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1-13 18:51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글쓴이 : happy
조회 : 2  

저자 강봉수|삶창 |2016.10.10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는 《시가 뭐고?》를 출간해 화제가 되었던 칠곡 할매들의 두 번째 시 모음집이다. 전작에 실리지 않은 할머니 시인들 119명의 막 뽑은 무 같은 시들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해서 작품을 고르고 해설까지 기꺼이 쓴 김해자 시인은, “일부 식자층의 프로젝트에 의해 가르치고 계몽하는 것에 초점이 갈 게 아니라 그들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치를 찾아내야 할 겁니다. 못 배우고 눈에 보이는 영향력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해서 하찮은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주변부에서 변두리 어법으로 내뱉는 “내는 아모것도 모리는데” 속엔 엄청난 스승들과 역사와 노하우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들이 품고 산 가치야말로 인문이요, 그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 지리요, 그들이 생을 지속하는 현상들이 문화“라고 단언한다.


저자 강봉수 외 118명

강봉수, 강향진, 고계남, 곽해선, 권경월, 권병연, 김경자, 김덕임, 김도이, 김두래, 김무생, 김미대자, 김본구, 김생이, 김소순, 김숙희, 김순식, 김순옥, 김순임, 김연주, 김영순, 김옥희, 김윤기, 김정자, 김종선, 김춘자, 김태훈, 김학술, 김호연, 남영자, 노배칠, 노선자, 류광순, 박갑임, 박상순, 박수연, 박순연, 박순희, 박영숙, 박옥순, 박정순, 박태순, 박태화, 박화자, 배말남, 배복란, 배옥자, 배찬희, 성영분, 소귀덕, 소수연, 손궁자, 송일선, 신묘연, 신봉순, 신위선, 안윤선, 양화자, 오성주, 우외출, 유순희, 유지란, 윤영애, 이갑순, 이금순, 이기연, 이난석, 이말순, 이묘연, 이방자, 이백연, 이분기, 이분수, 이상이, 이상진, 이수연, 이수옥, 이순늠, 이순단, 이영분, 이영옥, 이외순, 이원순, 이이자, 이정란, 이정수, 이정순, 이춘도, 이태술, 이필선, 이학연, 임순조, 임정숙, 장달수, 장세금, 장숙자, 장오희, 장윤순, 장정숙, 장혜자, 전수연, 전시옥, 정두이, 정말분, 정병권, 정분조, 조정하, 채수현, 채종연, 최귀남, 최성순, 최영순, 최옥자, 최재순, 최정순, 추유을, 함순자, 허남이, 허임분



