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0-12 15:37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글쓴이 :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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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사고의 힘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칼 세이건

저: 데이비드 헬펀드, 역: 노태복, 출판: 더퀘스트.<사진=출판사 제공 >
저: 데이비드 헬펀드, 역: 노태복, 출판: 더퀘스트.<사진=출판사 제공>



400년 동안 축적된 과학지식은 지구 구석구석에 발자국을 뚜렷하게 남기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퍼져있지 못한 듯하다.

한 예로 지구가 약 6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창조과학은 검증이 불가능한 '사이비과학'인데도 버젓이 '과학'의 이름을 달고 활동하고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제이 제이 톰슨은 "과학이론은 도구이지 신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믿는 바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 믿음을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의 저자 데이비드 헬펀드 교수 '과학적 사고습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70억 명의 대형 포유류가 지구의 거의 모든 생태구역을 차지한 적이 없었고, 어느 한 종이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던 적도 없었다.

인류는 물 부족, 에너지 고갈, 생태계 파괴, 식량난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고 살아야 한다. 과학의 얼굴을 한 사이비과학을 가려내고, 감성에 기댄 정치인들의 선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가짜가 뒤섞인 정보의 홍수에서 오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컬럼비아대학교는 1937년 이래로 모든 신입생에게 '코어 커리큘럼'이라는 필수교양수업을 제공한다.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면서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이 과정에는 문학, 정치학, 음악, 예술 등 인문적 기반의 수업만 있었지 과학과 수학은 없었다.

당시 컬럼비아대학교 천문학과장이었던 저자는 과학 역시 필수 수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04년 최초의 필수 과학 수업이 개설되었다. 그 수업 내용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봉투 뒷면을 활용한 페르미 문제 해결법부터
확률을 계산하는 간단한 규칙들까지
과학적 사고습관을 기르는 친절한 가이드


보다시피 이 책은 어떤 물리학 이론이나 천문학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의문을 갖고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개인적인 일화를 예로 들어가며 추론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봉투 뒷면 계산', 통계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방법, 확률을 계산하는 간단한 규칙, 그래프를 올바르게 읽고 활용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뉴욕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일까?" 구글 입사 문제로도 잘 알려진 이 문제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학적 사고습관 중 하나는 알려지지 않거나 알 수 없는 양을 대략적으로 추산하는 능력이다.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추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페르미 문제'라고 하는데, 이런 유의 문제는 국내 대기업 입사 문제에도 종종 등장한다. "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서울시에 바퀴벌레는 모두 몇 마리일까?"

처음에는 그 양이 감조차 잡히지 않아도 우선 아는 정보들을 토대로 논리적인 추론을 해나가면 봉투 뒷면에 고작 몇 단계 과정으로 계산해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지, 큰지, 먼지, 무거운지, 비싼지 등을 재빨리 짐작해내는 것이다.

편견을 없애는 것도 과학적 사고습관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상식이란 열여덟 살 이전에 마음에 깔린 한 층의 편견"이라고 말했고, 갈릴레이는 "어찌하여 그대는 타인의 말만 믿고 자기 눈으로 관찰하거나 보려고 하지 않는가?"라고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일침을 놨다.

우리는 상식이라는 말로 의심 없이 잘못된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곤 한다. 예를 들어, 보름달이 뜨면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날까? 뉴욕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인 데이비드 버코위츠가 체포됐을 때 BBC 뉴스는 보름달이 뜬 날 그가 더 자주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보름달이 뜨면 사람들이 이상해진다는 것은 상식처럼 보였으나 실제로 저자가 살인사건이 일어난 날과 보름달이 뜬 날 사이의 시간을 계산해본 결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었다. 이처럼 간단한 계산으로 우리는 자극적인 뉴스나 정치적 주장의 맥락을 살필 수 있고 그 말이 참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다.

◆ 201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 올해의 단어: 탈진실
다시 암흑의 시대가 올까?


201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뽑았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진실보다는 개인의 믿음이나 감정이 여론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환경, 또는 그 조짐'을 뜻한다. 칼 세이건은 1995년 출간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에서 마치 이 상황을 예견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거나 정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수정구와 점성술에 미래를 기대고 비판적 능력을 잃어가며, 좋아 보이는 것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때,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다시 미신과 암흑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지 모른다."

직감과 느낌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적 사고습관을 기르는 데 좋은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