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3-04 15:39
[최병관의 아·사·과 36] 이기적 유전자
 글쓴이 : happy
조회 : 6  

[최병관의 아·사·과 36] 이기적 유전자 

  •  대덕넷
  •  
  •  승인 2021.03.03 16:50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사진= 대덕넷DB]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사진= 대덕넷DB]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인가?  

책 제목은 중요하다. 책 내용을 잘 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논란이 일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노이즈 마케팅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사람들의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이라는 의미를 ‘자연선택에 의해 자기 복제물을 다음 세대에 더욱 널리 전파하는’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도킨스를 극단적인 유전자 결정론자로 매도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누구인가? 도킨스는 2013년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지성 1위에 오른 과학자다. 도킨스는 일찍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로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도킨스는 1941년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는데 과학자가 될 운명이었다. 그는 "일찍이 열대 아프리카라는 완벽한 환경에서 자랐을 뿐 아니라 자연학자가 되기에 완벽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도킨스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들은 아프리카, 인도, 네팔의 밀림을 헤치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같이 생각해 볼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다.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책이다. 항상 과학교양서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다소 무리한 제목을 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메시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유전자의 '생존기계'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자신의 복제품을 가능한 한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는 직접 영역싸움을 하는 것보다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번식이야말로 유전자의 존재이유이지만, 번식을 위해서는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생존과 번식을 다세포 차원에서 분업한다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유전자의 판단이다.

『이기적 유전자』생물학 책이다. 생물학이 다른 학문과의 차이점은 진화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생물은 지구상에서 40억 년 이상 진화해 왔다. 그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생물이 자연선택이라는 방법을 통해 진화해 왔다고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불과 15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자연선택은 곧 적자생존이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자연선택이 유전자의 수준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행동학자로 이타성의 진화가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기적’유전자라는 말을 사용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말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기적 유전자』는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당초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도 1960년대 윌리엄 해밀턴과 조지 윌리엄스가 먼저 제시한 것으로 도킨스는 그의 필력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알렸다.

즉, 자연선택의 단위로서 유전자가 중요한 이유는 유전자만이 오랜 세대를 거쳐 이어질 수 있는 분자이며, 오랜 세대를 거쳐 이어갈 수 있는 유전자야말로 유리한 표현형을 통해 진화적 성공을 거두는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에서 인체의 유전자와 같은 역할을 맡는 밈(meme)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화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밈은 도킨스의 독창적 내용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밈은 ‘자기복제를 통해 존재를 지속하려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라면, 그것이 굳이 물리적 실체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도킨스는 유전자를 ‘자기복제자’라고 불렀는데 유전자의 본질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진화생물학을 쉽게 풀어쓴 책이라서 그런지 흥미진진하다. 그 중에서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와‘유전자의 긴 팔’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자.

도킨스는 개정판 서문에서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Nice guys finish first)’라는 제목을1985년에 출연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BBC 호라이즌(Horizon)에서 따왔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박쥐의 헌혈’이라는 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흡혈박쥐는 밤이 되면 둥지를 나와 사냥에 나서 동물의 피를 훔쳐먹고 산다. 하지만 언제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서, 굶는 날이 많다고 한다.

이럴 때 포식한 박쥐가 먹이를 나눠주면 굶주린 박쥐는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포식한 박쥐 입장에서는 식사를 조금 줄이는 것이 그다지 큰 손해가 아니지만 굶주린 박쥐에게 얼마만큼의 양식은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얻어먹은 박쥐가 후에 상황이 역전되었을 때, 은혜를 갚으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윈윈게임이다.

다른 하나는 13장 유전자의 긴 팔이다. 유전자의 긴 팔이란,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기계를 넘어서 다른 생물이나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비버가 댐을 짓는 것은 개체 차원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 즉 유전자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비버의 댐이 어떤 동물의 생존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달팽이 흡충은 유전자의 긴 팔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달팽이가 껍질을 너무 두껍게 만들지 않는 것은 두꺼운 껍질이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팽이에 기생하는 흡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달팽이의 호르몬을 조작하여 두꺼운 껍질을 만들게 한다. 이렇듯 유전자의 긴 팔은 다른 유전자의 아바타를 조종하기도 한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교양과학서로서 독보적인 히트작 중 하나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력에 필력을 더하면 얼마나 멋진 책을 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필자처럼 생물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소 이해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어쩌면 최재천 교수처럼 밤을 하얗게 새고 읽을 수도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