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9-04 10:28
내가 똥? 내가 밥!
 글쓴이 : happy
조회 : 6  

저자 이소영|작은길 |2016.05.09

내가 똥? 내가 밥!


『내가 똥? 내가 밥!』은 저자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한국의 대학에서 했던 강의를 토대로 쓰였다. 앞선 내용이 《사람책》으로서 ‘사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책’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사회학이 무엇인지, 그 학문의 어떤 내용이 저자의 고민과 결합하여, 저자가 이후의 행로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했는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런즉, 강의 내용은 저자 자신의 체험과 실천, 고민과 성장, 사회적 환경과 사적 여건을 가로지르면서 새로이 태어났다. 독자들이 사회학이 무엇인지, 환경사회학이 어떻게 다른지를 접해 보는 것은, 그러한 배움이 나에게 각별하게 다가온다면 어느 정도껏 실감해 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저자 : 이소영
저자 이소영은 에코토피아를 꿈꾸는 살림꾼이다. 현재 일본 지구환경전략연구소(IGES) 선임연구원이자 와세다대학교 객원교수, 중국 북경사범대학교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드라망, 지금 여기의 에코토피아』 『한국인의 갈등의식의 지형과 변화』(공저) 『지금 여기의 아나키스트』(공저) 『환경운동과 생활세계』(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지금 다시 생태마을을 읽는다』 『지금 당장 시작해! 지구를 살리는 녹색실천』 『비아캄페시나』(공역)가 있다.


목차

* 머리말
* 프롤로그 : 제 이야기 한번 시작해 보렵니다

1장 땅(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나”
조율
침묵하는 봄, 건너뛴 삶의 결과
우리 땅 환경문제
환경사회학의 출현
땅은 죽고, 우리는 아프다
냉장고라는 사회학적 문제
자동차 안의 환경문제
자동차 밖의 사회문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 ‘나무 심자’
나는 쓰레기, 나는 똥

2장 하늘(天)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심도 깊은 생태주의
자연 위에 사람, 사람 위에 사람
콩 세 알과 두레 그리고 정농正農
나는 우주, 나는 밥
여성학 F학점

3장 사람(人) “어리석은 자들의 세기”
환경운동에서 환경 정책으로
북극곰을 걱정하는 아이들
휴대전화 싫어!
쓴 커피에 쓴소리
파란, 깍두기 그리고 노동, 여가
지속가능한 소비? 지속가능한 삶!
출산과 보육을 맡은 엄마들에게
사회적 경제, 생협 - 제발, 없는 것만 수입하자!
‘불편한 진실’과 ‘어리석은 자들의 세기’

* 마치며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안녕하세요? 작은길출판사에서 《작은길 사람책》이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사람책》 시리즈를 기획한 데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첫째. 학교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 청소년 진로가 현장의 화두입니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올해 들어서는 기업, 관공서, 단체, 대학 등 다양한 곳에서 청소년 대상의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사가 끊이지 않네요. 수년 전에도 그랬는데 진로 현안이 직업으로 수렴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자녀를 상위권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는 연령이 점점 낮아져 온 것처럼, 직업을 훈련하는 나이도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안전성과 불안감 지수가 반영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역설적인 불합리함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는 근본적으로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마치고, 혹은 길게 잡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십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오랜 관념상 어른들은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가정과 학교,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잘 배우기를 바랍니다. 모름지기 청소년기는 배움의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갖고 있는 상식이자 통념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꿈과 끼를 찾는다’는 슬로건의 자유학기제는 나날이 직업 체험 프로그램으로 강화되어 가는 것일까요? 이 점이 모순처럼, 아니 무책임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기사도 왕왕 접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체험한 직업과 장래의 선택이 일치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둘째. 한국 사회는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고학력 사회, 학벌 지상주의 사회입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배우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지요. 소위 ‘가방끈’ 긴 사람들이 남부럽지 않게 넘치는 사회가 되었는데도,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높은 학력이 건강한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자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대학에 들어가는 80%가 넘는 청소년들 중 일부는 시간이 흘러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누구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제대로 자평한다면 “나는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해야겠지요. 하여간,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대학 입학이 지상과제이다가,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대학은 나와서 뭐하나, 취업도 안 되는데.”라는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여기서 취업은 그저그런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선망하는 괜찮은 직장을, 아마도 가리킬 것입니다. 요컨대, 대학을 나와야 명함을 내밀만 한 직장을 얻게 된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대학=취업=성공이라는 트랙 위를 좌우 눈을 가리운 경주마처럼 누구나 달리는 현실. 이처럼 배워야 출세한다는 관념이 지배적인 사회인데도, 취업이 안 되면 ‘큰 배움’도 하찮아지고, 청소년들은 배움이 왜 소중한지 점점 스스로 질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기획의 방향은 ‘무릇 배움의 때인 청소년기에 좋은 배움에 접할 기회를 주자’는 데로 자연스럽게 나아갔습니다. 내 배만 불리는 데 배움을 써먹는 것이 아니라,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배우고, 좋은 앎을 얻고, 아는 대로 행하고, 또 배움을 순환하기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때 인간은 인간다울 수 있다는 가치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 되지 않을까? ‘진로 = 직업’이라는 등식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가급적 직업인이되 지식인으로서의 선량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면 더욱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람책’ 혹은 ‘휴먼북’은 익숙한 말입니다.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동명의 행사를 주관해오고 있으니까요. 작은길은 명실상부한 ‘사람+책’을 펴냅니다. 사람이 책이 된다, 매우 구체적이고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을 담은 책. 기꺼이 첫 사람책이 되어준 이소영 선생은 사회학에서 갈라져 나온 환경사회학을 공부했고 가르치고 있으며, 연구기관에서는 환경정책을 연구합니다. 저자는 이 모든 활동을 [내가 똥? 내가 밥!]이라는 말에 담았습니다. 똥이 밥이 되는 원리를 탐구하는 사회학자? 환경사회학은 좀 특별한 사회학인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청소년 진로탐색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
직업 체험? NO! 나를 먼저 알자
나를 찾는 데 배움만 한 것이 없다
잘 배워서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유학기제를 위한 진로탐색 교양서 《작은길 사람책》
사람이 책이 된다, 내 곁에 두고 만나는 멘토-책
한 사람의 고유한 경험과 배움, 사유를 토대로 빚는 책

