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10 20:46
독공
 글쓴이 : happy
조회 : 15  

저자 배일동|세종서적 |2016.05.26

독공


예술의 최고 경지는 간절한 공부에 임했을 때 찾아오는 것!

『독공』은 26년간 소리꾼으로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해 온 배일동이,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를 설파한 책이다. 그는 7년간 산속에서 홀로 독공을 했다. 산속에 초막을 짓고 폭포 옆 바위에 ‘의석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소리하다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바위에 기대어 묻고 또 물었다. 의심을 품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수년간 공부한 끝에 우리 선조들이 엄청난 우주적인 질서를 판소리의 ‘율려’에 담아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료 음악인들과 함께 판소리에 담긴 우리 민족의 예술정신의 뿌리를 탐구해온 그는 판소리가 불과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깨달은 판소리의 예술성의 뿌리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대가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독한 공부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더불어 판소리계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예술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충고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예술에 몸담고 있는 예술가가 직접 쓴 책으로, 이 책을 통해 기성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며,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진정한 공부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예술가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배일동
저자 배일동은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고향에서 늘 들어온 판소리나 육자배기에 이끌려 스물여섯에 늦깎이로 소리 세계에 입문했다. 대중들은 그의 풍성한 성량을 일컬어 ‘폭포 목청’이라 부른다. 판소리계에서는 고제(古制) 판소리의 맥을 잇는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성우향으로부터 「춘향가」, 「심청가」를 사사받고,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강도근으로부터 「흥부가」, 「수궁가」를 사사받았다. 그 후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지리산에서 판소리를 홀로 공부하였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광주시립 국극단 상임단원으로 일했다. 2014년에는 제1회 사야국악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SIMON BARKER)와 트럼펫 연주자 스콧 팅클러(SCOTT TINKLER)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인 ‘CHIRI’를 결성해 판소리와 재즈를 접목한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10년에는 사이먼 바커와 사물놀이 명인 김동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예술정신과 문화적 우수성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터키,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폴란드, 스리랑카,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약 40회 이상의 공연과 강연을 해왔으며, 판소리에 서커스나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켜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목차

책을 내며 | 숭고한 예술혼의 뿌리를 밝히다 4

제1부 스스로 음을 찾다 | 독공(獨功)
1. 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다 14
2. 마침내 빛나는 성음을 얻기 위해 18
3. 지극한 예술은 모두가 피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다 21
4.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소리를 갈고닦다 27
5. 끼니도 잊고 소리에 몰두하다 31
6. 소리의 힘과 뜻이 균형을 이루다 36
7. 스승과 이별하고 스스로 깨치다 41
8. 소리가 바위를 뚫다 45
9. 수련 끝에 목이 활짝 트이다 50
10. 홀로 닦고 더불어 세우다 54
11. 끊임없이 묻고 물어 소리의 이치를 깨닫다 58

제2부 판소리의 빼어남을 논하다 | 백미(白眉)
1.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 64
2. 문학과 음악의 절묘한 만남에서 태어나다 67
3. 민초들의 애환을 통성으로 토해내다 69
4. 감정을 드러내되, 지나치지 아니하다 78
5. 인간 세상의 오만 정(情)이 서려 있다 85
6. 한글의 글맛과 말맛으로 빚었다 97

제3부 재주를 가졌으되 오만하지 말라 | 재덕겸비(才德兼備)
1. 수십 년의 공을 들여야 제맛이 난다 102
2. 재주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정성스러운 공부다 107
3. 곧은 나무가 먼저 도끼에 찍히고, 물맛 좋은 우물이 먼저 마른다 113
4.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121
5. 수신이 잘 되어야 비로소 광대 행세를 할 수 있다 137

제4부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 | 담수지교(淡水之交)
1. 소리꾼의 악정과 악상을 훤히 꿰뚫어 화답하다 146
2. 널리 보고 익혀 예술을 깨치다 150
3. 이심전심으로 동병상련의 애틋함을 느끼다 156
4. 예악은 훌륭한 사람을 만날 때만 제대로 행하여질 수 있다 160
5. 두루 통하여 걸림이 없어야 옳은 평을 할 수 있다 165
6. 총명한 관객이 있어야 소리꾼의 기운이 생동한다 173

