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26 14:33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이건청 시집
 글쓴이 : happy
조회 : 9  

저자 이건청|서정시학 |2017.01.25



책소개

이건청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이 시집을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주제는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회상과 노년의 쇠락에 대한 인식과 앞날에 대한 소망 사이에서 다층적인 맥락을 형성한다. 이건청 시인의 시는 시적 주체와 대상의 관계성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변주하는 동시에 그것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의 중층적인 시간 구조 속에 복잡하고 다양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폭력적 구조 및 시간의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존재론적 각성에 도달한다.



저자 : 이건청
저자 이건청은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이건청 시집』,『목마른 자는 잠들고』,『망초꽃 하나』,『하이에나』.『코뿔소를 찾아서』,『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기획시집 『로댕-청동시대를 위하여』등이 있고 시선집 『해지는 날의 짐승에게』, 『움직이는 산』,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이건청 문학선집』(전4권)이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녹원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자랑스런 양정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시인의 말 / 5

제1부

진달래꽃 | 13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 15
멍 | 17
품 | 18
기러기 | 20
툰드라 | 22
사막여우가 있는 풍경 | 24
전동 스쿠터가 있는 비탈길 | 25
장님 여자가 사는 마을 | 26
봄날 | 27
그리움에 대하여 | 28
아내라는 여자 | 30
뼈 몇 조각에 바치는 헌사 | 31
질경이 | 32
견고하고 딱딱한 잠 | 34
비슬산 참꽃 | 36
독락당, 혹은 산정묘지 | 38
청매실이 여무는 집 | 40
북향 | 41

제2부

흐린 여자들과 소 몇 마리| 45
봄 산| 46
병신춤을 추던 여자 | 48
통영 사람 | 50
들깨밭에서 | 52
억새, 혹은 엉겅퀴 같은 | 54
잠든 염소를 깨워 몰고 | 56
여숙에서 | 58
굴 | 59
귀신고래는 왜 안 오는가? | 60
젖은 배 | 62
소문, 혹은 풍문이 살던 마을 | 63

제3부

소금사막 | 69
폐사지에서 | 70
가을 속초 | 72
민달팽이 | 74
새벽 뜨락에서 | 75
밥 | 76
연둣빛 마가목 잎새 하나의 행방 | 77
지름길 | 78
열하일기를 읽으며 | 80
가마우지 | 82
개펄에서 | 84
아지랑이가 있는 곳 | 85
돌미나리가 있는 풍경 | 86
부리 | 88
갈라파고스 | 89

제4부

팔레스타인 | 93
망치 | 94
수컷 죽이기 | 96
길고 지리한 일상에서 | 98
매실주를 담그며 | 100
억울한 것들의 새벽 | 102
고래는 없다, 고래는 죽었다 | 103
뉘른베르크, 양말, 혹은 양말 제조법 | 104
유리병 속의 시 | 106
파울 첼란 | 108
비품들 | 110
틀렸다, 그 길이 아니다 | 112
시인들아, 말 사러 가자 | 113
해설세계를 감싸 안는 연민과 시간의 중층적 구조┃오형엽 | 116


    
<출판사 서평>


이건청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를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주제는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회상과 노년의 쇠락에 대한 인식과 앞날에 대한 소망 사이에서 다층적인 맥락을 형성한다. 이건청 시인의 시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주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서 시적 형식과 기법이다. 이번 시집에서 이건청 시인의 시적 형식과 기법은 주로 시적 주체와 대상의 관계성 및 시간 구조의 측면에서 시력詩歷 50년에 상응하는 독창적이면서도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이건청 시인의 시는 시적 주체와 대상의 관계성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변주하는 동시에 그것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의 중층적인 시간 구조 속에 복잡하고 다양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폭력적 구조 및 시간의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존재론적 각성에 도달한다.
중층적인 시간 구조를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사함으로써 시간의 운명 앞에 서 있는 인간을 감싸 안고 위무한다. 따라서 이건청 시인의 시는 세계의 폭력적 구조를 변방의 시인이 가지는 고고의 정신으로 대응하고, 시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고 횡단하는 중층적 시간 구조로 대응하면서,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 안는 애정과 연민의 노래이며 승화의 노래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형엽(문학평론가,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를 낸다. 감각과 상상력과 시적긴장과의 길항 속에서 좋은 말들을 발견하는 일은 고된 것이지만 기쁜 일이기도 하다. 밝은 눈과 맑은 귀로 보고 듣기 위해 애를 써야 하리라. 감성의 촉수가 말라버리지 않도록 더 애를 써야 하리라. 시집을 내면서 되뇌어보는 다짐이다.
― 시인의 말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곡마단이 왔을 때
말은 뒷마당 말뚝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곡마단 사람들이 밥을 먹으로 갈 때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쫓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 놓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묶여 있었다.

날이 저물고, 외등이 환하게 빩혀지고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은 그렇게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곡마단 곡예사가 와서 고삐를 풀면
곡예사에 끌려 무대에 올라갔는데
말 잔등에 거꾸로 선 곡예사를 태우고
좁은 무대를 도는 것이 말의 일이었다.

크고 넓은 등허리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무대로 뛰어내렸다가 휘익 몸을 날려
말 잔등에 올라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곡예사는 채찍으로 말을 내리쳐
박수 소리에 화답을 보였다.

곡예사가 떠나고 다른 곡예사가 와도
채찍을 들어 말을 내리쳤다.
말은 매를 맞으며 곡마단을 따라다녔다.
곡마단 사람들이 더러 떠나고
새 사람이 와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쫓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평생을을 거기 그렇게 묵여 있을 것이었다.
-pp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