는 이미 아이보를 1990년대 후반에 판매를 시작했다. 애완동물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 성격을 만든다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고, 이를 상품화하는 것은 버블 시대의 일본이었기에, 또 당시 최고 자리에 있던 소니이기에 가능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쳤다. 하지만 머신러닝 기술이 자리를 잡고 로봇과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니는 과거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 듯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아이보 그 자체로 돌아왔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단순히 로봇 강아지만을 위해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 프레임워크가 소니 가전 곳곳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그 이름을 붙여서 앞세우진 않는다. 소비자들은 그걸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서 가전을 제어하고, 아이보를 불러서 쓰다듬어주고 명령을 내린다. 그거면 된다는 게 소니의 생각이다. VR을 단순하게 게임으로 한정하고 출발했던 PSVR도 그랬지만 소니는 단순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어느 회사보다 복잡한 제품 라인업과 브랜드를 끌고 갔던 게 소니다. 그래서 이 변화는 지켜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뭘 만들었냐가 아니다. 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 기술은 몇몇 오픈소스 기반의 프레임워크, 혹은 서비스로 집중되게 마련이다. 내가 더 나은 기술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는 따로 있다. 소니의 전략은 이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집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똑같은 기술을 해석하는 것도 기업들마다 철학이 다르고, 또 그 사이에서 주도권과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스마트 홈, 스마트 리빙 등으로 수 십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기대화 실망을 주었던 게 바로 지금의 인공지능 가전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기술’이 아니다. 충격적인 삶의 변화도 아니다. TV 음량을 조절하고, 에어컨 온도를 낮추는 데에는 말보다 리모컨이 훨씬 편하다. 다만 얼마나 많은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제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경험을 긍적으로 이끌어내고,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걱정이 하나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면서 더 신경써야 할 것은 신제품이 아니라 각 회사를 믿고 구입한 기기들이 버려지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 소비자에게 스마트 가전에 대해 실망시키고, 떠나 보내는 것은 아주 쉽다.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사진=라스베이거스 최호섭)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