제5부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배우다 | 사제동행(師弟同行)
1. 예술에 입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을 구하는 일이다 180
2. 제자가 안에서 쪼고, 스승은 밖에서 쪼아 알을 깨다 185
3. 사제지간의 기운이 잘 어우러져야 신명이 난다 190
4. 결국은 스승을 떠나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 195
5. 스승에게 배우되 그 단점은 버려라 201
6. 경쟁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은 향기가 없다 206
7. 자연 만물의 온갖 조화를 스승으로 삼다 210

제6부 고수가 먼저이고 소리는 나중이다 |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
1. 고수(鼓手)가 고수(高手)여야 한다 222
2. 소리판은 고수에게 달렸다 233
3. 소리는 뱃길, 북은 물길 237
4. 서로 찰떡궁합이 되어야 조화를 부릴 수 있다 243
5. 생사맥(生死脈)을 짚을 줄 알아야 명고다 247
6. 무형의 소릿결에 얼개를 짜다 251

제7부 전통의 법제 속에서 새로운 보옥을 캐다 | 법고창신(法古創新)
1. 예술은 전통과 창작의 대립 속에서 성숙한다 256
2. 선조들의 예술 정신을 따르되 시대의 풍조와 어울리게 하라 260
3. 어설픈 세계화보다는 국악의 품격을 알리는 데 힘쓰라 265
4. 범인문학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창작이 빛난다 270
5. 샘이 깊고 뿌리가 깊은 한류를 만들어라 277
6. 우리 산하를 적시고 흐른 물이 태평양에 이른다 282
7. 확실한 내 것이 있어야 남의 것에 섞어도 빛이 난다 292
8. 전통에서 답을 물어 새로운 길을 찾아내다 305

제8부 곤궁함을 스승으로 삼아 예술을 완성하다 | 곤궁이통(困窮而通)
1. 궁해야 성음이 애틋하다 310
2. 한을 소리에 버무려 한바탕 울어볼 뿐이다 318
3. 바람 부는 대로 흘러다니며 예술적 영감을 기르다 321
4. 기예로써 도를 밝히다 326
5. 빛나되 요란하지 않다 334

제9부 마침내 소리꾼의 최고 경지에 오르다 | 득음(得音)
1. 득음은 득도요, 해탈이요, 정각의 경지이다 342
2. 쉼 없이 정진해야 큰 뜻을 이룰 수 있다 346
3. 기술로써 도에 들어간다 352
4. 예술의 궁극은 사람 됨됨이다 361


    
<출판사 서평>

“재주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정성스러운 공부다”
진정한 예인을 위한 지독한 공부법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
명창 배일동이 전하는 예술가의 길!


독공(獨功)이란 소리꾼이 스승에게 배운 소리를 가다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백척간두에 홀로 서서 절절하게 공부하여 진정한 자기 소리를 찾는 과정이다. 이것은 단순히 판소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거쳐야 할 과정이다.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묻고 찾아서 절차탁마하는 진짜 공부를 거쳐야 독창적인 예술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술가란 눈앞에 놓인 세상일에 대한 근심은 과감히 접어두고 자신의 영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궁벽진 곳으로 가서 스스로 싸워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배일동은 26년간 소리꾼으로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해왔으며, 7년간 산속에서 홀로 독공을 했다. 산속에 초막을 짓고 폭포 옆 바위에 의석대(倚石臺)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소리하다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바위에 기대어 묻고 또 물었다. 의심을 품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수년간 공부한 끝에 우리 선조들이 엄청난 우주적인 질서를 판소리의 율려(律呂)에 담아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단도 호흡도 발성도 모두 우주의 질서에 따라 율려를 배정한 것이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나와 동료 음악인들과 함께 판소리에 담긴 우리 민족의 예술정신의 뿌리를 탐구해왔다. 그는 판소리가 불과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깨달은 판소리의 예술성의 뿌리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대가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독한 공부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더불어 판소리계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예술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충고를 하고 있으며,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예술에 몸담고 있는 예술가가 직접 쓴 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또렷이 빛나는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기성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점검해보게 될 것이며,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진정한 공부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며, 독자들은 예술가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주를 가졌으되, 오만하지 말라”
판소리는 재덕(才德)을 갖추어야 하는 평생 공부다!