‘사람+책’ 첫 만남, 환경사회학자 이소영


환경사회학? 가장 먼저 생기는 물음일 것이다. 환경사회학은 사회학에서 가지치기한 분야이지만 사회학의 하위 분과라는 소개는 편의적 설명에 가깝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사회학은 환경문제를 사회학적 의제로서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1970년대 말, 환경사회학은 전통적인 사회학에 ‘인간중심주의 패러다임’을 포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신생태주의 패러다임’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사회학은 기존의 사회학에 근본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회학을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 환경사회학은 사회, 인간, 자연의 불가분적 관계를 놓치지 않는 까닭에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사회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십니까?”

저자가 한국에서 대학의 ‘휴먼북’ 행사에 환경실천가로 초대받아 학생들과 즐거운 대화를 마쳤을 때 학생들이 이구동성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때 그 학생들에 못지않게 이 책을 만날 독자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지 않을까? 저자는 사회학자로서도, 환경실천가로서도, 생태살림꾼으로서도 철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잘 앎과 삶의 일치를 말하지만, 고백하건대 불일치를 행할 때가 더 많지 않은가. 저자의 짧은, 인생 이력서라고 해도 손색없는 머리말과 프롤로그를 읽어 보면, 수사적 관습에 따라 철저한 ‘편’이라고 표현할 수 없음을 목격하고 머리가 하얘지기까지 한다. 좋은 예로, 텔레비전, 냉장고 같은 생활 ‘필수’ 가전을 사서 가져본 적이 없다는 점은 놀랍지도 않다. 자가용은 더욱 이해해 줄 만하다. 그래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국제회의 같은 데도 나가는 사람의 복장이 단벌인데다, 낡아서 엉덩이를 덧대어 입는다는 데서는 입을 다물게 된다.

“내가 품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고 싶었다.”

왜 환경사회학자가 되었는가 혹은 앞서 학생들의 질문을 다시 독자들로부터 받게 된다면 저자는 이렇게 대답하리라. “내가 품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고 싶었다.”

저자는 “전라도를 빨갱이들이 사는 곳이라고 주입하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좀 특별했다. 1990년대 초, ‘푸른 평화 운동’과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우유팩을 씻고 펴서 말려 재활용하고, 초코파이가 선물로 들어오면 가게에 가서 정중히 환불을 요구하던 학교였다.(나이 사십을 넘긴 세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그런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이 서울에 유학 와서 받은 문화적 충격은 적지 않았다.” 온갖 일회용이 판치는 신입생 환영회, 정치의 후진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학생회 선배들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태도…. 편협한 고향을 떠나 대처로 나아가자, 자신을 옥죄던 보이지 않는 틀은 더욱 숨 막히게 다가왔다.

