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5-30 17:15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글쓴이 : happy
조회 : 10  
◆작아서 더 아름다운 미생물학 강좌

위대한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지구는 첫 화석이 만들어진 뒤 내내 '세균의 시대'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30억 년 전부터 지구 암석과 바닷속에서 번성해 온 세균류는 지구에서 가장 유서 깊고, 지구에서 가장 많은 생물량을 차지하는 지배적인 존재였다. 세균만이 아니라 고세균류나 바이러스류까지 포함한 미생물의 역사는 더 오래되고 깊다. 지구가 소행성과 혜성의 대규모 폭격에서 막 벗어나 식기 시작했을 때인 40억 년 이전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암석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구 미생물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사실 지구 역사의 4분의 3의 기간 동안, 생명의 역사로 치면 6분의 5 동안 지구에는 미생물만 있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의 역사와 다양성은 미생물의 역사와 다양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무시돼 왔다.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 '미생물 왕국'은 1673년 네덜란드 옷감 상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을 발견해 이슬 한 방울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다. 그러나 이제 레이우엔훅으로부터 350년 정도 흐른 지금 인류는 미생물 왕국의 힘을 이해하게 됐다. 현대 인류 문명 자체가 미생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빵, 술, 김치 등을 만드는 식품 산업은 물론이고, 보톡스, 항생제, 백신,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제약 산업, 심지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곳곳에서 미생물학이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는 현대 사회의 필수 교양으로 부각되고 있는 미생물학에 대한 종합적인 개괄서다. 김완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과 교수와 최원자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교수가 함께 펴냈다. 이 책은 40년간 분자 생물학과 미생물학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을 해 온 두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오롯이 녹아 있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존재인 지구 미생물의 어제, 오늘, 내일을 입체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특히 미생물의 진화사를 대폭발(big bang)과 우주 팽창, 그리고 은하와 태양계 형성 같은 우주의 진화사와 결합해 빅 히스토리의 일부로서 소개하고 있는 지점이 기존의 미생물학 서적과 차이점이다. 자연 과학에 대한 융합 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극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있는 현재의 학계 동향을 반영한 결과다. 

최근 육상이나 해양 같은 지구 표면만이 아니라 지하 수천 킬로미터 아래 마그마처럼 뜨거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방사선 폐기물 저장고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 성과가 최근 축적되면서 미생물이 지구에서만 서식 가능한 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도, 혹은 다른 행성에서도 충분히 서식 가능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우주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생물 역사부터 지구 생명 역사 다뤄···'미생물 없인 바이오산업 존재 못 해'

김완기 교수와 최원자 교수는 이런 최근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한 통찰들을 이 미생물학 입문서에 녹여냈다. 1부 '미생물의 행진'최근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고 미생물의 역사, 지구 생명의 역사를 재구축해 내 미생물학 초심자라도 미생물의 진화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구성했다. 

2부에서는 '미생물학의 역사'에서는 미생물학의 '큰아버지' 레이우엔훅, '아버지' 파스퇴르, '작은아버지' 코흐의 삶과 업적을 통해 미생물학의 탄생사를 흥미진진하게 살핀다. 최신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고, 융합 교육의 염두에 둔 구성은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질병 등에 맞서 분투하는 미생물학자들의 이야기나, 보톡스 같은 새로운 미용 및 의료 관련 기술이나, 바이오 에탄올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공들이는 산업계 소식을 3부 '생활 속의 미생물'에서 만날 수 있다. 

공진화, 전유 전체, 합성 생물학 등등 미생물학계의 최근 이슈들도 4부 '미생물과 진화'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생물학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6년 현재 89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르며 2026년에는 165억 달러(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로 주목받는 바이오 산업은 미생물학이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를 21세기의 필수 교양으로 그 무게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미생물학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아 보면 어떨까,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