목차

제1부
김무생·6 · 25와 집안 난리·14
김본구·면을아가·15
김순임·나의 텃밭·16
김정자·손녀·17
김종선·하로생활·18
김태훈·즐거운 해외여행·19
남영자·내 평생·20
박순희·아버지·21
박화자·배암·22
배복란·나의 꿈·23
소수연·소원·24
손궁자·사랑하는 손자·25
신묘연·눈 수술·26
오성주·타향·27
우외출·내 나이 칠십·28
유순희·참 맛나다·29
이난석·어머니·30
이묘연·공부·31
이백연·기추·32
이상이·다행이제·33
이수연·오남매·34
이영분·도마도·35
이영옥·화가·36
이원순·어무이·37
이이자·행복·38
이정란·우리 예뿐 며느리·39
이정수·으리 삼남매·40
이춘도·지하철역·41
이태술·시집살이·42
이필선·육교사변·43
장달수·피란 생각·44
장세금·이가 아파요·45
전시옥·새소리·46
정두이·자식부모·47
정말분·어린시절·48
최정순·며느리·49
추유을·그때가 좋았다·50
함순자·사계절·51
허남이·보고 싶은 영감·52
허임분·젊은 날에 꿈은 졌습니다·53
제2부
김경자·우리 영감·56
김옥희·벼농사·57
노배칠·봄이 좋다·58
박태순·여름·59
신위선·봄이 오는 소리·60
이말순·우리집 꿀벌·61
이분기·봄·62
이분수·나는 백수라요·63
이상진·장마철·64
이수옥·봄·65
이순늠·봄 콩 숭가다·66
이정순·농사·67
장숙자·봄비·68
전수연·꿀밤·69
채수현·장마·70
제3부
강봉수·얘날래·72
강향진·몸살·73
고계남·인생·74
곽해선·매미 소리·75
김덕임·봄비·76
김도이·꽃·77
김두래·뭉게구를·78
김미대자·할매·79
김생이·산뽀·80
김순식·고랑이·81
김춘자·아이 예쁘라·82
김학술·보고 싶은 꽃·83
김호연·봄·84
노선자·느티나무·85
류광순·꽃·86
박상순·쑥·87
박수연·겨울·88
박정순·나무는 바보야·89
박태화·봄·90
성영분·제비·91
양화자·민들레·92
윤영애·할미꽃·93
이갑순·살구·94
이기연·세월·95
이순단·우리 집 마당꽃·96
이외순·봄·97
임순조·봄·98
임정숙·단감나무·99
장오희·어린시절·100
장윤순·끼리끼리·101
장정숙·들·102
최재순·달팽이·103
제4부
권경월·팽이·106
권병연·우리 선생님 정경남·107
김소순·영극·108
김숙희·이름·109
김순옥·고추·110
김연주·내가 좋아한는 것·111
김영순·이래 사는게 좋다·112
김윤기·공부하는 날·113
박갑임·소망의 나무·114
박순연·내 이름 석자·115
박영숙·어지하면·116
박옥순·골치·117
배말남·즐겁게 놀고 있다·118
배옥자·내 나이·119
배찬희·한글공부·120
소귀덕·공부하는 날·121
송일선·나의 꿈·122
신봉순·공부·123
안윤선·글씨가 참하다·124
유지란·숙제·125
이금순·도깨비 역할·126
이방자·공부·127
이학연·나의 손·128
장혜자·공부·129
정병권·즐거운 하루·130
정분조·한글공부 한빛배움터·131
조정하·일기·132
채종연·선생님 나는 슬거시 업내요·133
최귀남·나의 꿈·134
최성순·동시·136
최영순·나에 인생·137
최옥자·내 인생·138
해설_김해자·땅에 엎드린 칠곡 할매들의 시·139


<출판사 서평>

간략 소개

이 안에 도란도란 모인 시는 당신의 눈물이고, 당신의 사랑이고, 당신의 아픔이고, 당신의 괴로움이다. 켜켜이 숨어 있는 것들을 읽는 것도 아프면서 웃기다. 웃기면서 슬프다. 오롯이 내 안에 드는 것들이 떨린다. 낡은 문패를 쓸고 가는 바람도 늙고, 식구라고 해봐야 개, 돼지에 손가락 잡아 새봐도 다섯 손가락이 넘어가지 못하는 그 자리에 자식이라는 먼 산만이 눈 끝에 달릴 뿐이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가득한 시집. 하여, 이 시집은 군불 때는 집이다. 이 시집은 뒤꼍에 소란스러운 조릿대 밭이다. 이 시집은 반들반들 윤기 나는 장독대다. 이 시집은 울 엄니다. 작아지고 늙어가는 모든 엄니라는 신께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감사함을!

_박경희(시인)

책 소개

칠곡 할매들, 다시 시를 쓰다


작년에 『시가 뭐고?』를 출간해 화제가 되었던 칠곡 할매들의 두 번째 시 모음집이 나왔다. 칠곡군이 운영하는 인문교육을 받으면서 할매들은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하고 시를 써 왔다. 그 첫 번째 성과가 작년에 나온 『시가 뭐고?』인데 그 두 번째 성과물이 이번에 나온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가 뭐고?』에 실리지 않은 할매 시인들 119명의 막 뽑은 무 같은 시들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해서 작품을 고르고 해설까지 기꺼이 쓴 김해자 시인은, “일부 식자층의 프로젝트에 의해 가르치고 계몽하는 것에 초점이 갈 게 아니라 그들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치를 찾아내야 할 겁니다. 못 배우고 눈에 보이는 영향력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해서 하찮은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주변부에서 변두리 어법으로 내뱉는 “내는 아모것도 모리는데” 속엔 엄청난 스승들과 역사와 노하우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들이 품고 산 가치야말로 인문이요, 그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 지리요, 그들이 생을 지속하는 현상들이 문화“라고 단언한다.
다시 말하면 시는 문자를 배운 “식자층”의 것이 아니라 문자가 되지 못한 언어를 품고 사는 “주변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시가 뭐고?』와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에는 할매들이 살아 온 역사도 어눌한 리듬을 타고 살아 있지만 삶에 대한 해학과 유머도 또한 풍성하다. 우리가 할매들이 살아온 역사를 신파로 곧잘 만드는 것과는 달리 할매들은 삶이 주는 과제는 기쁘게 수행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또한 농사를 통해서 얻은 눈은 문명의 화려한 관점과는 반대로 단순 명료하게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도 한다.

