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0-01 17:58
물속을 나는 새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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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뉴스

동물행동학자가 5년간 작성한 펭귄 관찰일지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 1만5000원

  • 전지현 기자
  • 입력 : 2018.09.28 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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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사람만큼이나 남극의 여름을 기다린다.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3~4월에 따뜻한 곳으로 떠난다. 10월에 기온이 올라가고 바다가 녹으면 번식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종기지 인근에는 일명 `펭귄 마을`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펭귄 번식지가 있다. 5000쌍이 넘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떼를 지어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우는 곳이다. 공식 명칭은 나레브스키 포인트로 2009년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남극 특별보호구역 171호에 지정돼 사람 출입을 제한하고 펭귄들을 보호하고 있다.

펭귄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먹이인 크릴과 물고기가 있다. 펭귄을 잡아먹는 물범이나 펭귄 알과 새끼를 노리는 도둑갈매기도 있다. 이들도 여름에 맞춰 펭귄 번식지에 나타나 자기 둥지를 만들어 번식한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4년부터 관찰해온 펭귄의 일상을 저서 `물속을 나는 새`에 펼쳐놨다. 한국에서 세종기지까지 가는 데 4박5일, 비행 시간만 25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정이다.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인 푼타아레나스에서 전세기를 타고 남극에 내린 다음 다시 고무보트로 30분을 더 가야 한다.

저자는 남극에 도착해 펭귄에게 바이오로거(Bio-logger)를 부착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잠수 동물인 펭귄은 물 속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사람이 눈으로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바이오로거를 부착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소형 동물에 부착이 용이한 위치 추적 장치나 비디오카메라 등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펭귄의 세상을 엿볼 수 있게 됐다.

펭귄 부모는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똑같이 새끼를 품기 때문에 교대 시간이 10~12시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펭귄에게 바이오로거를 부착한 후 다음 날 둥지 근처로 돌아오는 펭귄에게서 장치를 회수한다. 물론 바다 날씨나 먹이 상황에 따라 펭귄이 돌아오는 시간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극지 연구자의 하루는 기다림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펭귄은 6000만년에 걸쳐 남반구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궂은 환경에서 나름 진화적 전략으로 적응에 성공했다. 알에서 깬 지 6주면 솜털 대신 빳빳한 방수털이 올라온다. 남극의 여름이 끝나는 3월이 되면 새끼들도 곧 독립해 먹이를 찾고 포식자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2~3년쯤 지나면 짝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펭귄은 얼마나 오래 살까. 1971~1979년 연구 결과 아프리카펭귄 1만4479마리 중 총 23마리가 20년 이상 생존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쇠푸른펭귄 4만4000여 마리에 대해 진행된 연구에서는 1977년생 펭귄이 1998년 붉은여우에게 잡아먹히기 전까지 20년을 산 기록이 남아 있다.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펭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해빙이 녹으면서 크릴이 감소해 남극 펭귄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40여 년간 젠투펭귄 숫자는 유독 늘고 있다. 크릴 외에도 다양한 어류를 섭취했기 때문이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