배일동은 예술은 재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에 있어 재주란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주만으로는 결코 품격 있는 예술을 창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주의 차이는 오십보백보라고 할 수 있다. 천재든 둔재든 자신의 모든 공력을 들여 깨달음에 이르면 그 예술의 깊이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판소리의 경우에는 세월이 쌓일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소리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십 년의 공을 들여야 제맛이 난다”고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타고났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제대로 묵어야 소리가 듣기 좋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배일동은 성숙한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재주와 정신 수양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주만 있고 덕이 없어서는 안 되고, 반대로 덕은 빛나지만 재주가 변변치 않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재덕(才德)이 함께 빛나야 비로소 충실미(充實美)가 넘쳐나게 된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 동안 예술 체험을 착실히 쌓아가고 범인문학적 교육을 받아야만 자기만의 탄탄한 예술 세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덕이 겸비되어야 비로소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예술에 입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을 구하는 일이다”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배우는 아름다운 인연!


배일동은 요즘 아이들이 판소리를 배우러 오면 가르치기가 겁이 난다고 말한다. 부모들의 극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길은 평생을 걸쳐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하는 것인데, 재주가 조금 있다고 해서 초반부터 너무 아이들을 닦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큰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예술은 좋은 학교를 간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스승을 구하고 그 밑에서 성실히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스승이란, 자신이 익히고 체득한 바를 제자에게 실연으로 보여주고 법도를 자상하게 가르쳐 재덕을 쌓게 해주는 사람이다.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도제식 학습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묻고 답하면서 함께 공부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사의불사적(師意不似跡)이라고 했다. 무엇을 배우고자 하면 스승의 뜻을 배워야지, 스승의 쓸데없는 자취를 밟지 말라는 뜻이다. 스승의 음악적 기교나 재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승의 뜻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전 선생들은 제자를 가르칠 때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독창성을 독려하여 제자의 예술적 개성과 재능이 십분 발휘되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 밑에서 꾸준히 공부한 후에는 오히려 스승으로부터 벗어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승의 장점은 취하고 그 단점은 버려야 하는 것이다. 야속한 말 같지만 이러한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자신의 예술을 완성할 수 있다. 스승에게 배운 것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진정한 자기 예술이 피어나는 것이다.

“전통의 법제 속에서 새로운 보옥을 캐다”
확실한 내 것이 있어야 남의 것에 섞어도 빛이 난다


국악 평론가 전지영은 요즘 우리나라 국악이 세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악을 어떻게든 서양의 시각과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우리 자신을 ‘요리해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악계의 현실을 분명하고 조리 있게 지적한 말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많은 전통 예술인들이 국악을 대중화한다는 말을 곧잘 한다. 물론 국악이 대중화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괜한 욕심일 수 있다. 지금 시대의 대중 예술은 싸이 같은 대중 가수들에게 맡겨둘 일이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국악을 억지로 대중화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콤플렉스다.

배일동은 우리 국악이 이런 얄팍한 세태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얕은 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군 이래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올린 금강석 같은 문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악이 진정 모색해야 하는 것은 오래된 것에 대한 품격을 갖추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의 초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화보다는 우리 것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존의 판소리에 들어 있는 원리와 미학을 연구하고, 그것을 번역해 외국에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세계화나 대중화가 아니라 전통 예술을 올바르고 깊이 해석하는 것이다.

