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9-01 13:11
[일반] 대덕특구에서 희망을 찾으려면
 글쓴이 :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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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대덕특구에서 희망을 찾으려면...

2009/05/03 05:46 in 기사모음

류영현 온라인뉴스부장

한국의 실리콘밸리 건설을 모토로 출범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지난주에 다녀왔다. 수년 만에 방문하는 터라세계 초일류의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한다는 야심에 찬 포부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내심 궁금했다. 대덕까지 가는 동안 10년 전 벤처기업을 취재했던 경험과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새너제이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덕특구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뜻밖에도 테크노밸리 인근의 거대한 아파트단지. 2001년 출범한 이래 3차례에 걸쳐 공장부지를 분양했다는 대덕테크노밸리는 1, 2차 분양은 물론 3차 분양도 98%가 완료됐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공단이 잡초가 우거진 채 수년 동안 방치된 것을 종종 봐왔기에 대덕테크노밸리의 분양 성공에 신선함마저 느껴졌다. 나아가 대덕특구에는 내년까지 1500개의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고 연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설명에는역시대덕특구라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대덕특구 내 테크노밸리 주변에는 고층아파트 8800가구가 병풍처럼 줄지어 서 있고 아파트형 공장 분양도 한창이다. 대덕특구에는 4만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대덕특구에 대한 입주 기업인들의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못했다. 아직도 열악한 인프라와 차별화되지 않는 지원제도, 입주시설의 중복된 기능 등이 불만대상이다. 입주기업에 법인세, ?등록세 면제,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에도 불구하고 대덕특구는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며 외형만 번지르르하게 가꾸고 있지 그 안에 담긴 의식이나 인프라는 아직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입주기업인들의 평가였다.

실제로기업 하려는 의지와 기술력만으로 이곳에서 벤처기업을 차리고 자리 잡기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구단지에 공장을 세우려면 평당 150만원을 내야 하고 최소 1130평을 구입해야 한다. 인근 아파트형 공장도 평당 300만원을 줘야 한다. 인근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4~5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연구개발특구가 부동산 장사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정도의 창업비용을 지출한다면 벤처기업은 물론 어지간한 중소기업도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덕특구가 실리콘밸리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 또 있다. 인텔 HP 구글 애플 야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킨 실리콘밸리에는 특별한 제도가 있다. 회사가 파산, 부도가 난다고 해도 경영자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신체나 재산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계 부정이나 공금 유용 등의 범법행위만 하지 않으면 재산을 빼앗길 우려도 없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들이 몰려든다.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본인과 가족은 물론 대출보증을 선 친구, 친지의 재산까지 날리고 사회에서 퇴출당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들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여기에 기술이 검증되면 벤처캐피털이 막대한 자금도 지원해 준다.

대덕특구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되려면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무일푼의 젊은이가 대덕특구에서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구었다는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만 강조하기에는 한국 경제환경이 척박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치를 대가가 너무 참혹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오히려실패의 요람이다. 이 점을 외면하면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배울 수 없다.” 국내 벤처 1세대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가 최근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대덕특구가 성공하고 벤처 한국의 희망을 되찾기 위해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류영현 온라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