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16 13:40
히말라야 뿔무소
 글쓴이 : happy
조회 : 33  

저자 최명길|황금알 |2017.05.17



최명길 시집 『히말라야 뿔무소』. 최명길 시인의 시 작품을 담은 책이다.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작가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 최명길
저자 최명길 시인은 1940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해 강릉의 물을 먹고 자랐다. 강릉사범학교와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해역에 서서」 「자연서경」 「은유의 숲」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접사』 『풀피리 하나만으로』 『반만 울리는 피리』 『은자, 물을 건너다』 『콧구멍 없는 소』 『하늘 불탱이』 『산시 백두대간』 『잎사귀 오도송』 등이 있고, 109편의 명상시집 『바람 속의 작은 집』과 전자영상시선집 『투구 모과』를 펴냈다. 만해ㆍ님 시인상, 한국예술상, 강원도문화상

(문학부문),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산이 좋아 2002년 40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2003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을, 2005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포행했다. 그 후 「산시 백두대간」을 10년 동안 어루만지며 속초에 우거해 살았다. 은자적이고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극대ㆍ극묘미의 오묘한 자연의 세계를 통해 깨달음의 씨앗을 얻었다. 그 씨앗을 시의 그릇에 담아 맑게 틔워 가꾸기 위해 한 생을 바쳐 고뇌하며 탐구하였다. 2014년 5월 4일 향년 75세에 병환으로 별세하였다.



목 차

1부

너와 나 사이·12
나무 향기·13
히말라야에 걸려들어·14
무소 외뿔소·15
허공길·16
한 산·17
히말라야 돌팍길·18
눈산·19
안나푸르나 산궁궐·20
아주 키 큰 전나무·21
안나푸르나와 마주 앉아·22
너가 아니라·23
톨카 가는 길·24
보우더나트 불탑의 두 개의 눈동자·26
산바람·27
모디콜라강 가 히말라야 로지에서·28
파타나마을 네팔 고산족 소녀의 이마·29
히말라야 북두칠성·30
설산 아로나향·31
란두룽 마야산장 딸 구릉 엘리자벳·32
안나푸르나 그 짧은 한순간·34
기적·36

2부

히말라야 뿔무소·38
노을 안나푸르나·39
란두릉 보리 이삭·40
류숴 타고 저 마을로·41
신의 소리 히말라야 종소리·42
설악산 물 한 병·43
스와얌부나트 사원의 불탑·44
안나푸르나 구름 등불·46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경배하나니·47
백의의 안나푸르나·48
구름 안나푸르나·49
돌계단과 침묵·50
조을음·52
히말라야 설인 예띠·53
흰 너울 안나푸르나·54
가릉빈가 새가 한 번 하늘을·56
해골 안나푸르나·57
산지팡이에 달무리가 걸려·58
히말라야 우박·59
존재는 다만 존재로·60
포카라로, 2005년 3월 3일·62

3부

두려운 흰 연꽃길·66
선禪,히말라야·67
그날 밤 달이 얼마나 그윽하던지·68
네팔 산악전사의 칼 쿠크리·69
백의의 히말라야·70
히말라야 뿔무소 발자국·72
데우라리 폭포가 나를 몰아쳤다·73
히말라야 선견약·74

안나푸르나 Ⅰ봉과·76
파그마티강 다리 난간에 기대어·78
히말라야에서 내가 나를 보아하니·79
산의 말씀·80
히말라야 황금불꽃사원·81
좀 멍청한 산·82
히말라야 설빙을 깨어 먹으며·83
꽃나무도 아닌 것이·84
모디콜라강 횡곡 쌍폭·85
얼음 아가리 혹은 틈·86
물레방아와 구릉족 아낙·88
그 사람·90
히말라야는 이슬 한 방울·92

4부

바로 여기 이 순간·96
뿔무소 타고 종일 놀다·97
알몸 안나푸르나·98
젊은 석가의 풀피리 소리·99
저무는 안나푸르나·100
포카라 파탈레 찬고·101
18인승 프로펠라 경비행기를 따라다니는·102
히말라야 고산족 산밭이랑·103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네팔리·104
촘롱 천둥 번개·106
히말라야 감자·108
도무지 나는 이 나를·109
마체푸츠레 하늘춤·110
네팔의 나라꽃 랄리그라스·112
번갯불 세상·113
에드먼드 힐러리의 신발 두 짝·114
촘롱 네팔 여인·116
하산 거부·117
눈길 끊어진 자리에서 길을 잃어·118
금강경 속의 나와 히말라야 속의 나와·120
우주의 뿔·122
옴마니밤메훔 노인·124

