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16 12:53
그녀의 시모노세끼항 - 황금알 시인선 144
 글쓴이 : happy
조회 : 36  

저자 김재홍|황금알 |2017.04.16



황금알 시인선 제144권.『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의 김요아킴 시인의 신작이다. 정우영 시인은 "슬픔과 아픔들 기꺼이 담지하면서도 그는 징징거리지 않는다."고, 이수익 시인은 이번 시집이 "김요아킴의 새로운 지평의 발견으로 읽힌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이자 이민호 시인은 "발효되지 않은 역사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려는 시쓰기라 할 수 있다. 이제 역사의 악몽 속에서 구원의 문을 열려고 하는 그와 만날 수 있다."고 평했다.


김재홍

저자 : 김요아킴
저자 김요아킴 시인은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다.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과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가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며 부산작가가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 편집주간과 계간 『작가와 사회』 편집위원이며,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KJHCHDS (김요아킴의 시야)

    
목  차

1부

다시, 율포·12
스트랜딩stranding 유서·14
어시장을 말하다·16
털보네 장의사·18
말랑젤리 결투·20
문자 birthday·22
그 친구·24
만물상회·26
영역을 점하다·28
감자탕 패러독스·30
사람이 종교다·32
그녀의 시모노세끼항·34
물 같은 사랑·36
핸드드립 하는 男子·37
이미지 트레이닝·38

2부

세월이 잔인하다·42
스릴러·44
The Boxer·46
기억의 제곱·48
택시 안에서 서사를 읽다·50
출근法·52
어느 원고료·54
그 집 앞, 사진·56
국밥으로 환생하다·58
팻테일저빌·59
그대는 진정 슈퍼맨·62
순걸이 형·64
내 몸은 신호등·66
1987년 5월 16일·68
그녀의 칼·70

3부

어느 봄날의 기억·72
지금은 침묵 중·74
삼포三浦를 지나며·77
현대사를 엿보다·78
부부횟집·80
목욕탕 보고서·82
등산복을 입다·84
실험의 추억·86
기억을 품다, 짠한·88
그가 궁금했다·90
중섭공방의 女人·91
노인과 바다·92
수부水夫의 눈동자·94
뽕짝아저씨·96
너클볼러knuckleballer·98

4부

그 사람, 김영오·102
이용녀 할머니·104
불꽃·106
고백성사·108
졸리의 앰뷸런스·111
두 꽃잎을 묻다, 왼쪽 자리에·114
어떤 장례식·116
환생을 찍는 사진사·118
밧줄을 타는 산타·120
바람진단사·122
멸화소녀·124
한 소년이 있다·126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128
업서라의 기도·130
태양주유소·131

해설 | 이민호
역사의 악몽과 구원의 시쓰기·132


<책 속으로>

[시인의 말]


세사은 각기 다른 생의 지층으로 다져져 오롯이 존재한다.


부박 浮薄하면서도 고단한 곳에 켜켜이 쌓여간 생의 모습 속에 있는 늘 자리해야 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서 일까? 이번 시집엔 '생'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더 낮은 자리에서 시를 통해 본 우리 시대의 민낮, 그 속엔 4.16의 아픔 또한 잊을 수가 없다.

진정 시가 우리들 생의 자그마한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아직 봄일 수 없는 4월의 어느 날 금곡에서               
                                                                                                      김요아킴 씀
               


그녀의 시모노세끼향


  적어도, 그날 그이와의 만남을 위해선 몇백 년 전의 뱃길이 열려져 있어야 해, 쓰시마 해협을 따라 몇 번의 풍랑을 부여잡고 통신 사절단이 상륙한 그곳이어 해. 나라를 잃은 한恨이 큰 뱃고동으로 울리며 무수한 사연을 실어 나른 연락선의 종착지이기도 해야 해. 우진 심덕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바닷속 심연深淵으로 가라앉은 곳. 지금도 둥글게 울음 우는 그곳을 스쳐 지나야 해.

   우선, 그이름을 만나기 위해선 삼백오십 앤의 입장료가 필요하지. 뉘엿뉘엿 해를 쓰러뜨리는 여로旅路의 마지막 날, 낮선 곳으로 혼자만의 용기도 필요하지, 문이 열리는 입구의 정면엔 서로를 교묘히 응수하는 스모선수의 정지된 화면 동작도 필요하지, 반쯤 벽을 친 남녀 탈의실 가운데서 미동조차 않고 인사를 건네는 가녀린 목소리도 필요핮하지.

   순간, 그이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어, 반듯하게 세월을 읽어낸 듯한 까만 안경이 수건을 움켜쥔 나의 눈동자와 마주쳤어, 대수롭지 않은 어느 사람들과 달리 욕탕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나의 알몸을 슬쩍 가려주었어. 선풍기 바람은 일상의 시시간들처럼 돌아가고 초로初老의 그이는 한 점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붉게 달아오른 나의 마음을 결국 들춰내고 말았어. pp 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