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9-13 14:55
[뉴스] 400년전 미라, 유전자 검사해 보니 “동맥경화가 사망원인”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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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전 미라, 유전자 검사해 보니 “동맥경화가 사망원인”

2017년 09월 12일 18:00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될 당시의 조선시대 여성 미라. - 플로스원 제공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될 당시의 조선시대 여성 미라. - 플로스원 제공

17세기 조선 시대 때 사망했으나 시신이 썩지 못해 미라로 남은 경북 문경의 사대부 집안 여성. 국내 연구진이 그녀의 사인(死因)이 ‘동맥경화’였음을 밝혔다. 400년 전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을 현대과학으로 찾아낸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동훈 교수(해부학과)팀은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내과)팀과 공동으로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여성 미라의 질병 유전자를 분석,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죽상동맥경화증은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붙어 차츰 좁아지는 질환이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며 운동부족, 비만 등이 원인이 된다. 영양이 풍족한 현대인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17세기 여성이 걸렸던 것. 사대부 집안이라 영양 상태가 풍족했던 점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 역시 원인 중 하나라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은 2010년 발견된 ‘문경 미라’를 지난 7년간 보관하며 조사해왔다.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검사를 시행하던 중 질병 유전자 분석 기법을 동원해 마침내 사인을 밝혀냈다. 미라에서 떼어낸 체세포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참조용 표준 유전체(게놈)와 비교해 질병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 미라의 사인을 연구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한, 문경 미라가 죽상동맥경화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미라 몸 안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채취해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자, 그 중에서도 단일염기다형성(SNP)과 관련된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SNP는 사람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으로, 질병이 있는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명확히 높게 나타난다. 즉 SNP가 유독 높게 나타난다면 관련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조사 결과 미라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발생과 관련된 7개의 SNP가 발견됐다. 이를 통해 해당 미라가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최종 진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다양한 미라 연구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부검만으로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는 질병 진단에 유전자 검사가 유용하게 활용되는 첫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조상에게도 죽상동맥경화증과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었음을 확인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실렸다.

 

  •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