시인의 산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포행·125
해설 | 이홍섭
몸과 마음의 고향을 찾다·134


    
<출판사 서평>


시인은 죽어서도 시를 세상에 보낸다!
안나푸르나 히말 그것은 어떤 맑은 정신의 덩어리였다. 강렬한 흰빛 생명 덩이. 그 드맑은 흰빛 덩이가 굽이치며 달려가 지덕이 옹아리치는 산상 무정처里行龍一席之地에 우리의 성산 백두가 망울졌고 백의정신이 움텄던 것이다에 붓다의 동산 룸비니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그리고 그 흰빛덩이의 만리행룡일석지지萬. 히말라야는 그렇게 내게 왔다.
나는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산이 경經임을 깨우쳤고, 킬리만자로 키보를 지나 해발 5천m를 오르내리면서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내 온몸을 쏠려야 하는 급박한 순간 숨이 다름 아닌 생명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안나푸르나를 직접 맞닥뜨려서는 만년 백의의 그 냉엄한 고결성에 환희심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 시인의 산문 중에서

시인이 히말라야 포행의 끝에 얻은 그 어떤 절정의 세계를 담고 있다. 시인만이 얻은 심우도 속의 소이다. 그것이 선적으로 어떤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말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득우, 인우구망, 반본환원의 경지가 있다고, 맨몸과 대자유를 얻었다고 축약해서 말하면 위의 시들을 읽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만다. 다만 독자로서 시인이 ‘유락’이라고 표현한 히말라야 포행의 절정을 노래한 시들을 한껏 자유롭게, 온몸으로 ‘유락’하는 게 예의일 듯싶다. 그것이 히말라야 뿔 위에서도 시를 놓지 않았던 시인의 진정한 바람일 것이다. 나는 이번 시집의 주를 이루는 “정신의 뼈다귀”(「우주의 뿔」)를 노래한 시들에서도 감동을 받지만, 시인이 유년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고향’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시들에서 참으로 애련하면서도 애잔한 감동을 받는다.
- 이홍섭(시인)



<책 속으로>


[시인의 말]


   이번 시편들은 다소 울퉁불퉁하다. 외양은 거칠고 내용은 엉뚱하고 서정은 떫다. 히말라야 뿔바위를 닮아 그런게 아닐까 한다. 실은 단 한 번 대좌했을 뿐이지만, 안나푸르나에 안겼을 순간의 충격은 컸었다. 전 생애가 한꺼번에 소용돌이치듯 했던 그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산시로 둔갑해 다시 살아났다.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히말라야는 온갖 상징으로 뒤얽힌 천상의 적소다. 얼음 바윗덩어리익이기도 초절한 장엄미감을 뿜어내는 은유의 산실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끝없는 도전을 받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리무중의 산이 히말라야다.

  설산 히말라야는 한마디로 선의 콧구멍이요 도의 배꼽이다. 거기 빠져 죽은 자가 얼마이던가.

  '나'라는  한 인간 벌레가 그 성소에 발 한 쪽을 들여놓은 것만으로도 몹시 송구스러워ㅛ으나, 한 치 붓끝으로 이렇듯 또 어지럽히고 있다. 참으로 나는 역천만을 일삼는 불한당이나 보다.



2014년 1월7일
눈 덮인 설악산 앞에 앉아
최명길




히말라야 뿔무소



길바닥에 발자국만 남아 있다.
뿔무소는 어디로 가고
나 그 뿔무소 발자국을 잠깐 열어보았다.
새처럼 앉아있는 물,
조개구름 밟고 간 자리
깊은 안으로 반쯤 얼비쳐든 설봉 알몸
혼자서 가슴 너무 뛰어
멀리멀리 가버린 너에게로 보낸다.
이걸 나
두 손 오그려 움켜 떠 담아     -p 38.



노을 안나푸르나



어떤 현묘한 정신의
불퉁불퉁한 뼈다귀,
그 뼈다귀가 붉게 탄다.
지금 말은 필요 없다.
고요한 응시면 된다.


내 영혼은 그 만년 정수리에 홀려
무간지옥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맑아지면서
켜켜이 쌓인 껍질이 나가떨어졌다.
다만 산과 나
나와 산이다.
산과 한몸으로 엉켰다.
그리고 빨려 들어갔다.
애인의 달짝한 입속으로 혓바닥이 빨려 들어가듯
차고도 예리한 흰빛 붉음 속으로


내 온 몸이 휘말려들며
그렇게 우주는       -p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