“곤궁함을 스승으로 삼아 예술을 완성하다”
마침내 소리꾼의 최고 경지에 오르다


배일동은 예술을 공부하는 자가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은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말한다. 궁색한 살림을 살면서도 그것에 구속되지 않고 평안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이름을 떨쳤던 예술 작품들은 모두 작가가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아 궁한 처지에 놓여 있을 때 탄생한 것들이 많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에게 기나긴 유배 생활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훌륭한 작품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궁고한 수심과 고통이 없으면 예술의 깊이가 얕아진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빈궁을 벗 삼아 공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적 세계가 확 열려 득음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득음이란 도통(道通)했다는 말과도 같다. 판소리에서 도통은 재주와 덕이 서로 합일하여 통해버린 것을 말한다. 득임이란, 득도요, 해탈이요, 깨달음의 경지이다. 사실 소리꾼들은 누구도 스스로를 득음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득음은 소리꾼들이 지향하는 이상적 가치 기준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리꾼은 오로지 소리만 보고 소리에 파묻혀 살아간다. 어차피의 광대의 길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것이다. 오직 뜻을 둘 곳은 시도 때도 없는 소리 공부이다. 그렇기에 소리꾼들은 다만 오늘 한 걸음을 착실히 내디딜 뿐이다. 소리의 길이 사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쉼 없이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다. 이처럼 한낱 세상의 명성을 쫓지 않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갈 길이다.



<책 속으로>

소리는 먼저 자신이 감동하는 성음이 나와야 듣는 사람도 만족한다. 그 소리를 얻기 위해 궁벽진 산속에 칩거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예술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즉 남에게 보이기 전에 내 가슴에 먼저 선을 보이고, 스스로의 영감으로부터 인정받아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야 널리 이롭게 된다. 나 자신의 지성과 인격을 위해 학문을 하듯이, 예술도 그 재주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독선기신(獨善其身)이라고 했다. 홀로 수신(修身)하면서 잘 닦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독공은 독선(獨善)이다.
---「제1부 스스로 음을 찾다」중에서

명고 김명환은 판소리의 탁월함을 “가사와 성음의 조화”와 “한 사람이 다양한 성음을 구사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판소리는 판소리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오페라 역시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판소리와 오페라의 우열을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모두 인류가 낳은 최고의 예술품들이다. 다만 판소리의 노래와 가사의 어울림이 사실적이고 자연적이라는 것을 명고는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말하기를, “한글은 소리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음은 음악의 칠조(七調)에 맞고, 삼재의 뜻과 음양의 묘가 다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글은 글 자체가 말이고, 말은 곧 궁상각치우와 반상·반치의 칠음과 같아 음악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제2부 판소리의 빼어남을 논하다」중에서

옛말에 곧은 나무가 먼저 도끼에 찍히고, 물맛 좋은 우물이 먼저 마른다는 말이다. 재능 있는 자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으로 진력이 나서 그 예술이 일찍 지게 된다는 뜻이다. 나무가 잘나고 곧아서 쓰임이 좋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맛 좋은 우물은 사람의 손때를 많이 타서 금세 흙탕물이 되고 또 일찍 마른다. 따라서 귀중한 보옥일수록 깊이 간직하여 진정한 쓰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크게 쓰이고 널리 이롭다. 정작 힘써야 할 때 맥을 못 추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너무 서둘러 많이 써서 그런 거다. 너무 일찍부터 기를 풀어버리는 바람에 정기(精氣)와 신기(神氣)가 흩어진 것이다. 그 결과, 정작 소리의 맛을 알고 힘을 써야 할 때는 마음만 앞서고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제3부 재주를 가졌으되 오만하지 말라」중에서

귀명창이란 판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예로부터 귀명창은 소리판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귀명창이 소리꾼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귀명창은 소리꾼에게 매우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흥미진진한 소리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꾼은 득음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귀명창은 그 소리를 듣고 함께하면서 소리꾼의 벗이 되어주니 소리꾼의 지음(知音)인 셈이다. 예로부터 소리판엔 굉장한 감식안을 가진 귀명창들이 즐비했다. 귀명창이 많다는 것은 판소리가 그만큼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4부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중에서