달팽이 달팽이 집을 짓는
달팽이 달팽이는 열쇄도
피로없고 자몰쇄도 피로없네

_최재순, 「달팽이」 전문

진짜 이성의 언어

“달팽이”의 움직임을 통해 “열쇄도” “자몰쇄도” 필요 없는 유토피아적인 삶을 무의식적으로 환기시키고 있거니와, “스펙터클한 영상과 이미지가 범람하는 디지털 세상”(김해자의 해설 『땅에 엎드린 칠곡 할매들의 시』)이 인간의 감각을 망친 반대쪽에서 발언한 ‘이성의 언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의 이성을 어려운 철학적 개념어로 정의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사실은 이런 언어들이 가장 본질적인 ‘이성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살구를 땃다
비가 와서 상처가
많이 났다
아들이 가가라캐도
안가 간다
한글공부 배우는 학교에
가져 갔더니
마카다 맛있게
잘 먹었다

_이갑순, 「살구」 전문

이 시에서도 단순한 생활의 한 단면을 통해 사물의 실감과 단절된 “아들”의 세상과는 달리 상처 난 살구를 ‘함께’ 잘 먹은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런 시들이 세련미를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문명이 가르쳐준 세련미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 도리어 문명은 사물의 실감으로부터 우리를 자꾸 떠나게 한다. 이것은 도리어 인간 존재를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게 하며 인간은 자연과는 무관하다는 환상을 갖게 하고 나아가 자연을 개발하고 변형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게 한다. 그것의 궁극적 결말은 인간의 자기 파괴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김해자 시인이 해설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인식들과 주장들을 소박한 자연주의 혹은 생태주의로 치부할 수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 느티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가만히 보면
인물이 잘생긴 사람같습니다
나이 하루하루가
느티나무 그림자를 따라
즐겁게 돌아갑니다

_노선자, 「느티나무」 전문

나무와 사람은 같은 존재

이 시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를 “잘생긴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의 기교를 가르치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느티나무”를 의인화한 결과가 아니라 “느티나무”와 사람인 시적 화자가 같은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거꾸로 시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칠곡 할매들의 시를 단순 소박한 자연주의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땅으로 돌아가는 것, 또는 땅을 딛고 산다는 사실에서 해학과 유머가 나오며 해학과 유머는 바로 삶에 대한 대긍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진실을 끄집어 낼 수가 있다. “우리가 벗어버리고 싶은 누추한 것들이 진실로 그러한가 묻는 생애의 파도 소리가 쉼없이 들리는 이 현장 한가운데가 실존의 중심입니다. 관계와 소비 욕망에 시달리는 충돌과 모순의 언어로부터 떠나 있는 할매들의 속담이나 수수께끼와 같은 이야기들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야성의 숨소리이자 보루일지 모릅니다. 가르칠 게 아니라 우리는 그들에게서 진심으로 배워야 했던 겁니다.”(김해자의 ‘해설’ 중)
가르치고 싶은 욕망은 기실 권력에 대한 욕망에 다름 아니다. 그것을 칠곡 할매들의 시편들이 가리켜주고 있다는 이 진단은 이 시집의 가장 큰 의미일 수도 있다. 삶의 윤리는 가르치려는, 더 가지려는, 더 높은 데 위치하려는 욕망에서는 탄생하지 않는다. 또 삶의 윤리가 없으면 우리는 ‘좋은’ 삶을 살 수도 없다.
칠곡 할매들의 시를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칠곡 할매들에게 오욕칠정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오욕칠정을 생긴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할매들의 시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