부모님의 권유로 경제경영학과에 입학하여 공부를 마쳤지만, “좀체 깨질 기미도 보이지 않”던 그 틀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졸업 즈음 누구나 선망하는 은행 취업 추천서를 마다하고, “사회학의 대가 앤서니 기든스가 당시 총장으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로 튀었다.” 눈물, 콧물에 젖은 유학 생활의 일화와 직접 부딪치고 깨지면서 겪은 저자의 일화들은 책 곳곳에서 카메오처럼 나타나 생동감을 자아낸다.

체험과 실천에 방점을 둔 이야기

이 책은 저자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한국의 대학에서 했던 강의를 토대로 쓰였다. 앞선 내용이 《사람책》으로서 ‘사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책’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사회학이 무엇인지, 그 학문의 어떤 내용이 저자의 고민과 결합하여, 저자가 이후의 행로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했는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런즉, 강의 내용은 저자 자신의 체험과 실천, 고민과 성장, 사회적 환경과 사적 여건을 가로지르면서 새로이 태어났다. 독자들이 사회학이 무엇인지, 환경사회학이 어떻게 다른지를 접해 보는 것은, 그러한 배움이 나에게 각별하게 다가온다면 어느 정도껏 실감해 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책의 구성도 저자의 체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대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대안 활동의 씨앗을 뿌린 아버지로 칭송받는 프리츠 슈마허([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그의 정신을 계승한 영국의 슈마허 대학‘소일, 소울, 소사이어티 대회’를 개최한다. soil, soul, society. 동양인이라면 이 단어들로부터, ‘천지인 삼재’를 어렵지 않게 유추한다. 생태적 대안 사상과 활동은 동서를 나누지 않는다. 아니, 오래전 서구가 동양으로부터 배워간 것이 도로 현지에 역수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저자는 이 대회의 이름인 3S, 즉 ‘삼재(三才)’에 맞추어 책의 틀을 짰다. 대지의 풍성함이 근대문명의 성장과 함께 어떻게 파괴되어 갔는지를 1장 땅(地)에서 가장 먼저 살핀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비로소 환경사회학이 대두하고, 그것의 사상과 이론이 어떻게 형성하고 발전해 왔는지 2장 하늘(天)에서 다룬다. 3장 사람(人) 편은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하는 장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세기”를 만든 어른으로서의 솔직한 고백과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배우는 자의 마땅한 책임이 어떠한 모습인지도 엿볼 수 있다.


<책 속으로>

사회학의 변천 과정을 단선적인 발전이나 점진적 진화의 양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회학의 모든 시도는 그 시대의 형편에 맞게 사회를 보는 관점이었다는 측면에서 모두 유효했다. 한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나중에 나왔다고 해서 전자를 극복한 우월한 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기능주의, 마르크스주의, 생태주의, 그리고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이론으로 취급하는 인간중심주의까지 이 모든 이론을 병행할 때에야 비로소 '사회적 상상력'을 한층더 풍요롭게 펼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학의 범주가 '생태'라는 전 생명의 장으로까지 확장된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전체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사회학자에게는 지성과 함께 편견 없는 포용력, 폭넓은 관심, 따스한 지혜가 두루 절실히 요구된다.  (p.56~57에서)


"우리가 '부'wealth라고 칭하는 모든 물건은 오히려 '쓰레기'waste이다. 진정한 '부'란 햇빛과 신선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땅 등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 그리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이 자연이 준 선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이성적인 사용을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 그것이 '부'이다."
   - 에코토피아 사상가인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말  (p. 101에서)
 

나(자녀)를 사랑한다면 세번 스즈키처럼

청소년 진로를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시작한 책이니, 이 책을 읽을 청소년 독자와 교사 혹은 학부모 독자를 위해 책에 담긴 여러 감동 사연 중 하나로 ‘세번 스즈키’ 이야기가 포함된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세번 스즈키는 9살에 어린이 환경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고, 12살이 되던 1992년, 모금으로 마련한 기금을 가지고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 참석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발표한 5분짜리 연설문은 각국 대표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침묵시키고도 남을 만했다. 몇 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래를 잃는다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잃는 것, 증권시장에서 주식 몇 주 잃는 것과 다릅니다. 말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당신을 보여 줍니다. 어른들의 행동이 저희를 슬프게 합니다. 저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어른들이 만듭니다.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 당신들에게 호소합니다. 제발 그 말을 행동으로 실천해 주세요.”

[중략]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유학을 간 것도 아니었고, 박사 되면 학생들 가르쳐 달라고 매달릴 학연도 지연도 없었다. 이른바 ‘잘나가는’ 주제를 공부하지도 않았다. 그저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 보겠다고 계속 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마지못해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민망해서, 그래서 이 숙제를 꼭 한번 풀어 보자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된다고 믿는다. (본문 p.182~18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