배움은 끝이 없는 길이다. 선생이라고 해서 만사에 능통하고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제자는 스승의 법도에 따라 성실하게 배워나가지만, 선생도 진리를 좇아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옛 스승들은 효학반(斅學半)이란 말을 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그 반이 배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남을 가르치려면 먼저 선생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렇게 되면 따로 가르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선생의 공부하는 모습이 바로 가르침이니 말이다.
---「제5부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배우다」중에서

우스갯소리로 고수(鼓手)를 고수(高手)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수를 소리판의 지휘자라고도 부른다. 고수는 그만큼 수를 많이 꿰차고 있어야 연주에 능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소리꾼이 맘에 맞는 고수를 얻기란 명사십리 모래밭에서 좁쌀 한 알 찾기만큼 어렵고, 유비가 제갈량을 얻은 만큼의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소리판에서 소리는 씨줄이고 북은 날줄이다. 고수는 북에다 날줄을 그어 곡조의 좌표를 설정하고 장단의 얼개를 짜서, 소리꾼이 내놓은 성음에 씨줄이 잘 율동하도록 장단을 내준다. 음양 논리로 말하자면 고수는 음(陰)이고 소리는 양(陽)이다. 그래서 북을 다루는 고수가 먼저이고, 소리가 북소리에 엇물려서 나온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6부 고수가 먼저이고 소리는 나중이다」중에서

전통 예술의 가장 이상적인 계승 방법은 선배들의 뛰어난 예술 정신을 성실히 배우고 통찰하여, 시대의 풍조와도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국악계는 이런 노력들이 깨지는 모양새이다. 언제부턴가 정작 중요한 내 것은 어설프게 익힌 상태에서 남의 것을 가져다가 억지 춘향 식으로 붙여 음악을 만들어가는 풍조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악의 대중화라는 뜻을 세우고 과감한 창작곡들을 선보였지만, 과연 대중들의 호응 속에 오래 남을 곡들이 얼마나 있을까? 잠시 국악 연주가들 사이에 연주되다가 알게 모르게 슬며시 사라져버린 곡들이 부지기수이다. 어설프게 흉내 내는 예술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창작은 아무나 흉내 내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명장들이 만든 훌륭한 창작곡들은 세상을 풍요롭게 해준다. 하지만 요즘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창작의 대열에 끼어들어 깊이 없는 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제7부 전통의 법제 속에서 새로운 보옥을 캐다」중에서

도를 막 찾아 나서는 초심자들은 늘 궁고함 속에 있어야 공부가 충실해지지만, 공부가 원만해지고 경험이 풍부해진 후에는 그런 경계를 초월해야 한다. 그래서 추사 선생도 빈궁(貧窮)과 부궁(富窮)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배울 때는 빈궁해야 하고, 깨쳐서 터득했을 때에도 부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궁에는 물질의 궁과 정신의 궁이 있다. 빈궁은 가난하면서 궁한 것이고 부궁은 부유하면서도 궁함이다. 초심자가 도를 배울 때는 정신이 약하고 궁하기 때문에 물질의 풍요를 늘 멀리해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만약 물질의 풍요에 얽매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공부 환경은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에 빈궁을 말한 것이다. 이것이 기한(飢寒)의 발도심(發道心)이다.
---「제8부 곤궁함을 스승으로 삼아 예술을 완성하다」중에서

판소리는 우주의 음양, 동정, 시공 등의 흐름 속에 생생한 변화를 포착하여 성음으로 표현한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이 두 번 다시 오지 않듯, 한 번 내뱉은 소리도 허공에 흩어져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음악을 천지와 더불어 조화롭다고 한 것이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 그렇다. 이렇게 쉼 없이 흘러가는 만물의 정경과 천변만화를 읽어낼 때, 우린 비로소 소리의 뜻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득의해야 득음할 수 있다. 그러나 득의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가 없다. 격물을 치열하게 해야 치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소리를 열심히 하면서 음악적 이치를 강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법도와 격식이 생겨 마침내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어 득의하니, 성음이 저절로 이루어져 득음에 이르게 된다. 말장난 같지만 이 말을 곱씹어보면 반드시 그 속에 묘미가 들어 있다.
 ---「제9부 마침내 소리꾼의 최고 경지에 오르다」중에서